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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이 책이 처음 나오던 날 즈음 저자의 출판 강연을 기념하는 강연회에서였다.
그때 처음으로 멀리서 저자 구본형 선생을 만났고 인자한 눈빛 속에는 갈무리한 안광이 번뜩이는 리더십의 정수를 체화한 듯 보였다.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얻게 되었고 "미래를 이끄는 사람은 과거를 창조적으로 활용한다"는 번뜩이는 재치는 역사란 결국 반복의 체험이고 과거의 유산에서 현대에서 살아가야 할 가치 이상의 무엇인가를 얻길 소원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는 찾으려 노력하면 그런대로 쉽게 알수 있고 일부는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나 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경영과 리더십을 접목시키고자 탄생한 이 책은 읽을수록 거듭 탄성이 나오지 않을수 없었다.
저자가 의도하고자 하는 정수를 이해하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난 이 책을 통해 과거를 통해 배우되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기술을 열렬히 소원하게 됐다. 어렵다고 내 팽개친 과거의 이야기를 고전이라 칭한다면,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고전을 통해 자기계발의 모티브를 찾고 의미를 곱씹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원대한 동기 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갈망했다.
이 책은 구본형의 동양고전 읽기라 칭해도 좋을듯 싶다.
사마천의 사기만 하더라도 아직 종이가 발명되지 않던 시절 대나무 판에 한문 50여만 글자를 칼로 새기고 옻으로 칠해서 만든 책이다.지금은 종이에 글씨를 쓰고 발달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전자문서를 남길수 있는 요즘을 떠올리면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대목이다.
얼마나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생생하게 그려낸 사마천의 사기를 저자만의 동양고전 독법을 통해 생산성있고 재미난 경영 리더십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고로 과거의 선인과 현재의 거장들을 이어주는 책 속에서 그들을 만나는 기쁨이 남다를수 밖에 없었다.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상상력이 유별난 이 책의 즐거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책에서 얻은 지혜를 어떻게 자신과 접목시켜 발전시켜야 할까란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이 책은 자기경영, 섬김, 인재경영, 변화경영, 윤리경영이라는 5가지의 리더십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이 중에서 강연회에서 자기경영의 모티브는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란 주제로 설명한 내용을 떠올려봤다.
물질에 투자한 것이 재테크라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자기계발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일 것이다.
처음부터 리더십을 갖출수는 없다. 먼저 나를 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일이고 나의 그릇이 어떠한 형태인지를 찾는 수행이 우선이다.
나의 투자를 통해 내가 무엇을 할수 있고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하게 알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판단할수 있는 힘이 생긴다.
리더십의 시작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먼저 성실성을 인정받는 것이며 사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가 인간을 이끌수 없듯이 교감하는 감정의 끈이 신뢰를 형성한다. 리더십의 시작은 자기경영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겠다.
3장 내 사람을 얻다 편에서 마땅함의 기준을 들어 설명한 예가 있는데 중용의 미덕에서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중용의 미덕은 공자의 고기양단이란 개념을 들어 "대립되는 논리의 양극단을 다 두드려 본다"인데 공자는 소정묘를 주살한 일이 그에게 마땅한 일이었음을 주장한다. 원래 중용의 의미를 사물의 가운데쯤, 평균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터, 막대 저울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임을 새롭게 알게 됐다.
"묵묵히 이해하고 마음에 녹여 담아둔다"는 묵식심융이란 표현을 알게 됐다. 박학다식에 속지 않고 지식이 들어오면 눈처럼 녹아 마음에 담겨 진정한 자신의 것으로 소화되고 체화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이 말을 좋아하게 됐다. 배움이 늘 정신의 일부가 되어 생활 속에서 체화하며 막대 저울의 균형을 찾아내려는 마땅함의 기준을 갖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자기경영의 리더십인데, 참된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외향성을 찾아 변화하기를 고집하지 말고 내양성의 장점을 강점화시키라는 저자의 조언을 떠올려봤다. 고전을 통해 과거 선인들의 모습들을 통찰함으로써 각성의 기회를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확실하게 찾기 위해서는 또다른 고행이 필요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강점 찾기는 피드백 분석을 통해 실제 일어난 결과와 자신이 기대했던 바를 비교 분석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 얘기했듯이 변화의 목을 한번에 내려치지 못하면 도리어 당하기에 스스로 변화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 하는 방식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뿌리깊이 새기고 싶다.
고전을 현대의 인문과 경영에 접속한 저자의 담백한 어조가 조용히 내안에 잔잔한 메아리를 남긴다. 나도 언젠가 고전을 나만의 온전한 시각으로 재해석할수 있는, 그래서 실 생활에서 체화된 삶을 살아가고픈 소박한 열정을 소원한다.
<인상깊은 구절들>
사람은 일종의 그릇이다. 태어날 때 그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결정되어 있는 초벌구이 같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그 그릇을 몇번 다시 가마에 구워 깨지지 않도록 단련하고, 좋아하는 색깔로 채색하며, 일상의 손때를 묻혀 훌륭한 자기로 완성해 가는 것이다.(33쪽)
리더는 자신의 어깨가 얼마나 많은 짐을 질수 있는지 가늠하고, 스스로 역량을 키우며, 좋은 사람을 얻어야 주어진 배역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아는 것, 이것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첫번째 기초다.(43쪽)
훌륭한 인재들은 배움에 있어 노력과 학습이라는 자기 책임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훌륭한 실천성을 가지고 있다. (50쪽)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다루어 온 인류의 유산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실용성, 경영의 인간화라는 인문과 경영의 접점에서 인간이 그 타고난 기질과 재능에 맞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수 있도록 만들어줌으로써 최고의 성과를 얻어 내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121쪽)
집에 있으면서 회사를 잊지 않고, 회사 일을 하면서도 그 일신도 잊지 않는 사람이 좋은 일꾼이다. (131쪽)
변화가 전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일단 싸우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승리야 말로 증거가 되어 스스로를 설득하고 다른 사람의 동의와 참여를 얻어 낼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