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들어왔으면 자기는 어느 강줄기에 속한다고 말하는 이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름 붙일 수 없는 큰 물건이 되라고 하는데도, 지난날의 작은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얼마나 가련한가?
죽음이 나를 털려할 때 빈 주머니여서 큰 웃음이 나도록 살아가라. 우리가 생겨날 적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빈 주머니라 한다. 그리고 가까이 갈수록 긴 여정의 피곤이 가셔진다. 그리고 여정이 끝나는 날, 대문을 열고 들어가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하는 학생의 기쁨을 얻으리라.
종교는 인생의 허탈에서 시작해 해탈에 이르는 여정이다. 무의미를 탈출하여 무아에 도달하는 장도이다. 공허를 헤어나와 허공으로 들어가는 순례이다. 다시 말해, 종교는 자아 발전의 씨가 떨어져 자기 초월의 꽃을 피우는 과정을 이름한다. 이를 존재의 뿌리와 날개라고도 한다.
- 곽노순 목사, 도서출판 네쌍스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