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아버지 - 성부와 성자의 관계를 통한 복음의 핵심 재발견
톰 스매일 지음, 정옥배 옮김 / IVP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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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P Book News]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잊혀진 것들

 

제목만 보고 이 책이 감동적인 영성서적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성부 하나님에 관한 신학서적에 가깝다. 성부 중심의 신학을 다루고 있고, 문체도 대중적이기보다는 학문적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려면 다소 집중된 시간이 필요하다. 외따로 시간을 내어 밑줄을 긋고 생각을 적어가며 읽어야 한다. 오가는 버스에서 읽다가는 내용이 잘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할 것이며, 이 책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고된 읽기를 요청할 것이나, 그 수고에 값하는 결실을 맺어줄 것이다. 그 열매란 바로 하나님 아버지의 재발견이다.


 

이 책의 저자 톰 스매일은 현대 기독교가 성부 하나님을 잊었다고 말한다. 예배마다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지만, 교회는 실상 성부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한다. 교회는 예수님 또는 성령님 혹은 다른 은사와 제도에 집중하지만, 하나님 아버지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않는다. 혹 성부 하나님을 무시하지 않는다 해도, 성부 하나님에 대한 강조와 관심의 비중은 현저히 적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성자 하나님에 집중하여 성육신과 십자가의 은혜에 눈물 흘린다. 성령님의 강림과 성령의 은사를 간구한다. 그러나 성부 하나님의 자리는 없다. 어느 편이든 하나님 아버지는 잊혀지거나, 아니면 오해된다. 성부 하나님은 엄하신 분이라, 좀더 온유하고 우리가 대하기 편한 예수님께 집중하거나, 우리가 열심히 구하기만 하면 주시는 성령님께 호소하게 된다. 양쪽 모두 성부 하나님에 대한 오해의 결과이자, 성경이 말하는 ‘성부 중심의 신앙’을 벗어난 일이다.


 

저자는 삼위일체, 성부와 성자의 관계, 성령과의 관계, 성부의 아버지됨의 의미, 성자의 아들됨의 의미, 우리의 자녀됨의 의미를 명징한 신학과 언어를 동원하여 설명하며, 그 뒤에 담긴 성부 하나님의 주도성과 중심성을 확인해준다. 우리가 잘 공감하는 예수님의 성육신과 십자가의 사랑이 실은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고 성자는 성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던 것임을 발견할 때, 성자께 집중하던 우리의 관심과 감사는 성자 너머에 있는 성부 하나님께로 나아가게 된다. 성령의 임재와 은사조차도 그것을 주시며, 뜻을 갖고 주시는 성부 하나님의 우위성이 전재되지 않는다면, 그저 우리의 필요에 따라 구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믿는 모든 영역의 배후에 하나님 아버지의 주도성과 뜻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성부의 중심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 신앙이 중심을 잡고 균형을 이루게 됨을 알게 된다.


 

성부 중심의 신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유익은 ‘순종’과 성숙이다.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감미로운 순종’은, 하나님 아버지의 우선성을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되며 우리 삶에 요청된다. 아버지와 함께 잊혀졌던 신앙의 본질적인 부분들이, 우리가 아버지 중심의 신앙으로 방향을 선회할 때 다시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할 때, 현대 교회는 ‘순종 중심의 기독교’로 거듭날 수 있다.


 

저자는 은사주의 갱신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던 80년대에 이 책을 썼는데, 저자가 책의 곳곳에서 우려하는 갱신운동의 모습은 현재 한국교회의 일반적 특징과 무척 닮은꼴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지만, 정작 하나님 아버지됨의 의미를 잃어버린 우리 세대에게 이 책이 우리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비추어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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