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기의 햇빛
두 갈래의 시간
두 편의 꿈
두 번의 돌아봄
두 감정
두 사람
두 단계
두 방향
두 가지 사건만이 있다.
하나는 가능성
다른 하나는 무(無)

그때, 그날, 산책


그때 참 추운 겨울이었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산책을 했네
그날 큰 눈이 내렸네
살얼음만으로 적설을 견디는 호수
더러운 땅을 기억하는 발자국들
길 끝의 작은 잿빛 점은
우리를 기다리는 큰 개였네
공원에는 유명한 가수가 묻혀 있었네
"그 어떤 따스함이 세상을 감싸리"

그의 노래는 빛나는 명성을 남겼으나
무덤 위에 죽은 꽃들의 잔인이 가득했네
그날 큰 눈이 그치고
쌓인 눈은 조금씩 얼음의 두께를 더했네
다음 번 내릴 눈에 대해
호수는 걱정을 덜었으나
그때 우리의 심약한 마음은
미래를 자주 떠올리며 쩡쩡 금이 갔네
그때 참 짧은 연애였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산책을 했네
그날 큰 눈이 내리다 그쳤네
그날 큰 개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네
우리의 마지막 산책이었네
그때는 알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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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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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을 땐 하루 종일 집이 너무 넓어져. 자연히 그렇게 돼. 살 수가 없다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뇌는 죽어가는 동안 더 빨리 기능한다고 한다. 마치 운동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폭발하면서 뇌의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바람에외부 세계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으로 인식되기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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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는 꿈을 꾸는 사람과 꿈을 이룬 사람의모습을 다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 날아오르려는 꿈을 꿀 때는그의 몸도 깃털처럼 가벼웠을 거야. 이카로스가 바다에 떨어져죽은 건 태양 때문에 날개의 밀랍이 녹아서가 아니라, 꿈을 이룬 그의 몸이 더 높은 곳으로 날고 싶은 욕심으로 무거워졌기때문일 거야.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파도가 쉴 새 없이 절벽에 와 부딪쳤다. 절벽에 몸을 부딪쳐 멍이 든 것처럼 그 바다는 검푸른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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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목련이, 벚꽃이 축제를 벌이는 양 피어나고 있었지만 나의 봄은 또 다른 이유진 때문에, 땅바닥에 떨어져 짓밟힌 꽃잎처럼 초라하고 슬프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삶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추락하는 외줄타기 같다.

 아픈 사랑을가슴에 품고 있는 내겐 새로 돋는 잎이 꽃의 눈물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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