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로 돌아가다
서정주 지음 / 미래문화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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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마 한국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를 묻는다면 윤동주의 <서시>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가장 많이 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친일, 친독재 행각에도 불구하고 그는 많은 문인들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한국 시문학사에서 단연코 최고로 꼽히는 것이다.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천재적인 시인이었음에 틀림없는 것이다.

  미당은 시를 많인 쓴 시인에 속하기도 한다. 윤동주가 100편에 약간 못미치는 시집 하나로 최고의 시인중에 한 명의 반열에 올랐다면, 그는 60년에 넘는 기간 동안 900편 이상의 많은 시들을 써냈으며, 그의 시들중에는 수작이 대단히 많다. 그의 시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이러한 결실을 맺게된 것이며, 이는 우리 문학사의 보배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의 시는 대표작이 따로 없을 정도로 시를 잘 쓴 천재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꽃을 소재로 쓴 작품들은 미적으로 매우 뛰어난 성취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밀어>, <국화 옆에서>, <꽃>, <목화>, <산사꽃>은 대단히 아름다운 작품이면서, 뛰어난 운문성을 보여 암송하기에도 매우 좋다.

  그의 시들이 가지는 뛰어난 운문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이 <동천>이라고 할 수 있다. 5절로 되어있는 이 시는 님에 대한 사랑을 자연물인 매서운 새도 알아준다는 내용의 작품이며, 길이도 매우 짧아서 이 시를 외우고 있기도 하다. <귀촉도>나 <국화 옆에서>같은 시들도 운문성이 뛰어나며, '시'라는 글쓰기가 가질 수 있는 미적 성취의 최고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에서는 미당의 대표작들을 거의 모두 만날 수 있다. 다만 워낙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바다>나 <역사여, 한국 역사여>등과 같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들이 실리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 하겠다. 시들의 시어는 모두 현재의 표기법으로 고쳤으며, 해설이나 참고자료, 연보가 따로 있지 않은 말그대로 시집이라 할 수 있다. 한자에 음을 달아놓은 것과 가격이 싼 것도 장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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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서정주

  내 너를 찾아왔다....... 유나.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더냐. 유나, 이것이 몇만 시간 만이냐. 그날 꽃상부 산 넘어서 간 다음 내눈동자 속에는 빈 하늘만 남더니, 매만져 볼 머리카락 하나 머리카락 하나 없더니, 비만 자꾸 오고...... 촉불밖에 부흥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천린지, 한번 가선 소식 없던 그 어려운 주소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 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 앉아 유나! 유나! 유나!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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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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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나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의 작품이 한국의 출판계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키친>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뷔작이기도 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한국에 널리 알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세 편의 중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앞의 두 소설은 연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뒤의 마지막 소설은 앞의 두 편과는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하지만 세 소설 모두 등장 인물들이 처하는 상황과 주제 의식이 비슷하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유사성이 존재한다. 즉 작가는 세 소설을 통해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전달하려고 하는 중심적인 메세지는 '상처의 극복'이라고 할 수 있다. 앞의 두편인 <키친>과 <만월>에서는 마지막 가족인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와 트랜스젠더 어머니 에리코를 잃은 유이치가 등장한다. 둘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 상처를 극복하고 있다.

<키친>이라는 단편에서는 가족을 모두 잃은 미카게가 마지막 피붙이인 할머니를 잃으면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유이치가 자신의 집에서 살아도 좋다면서 미카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게 된다. 유이치의 집에서 살면서 유이치와 에리코의 과거를 알게되고, 같이 음식도 해먹으면서 서로가 친해지게 된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가족을  잃은 슬픔의 앙금을 씻어내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잘 통하고 감싸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부엌은 바로 미카게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데, 아마도 사회 생활과 삶, 그리고 가족관계 또는 인간관계의 근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지 않나 생각된다.

이어지는 중편인 <만월>에서는 유이치의 어머니인 에리코가 갑작스럽게 피살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황이 바뀌어서 이번에는 유이치가 슬픔에 빠지는 것이다. 이 때 유이치가 미카게에게 같이 살았으면 한다는 말이나 같이 음식을 배부르게 직접 해 먹는다거나 하는 장면들은 그들이 가족을 잃은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에는 지방 취재를 나온 미카게가 돈까스 덮밥을 유이치가 먹을 수 있게,  유이치가 있는 먼 숙소까지 직접 찾아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돕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소설인 <달빛 그림자>에서도 남자 친구 히토시를 잃은 하츠키와 형 히토시와 여자 친구 유미코를 잃은 히라기가 나온다. 하츠키는 충격으로 불면증에 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벽마다 조깅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만나는 신비한 인물인 우라라가 등장하는데, 이 우라라가 그들의 상처를 극복하게 하는 결정적인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우라라는 하츠키가 히토시의 환영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과거의 추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힘을 얻도록 한다. 히라기도 그와 비슷한 유미코의 환영을 보고, 그 환영이 그녀의 유품인 세일러복을 가지고 감으로써 과거의 짐을 덜게 된다. 또한 히라기는 하츠키가 아플 때 병문안도 가는 등 서로 친밀감을 느끼는 것으로 그려진다. 여기서도 서로가 의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함으로써 삶의 아픔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게 되지만, 그러할 때마다 우리는 움츠러들고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소설을 통해 반성하는 것은, 그러할 때에 더욱 가슴을 펴고 도움을 요청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는 그런 소통 관계를 통해서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수업 리포트를 써야하는 관계로 이 책을 읽어야 했는데, 대체로 깊이가 부족하지 않나 생각된다. 뭔가 특별한 인식이나 성찰을 기대했었는데 기대가 컸는지 실망스러웠다. 분량이 많지 않고 쉽게 잘 읽히며, 풍경 묘사가 뛰어나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것 같다. 메세지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아쉬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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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 - 불교 최초의 경전
법정 옮김 / 이레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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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이 <도올, 인도를 가다>에서 불교 강의를 하면서 소개, 인용한 책이라 덥석 구입한 책이다. 또한 법정이 옮긴 것도 그러하거니와 불교 최초의 경전이라는 점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책의 구성은 짧은 글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짧은 글들은 다시 전부 합쳐 1149개의 구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굳이 예를 들자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같이 산문과 운문이 혼합된듯한 느낌을 준다. 각각의 구절들은 대부분이 5줄이 되지 않는 짧은 문장(들)으로 되어있으서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하는 구절을 들은 적이 있을텐데, 그 구절이 바로 이 경전에 등장하며, "뱀이 허물을 벗듯"과 같은 익숙한 비유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경전이 시와 같은 느낌을 준는 것은 비유와 은유, 반복과 대구와 같은 수사법이 빈번히 사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시적인 표현법을 사용한 것은 아마도 초기 불교 수도자들이 경전 전체를 암송하기 쉽게 운문 형태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독송하거나 외우면 또 다른 맛이 살아난다.

내용을 살펴보면 싯다르타가 여러 사람을 만나 나눈 대화와 교훈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성 종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신화적인 표현이나 신격화, 이해할 수 없는 선문답은 거의 없다. 우리가 살면서 주의하고 배워야할 교훈들이 싯다르타와의 대화를 통해 쉬운 언어로 등장하고 있을뿐이다. 마지막에는 주석도 있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적지 않은 독자들이 어려운 불교 해설서를 사놓고 조금 읽다 포기했으리라 믿는다. 어려운 내용 때문에 가슴에 와닿는 바도 적었을 뿐더러, 불교에 관한 흥미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대단히 쉬운 내용과 선명한 표현들, 아름다운 운문형식의 교훈들이 우리의 가슴을 충분히 물들일 것이다. 불교 초기의 순수하고 사변적이지 않은 모습들을 보고 싶다면, 그리고 거기서 영혼의 아름다운 양식을 얻고 싶다면 이책을 읽어야 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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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입문
이상돈 지음 / 법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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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양 과목의 교재로 쓰여서 샀던 책인데, 법학의 입문서로서 꽤 괜찮은 책인듯하다. 차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 1 부  법의 임무
[1] 법과 정의
[2] 민주적 법치국가와 법공체의 조직화

제 2 부  법의 발전
[3] 법체계의 역사적 발전
[4] 자유주의적 법모델
[5] 사회국가적 법모델
[6] 절차주의적 법모델

제 3 부  법의 기초제도
[7] 계약
[8] 불법행위와 손해의 전보
[9] 범죄와 형벌
[10] 소송의 원리

제 4 부  법과 도덕 경제 정치
[11] 법과 도덕
[12] 법과 경제
[13] 법과 정치

제 5 부  법의 적용
[14] 법률적 삼단 논법
[15] 법률의 해석

제 6 부  법의 미래
[16] 현대사회와 법
[17] 법의 미래

다양한 예와 정확한 개념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으며, 활자가 큰 편이라 읽기에 불편하지 않은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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