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terhouse의 이 그림은 내 서재 어딘가에 또 올려져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 마다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두 여자의 손길을 느낀다.
맨발의 그녀들은 꽃을 꺾기에 바쁘다.
이미 꺾은 꽃의 양으로 봐선 분홍색 드레스의 여자는 그만 꺾어도 될 것 같다.
여자의 품속에 안겨있는 꽃은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나 아직 파란색 드레스의 여자가 꽃을 꺾고 있으므로 분홍색 여자는 멈추지 않는다.
분홍색 여자가 꽃을 품고 있어 만들어진 드레스의 주름은
마치 그녀의 속마음처럼 조바심과 긴장감이 서려있다.
그러나 파란색 여자는 꽃을 꺾어 분홍색 여자처럼 품지는 않을 것이다.
파란색 여자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꺾을 것이다.
어쩌면 분홍색 여자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여유있게 꽃을 꺾고 있는 건지도...
파란색 드레스 속에 희미하게 비치는 단단한 가슴은 그녀 자신의 작은 흉상같다.
가슴이 얼핏 보인다 해도 감추고 있는 단단한 마음의 모양을 분홍색 여자에게 들킬 수 없는 것처럼.
분홍색 여자의 가슴은 보이지 않지만 바싹 오그라들었을 것만 같고, 초라해 보일 것만 같다.
파란색 여자의 무엇이 분홍색 여자를 옥죄고 있는 걸까...
분홍색과 파란색은 한 곳에서 꽃을 꺾고 있다.
저 뒤에서 꽃을 꺾고 있는 여자들 처럼 흩어져 꺾어도 꽃밭에 꽃은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이 곳에서 함께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검은색 머리의 분홍색 드레스 여자는
갈색 머리의 파란색 드레스 여자에게 왜 담담해질 수 없는 걸까.
추신 : 이 그림의 제목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