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2.0 -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경제학의 재발견'
노르베르트 해링 외 지음, 안성철 옮김 / 엘도라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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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에는 주식이 처음으로 2000을 넘어서더니 요즘에는 주식이 1600아래로 곤두박질 치면서 펀드 환매율이 장난이 아니다. 아는 사람 치고 펀드를 안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맹렬 펀드 열풍이 사람들로 하여금 재테크에 진한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새해에는 늘 새로운 결심을 다진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 왜 이리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지..
그중 빠지지 않는게 있다면 재테크다.
내가 책읽기에 재미를 들인게 재테크 책이였고 덕분에 펀드 재미 좀 봤다.
작년에 모두 환매를 했기 때문에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기에 편안하게 발뻗고 잘수 있지 않은가. 우연한 기회에 이코노미 2.0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경제를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
디지털 기술 혁명으로 80/20법칙을 깬 <롱테일 경제학>이란 책을 읽은게 몇달 전인데 <이코노미 2.0>은 주류 경제학과는 뭔가 다른 의미의 경제 서적인것 같았다. 서문에 현대인의 비합리적인 행동 양식과 불가해한 사회현상을 명쾌히 풀어주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진 책인듯 싶다.  작년에 관심깊게 읽었던 <행동경제학>과 유사한 테마다.
소비를 주체하는 개인의 의사 결정은 어떤 심리적 요인에서 출발하느냐가 그 책의 실마리였다면, 이 책 <이코노미 2.0>은 경제가 더이상 이론적인 개론을 떠나 인간의 행동과 문화 양식에 전반적인 경제 심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목차가 시선을 끈다.
'스포츠센터가 고객의 눈먼 돈을 쓸어담는 이유'로 시작해서 돈, 문화, 투자, 권력, 축구, 행복, 외모, 조직, 일자리, 여자, 세계화, 미국의 무역수지, 인간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경제 이야기가 달콤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빨리 읽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나름대로 헬스클럽에 등록할때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값싸게 끊었다고 생각해도 사실 한달에 가본 횟수가 그리 많질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사람들이 헬스클럽에 등록할 때 자신의 의지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그렇다. 특히 새해들어 작심 3일이 무색할 정도로 얼마나 열심히 하겠다고 굳게 결심을 하였던가! 사람들은 회원 가입을 결정한 순간 장기적인 긍정적 효과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바꾸면 선호도는 시간에 따른 일관성이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주식을 할때도 그렇다.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그 종목을 매수하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그 주식이 떨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 허겁지겁 투자의 경제학 편으로 빨리 넘겨본다.
정보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낮다 편을 보았다. 읽고나니 무릎을 딱 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부실기업의 주식을 피하고 유명한 기업의 정보를 얻는데 있어 정보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인데, 문제는 정보수집에 시간을 할애한 투자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보고는 정말 의외였다. 그런 이유를 정보수집으로 인한 과도한 자신감에 패착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남성이 여성보다 더 지나친 자신감을 갖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분야였기에 목차 하나하나에 이끌려 알게된 지식과 상식이 별미다. 그렇지만, 모든 꼭지가 유익한 것만은 아닌듯 싶다.
잘생긴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한다? 와 키 큰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이 번다고 하는 일이 잘 알려진 상식이란 말에 조금 발끈하고 싶어졌다. 아내에게 키 큰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하는데 어떻냐고 하니까 콧방귀를 뀐다. 아무리 내가 키가 좀 크지만 글쎄 넌센스가 아닐까^^?
가사가 여성의 몫이 될수 밖에 없다는 논리와 여성의 월급이 남성보다 적은 이유, 여성이 남성과의 협상에서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등도 넌센스다. 제대로 통계 조사를 했는지 의심스럽다.

이해할수 없는 논리도 엿보인다.
세계화의 논리가 그것인데, 세계화 덕분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국가가 미국이 아닌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이란 논리가 이해되질 않는다. 세계 무역을 위해 문호를 개방한 국가의 경제 수치가 조금 올랐다고 해서 다국적 거대기업들이 '제3세계'를 글로벌 게임에서 패배자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아니라고 세계화 단체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다니 말도 안된다.
작년 한해 한미FTA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화란 것이 결국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국가간의 생존 전략 싸움인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타국의 독립과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자본주의 식민정책주의론에 경제논리를 부각시키는 것은 이해할수 없는 처사다.

이 책을 읽는데 동기부여가 된 어느 리뷰어의 제목이 홀연히 인상적인 느낌을 갖는다.
"숨어있는 내적 깡을 일깨워준 책이다" 란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공감 100배다.
어려운 학문으로 알려진, 접근하기 어려운 경제학을 보편적인 생활의 리듬에 맞춰 이끌어준 꼭지 하나씩 읽으면서 내안에서 활발히 지적 빅뱅이 일어난 느낌이 들었다.
본문에서 가장 크게 공감한 내용은 고객만족도와 가격 인상과의 관계였는데, 고객이 중간 정도의 만족도에서는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낮지만, 만족도가 높을 경우 기업은 가격 인상을 상대적으로 쉽게 관철시킬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마케팅 전략을 다룬 이 한편의 단락에서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에 대해 좀더 확실히 알고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났다.
이 책을 읽으며 괜히 세계화에 발끈해서 <지구는 평평하다>란 책도 꺼내서 읽어보고 <경제학 비타민>, <여럿이 함께>란 소통과 공존의 해법을 다룬 다섯명의 지식인 이야기에도 밑줄 그으며 공감하여 읽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이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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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린다 스펜스 지음, 황지현 옮김 / 고즈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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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서전을 연상하면, 인생 말년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의미가 컸으나, 요즘에 이르러 자신을 성찰하는 의미에서 자서전적 의미가 더욱 세련되어 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과거를 영사기에 필름을 돌리듯, 천천히 돌이켜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나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에 관 이야기나 글, 책, 영화를 보면서 살아가는 시간이 많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간에 나는 사회가 입혀준 각종 신분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들을 꾸준히 읽고 있으니 말이다.
여행가서 남는게 사진밖에 없다란 말을 종종 하는데, 사진이 남긴 이미지가 우리가 추억하는 과거의 기록인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해내고 싶을 좋은 추억들도 희미하게 빛바래진다. 이 책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은 인생이란 긴 필름을 계속 재생시켜 과거의 나를 잊지 않고 현재의 나를 만들며 미래의 나를 꿈꾸는 확실한 동기부여에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신을 상상하는, 연상 질문법 480개로 구성된 이 책은 쉽게 쓰여졌고 쉽게 읽혀진다. 480개가 모두 자신과 관련있는 질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물음표로 끝나는 질문을 보면서 난 답변을 하고 싶어졌고 그런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진다.
알이 세계였던 새가 알에서 깨어나 하늘로 날아가는 아프락사스처럼, 나도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고 소통을 갈구하는 처지가 됐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을 가두는 진실이란 창구가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기록하는 의미는 일기처럼 나를 위한 소중한 기록이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 한권의 앨범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행위처럼, 나의 자서전 또한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게 됐다. 이 책은 출생과 어린시절, 청소년기, 20대와 30대 어른이 되어, 결혼생활, 부모가 되어, 중년으로 접어들어,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어, 노년을 보내며 라는 자연스런 시간의 순서대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할수 있도록 되었다.

철몰랐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서 부모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잘한 기록을 담은 노트가 없었다는 것이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즐거웠던, 기뻤던, 소중히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한 불빛처럼 깜빡깜빡 잊어버린다. 막 지하철이 떠나버린 승강장에서 들리는 안타까운 탄성처럼 절절한 아쉬움은 이제 뒤로 하자.
잊고 싶지 않은 지난 기억들과 앞으로 나의 자서전에 담을 소중한 미래를 위해 이 책에서 질문하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 보련다. 올해 나의 자서전이란 한권의 책을 써낼수 있다면 전적으로 이 책의 공이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질문 중에 하나씩 골라 글을 써보았다.

나의 출생과 어린시절
- 어린 시절 집주변을 돌면서 가장 좋았던 장소를 묘사해 보라.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대전에 살았을때, 난 매일 학교에서 오면 뒷산 시냇골짜기로 가서 개구리와 올챙이, 가재나 메뚜기등을 잡으러 다닌 기억이 난다. 졸졸 흐르는 차가운 시냇물에 발을 담구고 가재를 잡으러 다니거나 겁도 없이 들쥐를 잡아 뱅뱅 돌리며 던지는 놀이를 하는 등 천방지축이었지만 시멘트가 땅을 덮은 요즘의 현실에서는 내 아이에게 그런 추억을 물려줄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때의 추억이 강한 각인이 되었던지, 내 아이에게 자연을 만지고 체험할수 있게 배려해주고 싶다.

청소년기
- 학교 수업말고 참여했던 다른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고등학교때 사진반 클럽 활동을 했었다. 무한대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이 클럽에서 난 3기였고 10기를 넘어 학교에서 모든 클럽을 없앨때까지 자랑스런 추억의 전통이 됐다. 사진 또한 렌즈를 통해 인식한 세상의 진실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으니, 난 어쩌면 글쓰기 이전에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트에 몰입했는지도 모른다. 매년 클럽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멋지게 차려 입고 뭇 사람들 앞에서 내가 찍은 사진작품을 소개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리고 사진을 놓고 격렬하게 토론하던 그때의 친구와 선,후배들.. 그때가 그립다.

20대와 30대
자신의 첫 직장에서 돈은 얼마나 받았는가?
학교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통신 제조업체에 입사를 했다.
첫달에는 47만원을 받았고 둘째달에는 62만원을 받았다.
IMF이전에는 야근에 특근수당을 합치면 거의 100만원까지 받다가 IMF이후로는 수당이 없어지면서 60만원으로 동결됐다.

결혼생활
결혼이후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서로가 좋아서 결혼했고 갖지 못한 서로의 좋은 점을 보면서 진정한 나의 반쪽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오히려 서로 다른 각자의 반쪽을 포옹하는 마음을 갖기 어려웠다. 서로가 가진 편견에 주장을 내세우고 고집을 세우게 됐다. 장점보다는 단점을 의식하고 상대방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이 발동한 탓이라 생각한다.
맞벌이와 척박한 육아 환경 속에서 고전분투를 하다보니 아이가 생긴 이후 공동의 취미가 없었다.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숨을 튈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다시 예전에 사랑하던 사이로 돌아갈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아서 참 다행스럽다.

부모가 되어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아이가 막 4살이 되었을때 개구리 아빠가 황소 흉내를 내다가 배가 터져 죽은 동화책을 읽고 조그만 공을 내 배에 넣고 시연했던 적이 있었는데, 막중한 아랫배를 자랑하는 할아버지 배를 만지더니 공이 어디갔냐며 두리번 찾은 기억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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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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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방법론에 관한 글을 읽을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인물이 다치바나 다카시다.
누구나 책을 많이 읽다보면 자신만의 방법론이 세워지게 마련이고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마련이어서 큰 감동을 받기가 어렵다.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은 그런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고 새로운 분야를 섭렵하기 위해 1~2미터 가량의 책을 쌓아 놓고 읽기 시작한다는 그의 독서론에 강한 구미가 당겨서 일까? 보통 한 분야의 한권이상을 읽기가 어려운 현실인데, 한분야에서 서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 다치바나는 이시대 희귀한 지적과잉의 산증인임에 틀림없다.
그는 알고 싶다란 지적 욕구불만에 사로잡힌 사나이다.
지하1층부터 지상3층까지 빼곡한 그의 서고는 억 소리가 나올만큼 장서가 아닐수 없으며 그 자체가 그의 발자취이자 역사였다. 서재보다 더 많이 돈을 썼다는 그의 책상에 관한 글도 재밌었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장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편에선, 주로 일본에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참고하긴 어렵고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것이 유감스러웠다. 중학교 3학년에 썼다고 하는 독서 되돌아보기 편에선 실로 엄청난 책읽기가 아닐수 없다. 같은 학년의 나를 돌이켜보면 심한 위화감에 쌓일 정도로 체계적인 독서를 했고 그 배경에는 환경의 영향이 컸다고 진술한다. 이제서 책을 좋아하기 시작하게 된 나로선 적어도 내 자식에게 책읽는 환경만큼은 잘 심어줘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1장은 이렇게 지적 호기심에 관한 글이 나오고 2장 나의 독서론 편에서 고전에 대한 새로운 정의, 고리타분한 옛 글을 읽지 말고 현대와 관련된 최신 보고서를 읽을것을 주문한다. 독학 방법에 있어서 다독이 확실한 결론임에 공감이 간다. 3장 나의 서재 편에서 건물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빼곡한 책장으로 둘러쌓인 서재를 구경하게 된다. 5장에서는 서평에 관한 글이 나오는데 반반 공감이 갔다.

서평에 관한 글에 관해서 주관적인 감상을 덧붙여보자면, 전문가가 그럴듯한 평가를 뽐내듯 늘어놓는 글보다는 서평의 역할을 사람들로 하여금 서점의 앞쪽 판매대에서 책을 펼쳐 들게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 한다.
서평할때 책을 깎아 내리기 보다는 책을 한번 펼쳐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배려하는게 우선이라고 한다. 나도 이 의견에 공감하고 찬성하는게,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그에 대한 평을 한다는 것이 비판 일색의 소모적인 비평은 자신에게도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건질게 없었다면 굳이 시간을 소모하면서 평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평에 관해서 나는 의견의 서술, 논리의 풀이, 그럴듯한 평을 하는 과정에서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가는 과정과 취미다운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책을 읽다보면 좌우의 논리에 수긍하고 반하는 과정에서 안목이 넓어지며 저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맛을 섭렵할수 있다. 저자는 취미로 서평을 하는게 아니라, 일로서 서평을 하기에 주관적인 느낌을 가급적 배제하고 책을 요약하고 인용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한다.

다치바나의 독서론은 공병호박사의 실용독서와 맥을 같이 한다.
둘다 책을 험하게 다룰 뿐더러, 목적성있는 책읽기에, 도움이 되는 맥을 캐치해서 빨리 책을 읽는 기술에 관한 중요성을 언급한다.
다치바나가 책을 폭넓게 읽을수 있었던 일차적 원인은 그의 주체할수 없는 과잉 호기심 때문이었고, 이차적 원인은 취미를 일로 승화시켜, 다방면의 분야에 인터뷰하러 취재하기 위해서 책을 읽게된 배경을 찾을수 있었다.
나도 책을 좋아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책과 관련된 곳으로 옮기긴 했으나 여전히 책을 마음놓고 읽을수 없는 것이 퍽이나 유감스런 일이었는데, 다치바나의 행적을 통해서 책을 원없이 마음놓고 읽을수 있는 분야가 있었다는 것이 여간 흥미로움이 아니다.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라고 소개된 책의 띠지에서 다치바나가 박사 학위 몇 개쯤은 섭렵했겠거니 생각했는데, 그의 학력은 불문학과 졸업에 철학과 중퇴란 이력이 고작이다. 그의 독서론은 철저히 독학에 의한 것이었다.
고전을 읽지 마라고 평한 그의 선입견은 고전이라 일컫는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 서로 공유하고 내용을 이야기해 보는 것에 의의를 가지며 책이 중요한것 보다는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토론의 대상이 되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다치바나는 고전보다는 오히려 최신 보고서 속에 지의 총체가 숨어있고 각 영역의 최첨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한 관심과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어릴적부터 책을 폭넓게 읽어왔던 그이기에 할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적 호기심으로 넘쳐나는 과잉 호르몬을 주체할 길이 없다면 이 시대의 최고의 수직.수평독서의 대가 다치바나를 한번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 난 미래의 내 모습을 보았다. 책을 읽을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이 책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책은 현명한 신하이고 충직한 신하를 많이 둘수록 개인의 리더십은 발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 한권에 들어간 정보를 다른 방법으로 입수하려고 할때 드는 몇배의 비용을 고려한다면 책 사는데 돈을 아까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독서법 첫번째 계명이 유난히 선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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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진리 실험 이야기 청소년 철학창고 19
라가반 이예르 엮음, 허우성 풀어씀 / 풀빛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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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파니샤드란 책을 통해 바가바드 기따에 관해 알게 되었고 기따에서 전통 사상적 기반에 근거한 간디의 믿음이 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의 독립투사이자 만인이 존경하는 위대한 성자라 일컫는 간디, 그는 생전에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해서 존경을 받게 되었을까? 책에서 읽힌 그의 진면목은 진리를 추구하는 자였다. 인도의 독립을 진리와 사랑이란 전제하에 비폭력 평화 운동을 전개했던 그였기에 전세계로부터 그토록 사랑받는 성자가 되었던 것일까? 그의 사상적 기반은 어디에서 영향받은 것일까?
그가 평생을 진리를 실천하는 자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간디는 참자아인 아뜨만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인격 훈련에 있다고 보고 영성을 단련하는데 문자교육은 불필요하다고 보았다.
우리나라가 일본어를 강제 당했듯이 인도 역시 식민기간 동안 영어 교육이 제도화 되었는데 간디는 교육기관에 등교거부라는 불복종운동을 실천하고 종교와 이념의 실천 공동체인 아슈람을 세워 이곳에서 인격을 수련하고 지식을 상호 호혜하는 곳으로 키웠다고 한다.

간디의 시대와는 달리, 오늘날 인도가 IT 강국으로 발전할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식민시대에 제도화된 영어 교육에 있었으니 아이러니컬할수 밖에 없다. 간디 자신이 영국식 교육을 배웠으면서도 영어가 제도화된 환경을 못마땅해 한것은 자국의 문화가 훼손되고 자국의 철학이 서양문물로부터 축출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던것 같다. 간디는 기따의 가르침에 따라 일생동안 자아실현을 노력했고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수단은 아힘사(비폭력)이 된다는 철학은 바가바드 기따에 근본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일커어 전쟁의 기록이라고 하나 간디는 역사를 사랑의 힘과 혼의 힘이 한결같은 작용을 중단한 것에 대한 기록이라고 평한다. 여기서 혼의 힘이란 것이 독특하다.
간디는 혼의 힘이 폭력의 흔적처럼 기록되지 않지만 인류가 생존할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사랑의 힘이었다고 생각했다.
성자라 칭송받으면서도 스스로 진리를 향한 겸손한 구도자가 되기를 열망했고 인도의 독립을 위해 정치적 투쟁에 나선 자신을 종교적 정신에서 비롯된 신념임을 밝히길 주저하지 않았다. 세계가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정치적 노선이 비폭력주의를 표방했기 때문이었다.

민권운동가 마틴 킹 목사는 백인과 흑인간의 쌓인 분노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이끈 분이었기에 또한 세계가 그를 기억한다고 생각한다.
간디의 생애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독립투사중 세 분을 떠올려봤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민족개조론은 국권을 상실한 원인을 민족의 근본의식에 있다고 보고 국민성을 바로 잡기 위해 힘을 기르자는 주장은 간디의 교육론과 유사해 보인다. "진리는 반드시 밝혀질 날이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룩될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란 안창호 선생의 말씀과 "인도의 독립과 진리를 같이 놓고 이를 맞바꾸라면 독립을 포기하더라도 진리를 택하겠다."란 간디의 명언은 진리를 구도하는 자의 이념이 결국엔 같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인도의 독립과 분열을 막기 위한 노력은 마치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백범 김구 선생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폭력혁명을 주도하여 민족적 혁명의 혼을 부르짖었다. 간디와 반대의 노선이로되, 훌륭한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폭력을 동반한 투사적 행위에 대해서 간디는 평화적 반전을 모색했다는 점이 분명한 차이점일것이다.

간디의 사상과 삶이 전하는 의미는 무척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읽은 <인간의 역사를 바꾼 전쟁이야기>를 통해 전쟁으로 패권을 장악하려는 국가는 패망이라는 아픈 시련을 선고했듯이, 전쟁의 상혼이 아로새긴 역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사랑과 자비임을 몸소 실천한 간디에게서 소중한 교훈을 배운다.

간디는 분명 존경할만한 분이다.
그의 사상적 기반이 외국의 사상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시사한 부분에서 보면 끊임없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고뇌하고 실천한 모습이 역력하다. 직접 물레를 돌려 실을 짜며 책을 읽으며 앉아있는 간디의 모습에서 평생을 걸쳐 추구한 진리 실험 이야기는 오래도록 뇌리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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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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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이 책이 처음 나오던 날 즈음 저자의 출판 강연을 기념하는 강연회에서였다.
그때 처음으로 멀리서 저자 구본형 선생을 만났고 인자한 눈빛 속에는 갈무리한 안광이 번뜩이는 리더십의 정수를 체화한 듯 보였다.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얻게 되었고 "미래를 이끄는 사람은 과거를 창조적으로 활용한다"는 번뜩이는 재치는 역사란 결국 반복의 체험이고 과거의 유산에서 현대에서 살아가야 할 가치 이상의 무엇인가를 얻길 소원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는 찾으려 노력하면 그런대로 쉽게 알수 있고 일부는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나 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경영과 리더십을 접목시키고자 탄생한 이 책은 읽을수록 거듭 탄성이 나오지 않을수 없었다.
저자가 의도하고자 하는 정수를 이해하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난 이 책을 통해 과거를 통해 배우되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기술을 열렬히 소원하게 됐다. 어렵다고 내 팽개친 과거의 이야기를 고전이라 칭한다면,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고전을 통해 자기계발의 모티브를 찾고 의미를 곱씹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원대한 동기 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갈망했다.

이 책은 구본형의 동양고전 읽기라 칭해도 좋을듯 싶다.
사마천의 사기만 하더라도 아직 종이가 발명되지 않던 시절 대나무 판에 한문 50여만 글자를 칼로 새기고 옻으로 칠해서 만든 책이다.지금은 종이에 글씨를 쓰고 발달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전자문서를 남길수 있는 요즘을 떠올리면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대목이다.
얼마나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생생하게 그려낸 사마천의 사기를 저자만의 동양고전 독법을 통해 생산성있고 재미난 경영 리더십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고로 과거의 선인과 현재의 거장들을 이어주는 책 속에서 그들을 만나는 기쁨이 남다를수 밖에 없었다.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상상력이 유별난 이 책의 즐거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책에서 얻은 지혜를 어떻게 자신과 접목시켜 발전시켜야 할까란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이 책은 자기경영, 섬김, 인재경영, 변화경영, 윤리경영이라는 5가지의 리더십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이 중에서 강연회에서 자기경영의 모티브는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란 주제로 설명한 내용을 떠올려봤다.
물질에 투자한 것이 재테크라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자기계발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일 것이다.
처음부터 리더십을 갖출수는 없다. 먼저 나를 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일이고 나의 그릇이 어떠한 형태인지를 찾는 수행이 우선이다.
나의 투자를 통해 내가 무엇을 할수 있고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하게 알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판단할수 있는 힘이 생긴다.
리더십의 시작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먼저 성실성을 인정받는 것이며 사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가 인간을 이끌수 없듯이 교감하는 감정의 끈이 신뢰를 형성한다. 리더십의 시작은 자기경영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겠다.

3장 내 사람을 얻다 편에서 마땅함의 기준을 들어 설명한 예가 있는데 중용의 미덕에서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중용의 미덕은 공자의 고기양단이란 개념을 들어 "대립되는 논리의 양극단을 다 두드려 본다"인데 공자는 소정묘를 주살한 일이 그에게 마땅한 일이었음을 주장한다. 원래 중용의 의미를 사물의 가운데쯤, 평균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터, 막대 저울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임을 새롭게 알게 됐다. 

"묵묵히 이해하고 마음에 녹여 담아둔다"는 묵식심융이란 표현을 알게 됐다. 박학다식에 속지 않고 지식이 들어오면 눈처럼 녹아 마음에 담겨 진정한 자신의 것으로 소화되고 체화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이 말을 좋아하게 됐다. 배움이 늘 정신의 일부가 되어 생활 속에서 체화하며  막대 저울의 균형을 찾아내려는 마땅함의 기준을 갖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자기경영의 리더십인데, 참된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외향성을 찾아 변화하기를 고집하지 말고 내양성의 장점을 강점화시키라는 저자의 조언을 떠올려봤다. 고전을 통해 과거 선인들의 모습들을 통찰함으로써 각성의 기회를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확실하게 찾기 위해서는 또다른 고행이 필요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강점 찾기는 피드백 분석을 통해 실제 일어난 결과와 자신이 기대했던 바를 비교 분석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 얘기했듯이 변화의 목을 한번에 내려치지 못하면 도리어 당하기에 스스로 변화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 하는 방식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뿌리깊이 새기고 싶다.
고전을 현대의 인문과 경영에 접속한 저자의 담백한 어조가 조용히 내안에 잔잔한 메아리를 남긴다. 나도 언젠가 고전을 나만의 온전한 시각으로 재해석할수 있는, 그래서 실 생활에서 체화된 삶을 살아가고픈 소박한 열정을 소원한다. 


<인상깊은 구절들>
 
사람은 일종의 그릇이다. 태어날 때 그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결정되어 있는 초벌구이 같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그 그릇을 몇번 다시 가마에 구워 깨지지 않도록 단련하고, 좋아하는 색깔로 채색하며, 일상의 손때를 묻혀 훌륭한 자기로 완성해 가는 것이다.(33쪽)

리더는 자신의 어깨가 얼마나 많은 짐을 질수 있는지 가늠하고, 스스로 역량을 키우며, 좋은 사람을 얻어야 주어진 배역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아는 것, 이것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첫번째 기초다.(43쪽)

훌륭한 인재들은 배움에 있어 노력과 학습이라는 자기 책임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훌륭한 실천성을 가지고 있다. (50쪽)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다루어 온 인류의 유산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실용성, 경영의 인간화라는 인문과 경영의 접점에서 인간이 그 타고난 기질과 재능에 맞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수 있도록 만들어줌으로써 최고의 성과를 얻어 내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121쪽)

집에 있으면서 회사를 잊지 않고, 회사 일을 하면서도 그 일신도 잊지 않는 사람이 좋은 일꾼이다. (131쪽)

변화가 전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일단 싸우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승리야 말로 증거가 되어 스스로를 설득하고 다른 사람의 동의와 참여를 얻어 낼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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