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린다 스펜스 지음, 황지현 옮김 / 고즈윈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자서전을 연상하면, 인생 말년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의미가 컸으나, 요즘에 이르러 자신을 성찰하는 의미에서 자서전적 의미가 더욱 세련되어 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과거를 영사기에 필름을 돌리듯, 천천히 돌이켜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나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에 관 이야기나 글, 책, 영화를 보면서 살아가는 시간이 많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간에 나는 사회가 입혀준 각종 신분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들을 꾸준히 읽고 있으니 말이다.
여행가서 남는게 사진밖에 없다란 말을 종종 하는데, 사진이 남긴 이미지가 우리가 추억하는 과거의 기록인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해내고 싶을 좋은 추억들도 희미하게 빛바래진다. 이 책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은 인생이란 긴 필름을 계속 재생시켜 과거의 나를 잊지 않고 현재의 나를 만들며 미래의 나를 꿈꾸는 확실한 동기부여에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신을 상상하는, 연상 질문법 480개로 구성된 이 책은 쉽게 쓰여졌고 쉽게 읽혀진다. 480개가 모두 자신과 관련있는 질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물음표로 끝나는 질문을 보면서 난 답변을 하고 싶어졌고 그런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진다.
알이 세계였던 새가 알에서 깨어나 하늘로 날아가는 아프락사스처럼, 나도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고 소통을 갈구하는 처지가 됐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을 가두는 진실이란 창구가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기록하는 의미는 일기처럼 나를 위한 소중한 기록이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 한권의 앨범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행위처럼, 나의 자서전 또한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게 됐다. 이 책은 출생과 어린시절, 청소년기, 20대와 30대 어른이 되어, 결혼생활, 부모가 되어, 중년으로 접어들어,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어, 노년을 보내며 라는 자연스런 시간의 순서대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할수 있도록 되었다.

철몰랐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서 부모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잘한 기록을 담은 노트가 없었다는 것이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즐거웠던, 기뻤던, 소중히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한 불빛처럼 깜빡깜빡 잊어버린다. 막 지하철이 떠나버린 승강장에서 들리는 안타까운 탄성처럼 절절한 아쉬움은 이제 뒤로 하자.
잊고 싶지 않은 지난 기억들과 앞으로 나의 자서전에 담을 소중한 미래를 위해 이 책에서 질문하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 보련다. 올해 나의 자서전이란 한권의 책을 써낼수 있다면 전적으로 이 책의 공이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질문 중에 하나씩 골라 글을 써보았다.

나의 출생과 어린시절
- 어린 시절 집주변을 돌면서 가장 좋았던 장소를 묘사해 보라.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대전에 살았을때, 난 매일 학교에서 오면 뒷산 시냇골짜기로 가서 개구리와 올챙이, 가재나 메뚜기등을 잡으러 다닌 기억이 난다. 졸졸 흐르는 차가운 시냇물에 발을 담구고 가재를 잡으러 다니거나 겁도 없이 들쥐를 잡아 뱅뱅 돌리며 던지는 놀이를 하는 등 천방지축이었지만 시멘트가 땅을 덮은 요즘의 현실에서는 내 아이에게 그런 추억을 물려줄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때의 추억이 강한 각인이 되었던지, 내 아이에게 자연을 만지고 체험할수 있게 배려해주고 싶다.

청소년기
- 학교 수업말고 참여했던 다른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고등학교때 사진반 클럽 활동을 했었다. 무한대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이 클럽에서 난 3기였고 10기를 넘어 학교에서 모든 클럽을 없앨때까지 자랑스런 추억의 전통이 됐다. 사진 또한 렌즈를 통해 인식한 세상의 진실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으니, 난 어쩌면 글쓰기 이전에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트에 몰입했는지도 모른다. 매년 클럽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멋지게 차려 입고 뭇 사람들 앞에서 내가 찍은 사진작품을 소개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리고 사진을 놓고 격렬하게 토론하던 그때의 친구와 선,후배들.. 그때가 그립다.

20대와 30대
자신의 첫 직장에서 돈은 얼마나 받았는가?
학교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통신 제조업체에 입사를 했다.
첫달에는 47만원을 받았고 둘째달에는 62만원을 받았다.
IMF이전에는 야근에 특근수당을 합치면 거의 100만원까지 받다가 IMF이후로는 수당이 없어지면서 60만원으로 동결됐다.

결혼생활
결혼이후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서로가 좋아서 결혼했고 갖지 못한 서로의 좋은 점을 보면서 진정한 나의 반쪽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오히려 서로 다른 각자의 반쪽을 포옹하는 마음을 갖기 어려웠다. 서로가 가진 편견에 주장을 내세우고 고집을 세우게 됐다. 장점보다는 단점을 의식하고 상대방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이 발동한 탓이라 생각한다.
맞벌이와 척박한 육아 환경 속에서 고전분투를 하다보니 아이가 생긴 이후 공동의 취미가 없었다.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숨을 튈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다시 예전에 사랑하던 사이로 돌아갈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아서 참 다행스럽다.

부모가 되어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아이가 막 4살이 되었을때 개구리 아빠가 황소 흉내를 내다가 배가 터져 죽은 동화책을 읽고 조그만 공을 내 배에 넣고 시연했던 적이 있었는데, 막중한 아랫배를 자랑하는 할아버지 배를 만지더니 공이 어디갔냐며 두리번 찾은 기억이 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