당나라 현종 때, 농서 사람 '이징'의 이야기이다. 그는 학식이 많고 재능이 뛰어났지만 높은 관직에 오르지도 못했고 바라던 문명(文名)도 얻지 못했다. 가난과 현실에 대한 불만족으로 미소년이던 그의 모습은 험상궂게 변하고 눈빛만 날카로워졌다.
결국 그는 자신을 통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발광을 하며 뛰쳐나갔다. 그는 호랑이가 되어 산 속에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 먹었다. 그가 호랑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는 詩로써 명성 얻기를 원하면서도 스스로 스승을 찾아가려고 하지도친구들과 어울려 절차탁마(切磋琢磨)에 힘쓰려고도 하지 않았다네. 그렇다고 俗人들과 어울려 잘 지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했지.
이 또한 나의 겁 많은 자존심과 존대한 수치심의 소치라고 할 수 있을 걸세.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여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서 차례로 떠나 수치와 분노로 말미암아 점점 내 안의 겁 많은 자존심을 먹고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네. 인간은 누구나 다 맹수를 부리는 자이며 그 맹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각 인간의 性精이라고 하지. 내 경우에는 이 존대한 수치심이 바로 맹수였던 걸세.
호랑이였던 거야.
이것이 나를 손상시키고. 아내를 괴롭히고, 친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급기야는 나의 외모를 이렇게 속마음과 어울리는 것으로 바꿔버리고 만 거라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약간의 재능을 허비해 버린 셈이지.
인생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도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도 짧은 것이라고 입으로는 警句를 읊조리면서, 사실은 자신의 부족한 재능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苦心을 싫어하는 게으름이 나의 모든 것이었던 게지. 나보다 훨씬 모자라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것을 갈고 닦는 데 전념한 결과 당당히 시인이 된 자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야. 호랑이가 되어 버린 지금에야 겨우 그것을 깨달았지 뭔가.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타는 듯한 회한을 느낀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