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고향에서 혼자 죽음을 바라보는 일흔이 어머니에게


하나만 사랑하시고
모두 버리세요

그 하나
그것은 생(生)이 아니라
약속이예요

모두가 혼자 가지만
한곳으로 갑니다
그것은 즐거운 약속입니다 어머니

조금 먼저 오신 어머니는
조금 먼저 그곳에 가시고

조금 나중 온 우리들은
조금 나중 그곳에 갑니다

약속도 없이 태어난 우리
약속 하나 지키며 가는 것

그것은 참으로 외롭지 않은 일입니다

어머니 울지 마셔요

어머니는 좋은 낙엽이었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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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아무 능력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서, 정말 설레는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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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꽃잎 사위기 전에 
재회(會)를 기약하네.
남 몰래 고우신 아가씨,
 부디 나를 잊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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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눈이 없어서 나를 볼 수가 없고, 아버지는 눈이 있어도 나를 보지 못해요. 나도 아버지처럼 된다면, 머지않은미래에 그 남자와 나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로 지나쳐 가 는 날이 올 거예요. 그러기 전에, 아직 내가 나 자신으로 있을이 때,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좋아할 거예요. 내 자존심을 아끼는건 그다음으로 미룰게요. 나에게는 오늘이 많이 행복한 날이었 거든요. 처음으로 그 사람이 먼저 찾아와 준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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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 종 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에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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