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양아들과 함께 사는 집. 새엄마를 찬양하던 요,요 깜찍한 녀석. 하마터면 홀딱 빠질뻔했잖아. 새엄마와 어떤 애정 행각을 벌일 것인지 조마조마하며 읽었더랬다. 심장 콩닥지수 무한대.
주노 디아스의 드라운은 폭격기 같다. 거칠고 즉물적이다. 이야기의 처음에서 아~ 이런 소품, 이런 이야기~ 하던 것이 결말에선 뒤통수를 치듯 휙- 날아온다. 짧지만 강하다. 보드랍고 정제된 소설을 지향한다면 이 소설과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다.
세상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나도 좀 찾아가고 싶다. 잘 될듯 하다가도 가끔씩 곤두박질치는데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옷감을 직조하듯 널린 자연에서 한 올 한 올 풀을 캐와 멋진 음식을 만들어줄 것이다, 달팽이 식당이라면, 달팽이 식당 주인이라면.
자자하게 듣던 명성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을까.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 견문록은 내가 생각한 명성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요네하라 마리의 소박한 추억과 고향 (일본) 음식 이야기가 한 가득이다.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애틋하고 맛깔스러웠겠다.
그러고보니 영화라는 물질은 어느 정도 알콜 지수가 포함되있는 것 같다. 관객을 취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는가하면 관객을 정신 번쩍 나게 만드는 영화도 있으니까. 그래서 술꾼과 영화는 잘 어울린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영화도 다시 되새겨보고 술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마티니 술 잔은 꼭 갖고 싶다. 날씬한 기둥에 정교한 삼각형이 얹혀있는 그 술잔은 그 자체만으로도 몹시 매혹적이다.
프랑수아즈 사강- 그녀는 쏘쿨, 하고 쏘핫하다. 빌리 할리데이, 테네시 윌리암스, 오손 웰즈와의 추억담도 매력적이었고 연극을 무대에 올린 그녀의 경험담도 즐거웠다. 그녀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멋진 말을 한 것이겠지. 나는 나를 파괴할 관리가 있다고. 그런 그녀가 너무 좋아 그녀를 흉내내듯 글을 옮겨적어보기도 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가족. 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우리집에 왔다, 그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앉아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슬픈 안녕을 고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뻔한 스토리 못지 않다. 그런데...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생뚱맞게도 나의 베프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큼 내 가족을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 좋은 일들은 거리낌없이 잘 나누고 있지만 아픈 것을 나눌 때는 가족 보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가족이 걱정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고 미안하고 견딜 수 없어서다. 아무래도 피가 섞이지 않은 친구는 그만큼의 거리감으로 내게 걱정과 조언을 해줄 수도 있으니까. 나는 무조건적인 희생, 사랑, 염려가 가장 부담스러운 것 같다. 생물학적 가족의 의미도 아름답지만 가까운 곳에서 나를 담아주는 가족도 아름답다.
준벅의 에이미 아담스, 레이첼 결혼하다의 앤 헤서웨이는 그 역할에 딱,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