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랭 레네의 '내사랑 히로시마' 에서
자주 반복되는 대사는 이거다.
"당신은 히로시마에서 무엇을 보았지?"
남자가 묻고.
"아니요.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아무것도."
여자가 대답하고.
누가 내게 앙코르와트에서 무엇을
보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말해야할까.
"오싹했죠. 앙코르 마지막 날에는
그 오싹함이 극에 달해 얼른 그곳을
빠져나오고 싶었어요. 내가 이곳의
관광객이어서 반가웠어요."
캄보디아에 내 놋북이 없고, 가족이 없고,
디올 립스틱이 없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맥도날드가
없어서 는 아니었다. 스콜 때문은 더더욱
아니고, 진흙탕 바닥 때문도 아니다.
수시로 역주행하는 오토바이가
무서운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고 그 일은 내가 살던 서울에서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


앙코르의 회랑, 을 공부하고 갔건만... 놓쳤다. 어설프게 찍어버렸다.
앙코르와트에선 메모리 부족현상을 쉽게 경험한다.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올라가야하는 사원.
아아아아아아아아.
뒤통수가 화끈거렸다. 무서웠다. 떨어지면 어떡해.
한국인 관광객 L모씨, 신께 경배드리러 가다 낙상.
우왓. 끔찍해. 모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온 것인데, 아직 많은 일정이 남아있는데 그럴 순 없었다.
중간에 내려오고야 말았다. 저 앞에 목적지 건물이 보인다면 모르겠지만 보폭 15cm의 계단만 보일 뿐.

올라간 셈 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아. 정말 대단들 하십니다. 용감하십니다...
지은 죄가 많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지요... 꺼이꺼이.

25m 높이의 어설픈 번지점프를 시도했던 나.
자이로드롭 오르기를 우습게 생각하는 나.
앙코르를 높이서 감상할 수 있는 저 열기구를 너무나 타고 싶었다.
가끔도 아니고, 툭하면 떨어진다는 말에 아쉬움을 접을 수밖에...
습관처럼 한국인 관광객 L모씨가 낙마... 하는 관용구도 떠올랐고. 이래저래.
B,C,D들은 아예 탈 생각이 없기도 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