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위해서 책을 읽기는 읽는데, 도대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고전을 위주로 읽어야 하나? 아님 최근 나온 서적들을 위주로 읽어야 하나? 픽션과 논픽션의 비율은? 올바른 독서를 통한 세상 읽기는 이러한 질문들을 거쳐가야만 온전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우주의 물리적 법칙을 알려고 한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서적을 들출 필요가 있을까?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꼭 읽어야 하나?

이런 식의 질문들은 인문 사회학에도 대체로 적용된다. 이 복잡한 경제 상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시작으로 공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국부론 보다는 맨큐의 경제학을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 철학은? 칸트와 데카르트를 거치지 않고 철학을 공부했다 할 수 있는가? 사실 방금의 질문은 나에게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 나는 칸트와 데카르트를 알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인간 사회를 비롯한 우주 만물의 운행 원리이다. 그것은 물리 법칙일 수도 있지만 생물학적 지식일 수도 있고, 인문 사회학적 통찰일 수도 있다. 칸트나 데카르트는 인간 사고의 역사적 흐름을 알기 위한 통로일 뿐이다. 철학이 200~300년씩 지속되는 과학 법칙이 아니라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오래전의 철학들을 공부해야하는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오늘날의 더 복잡한 인간사에서 더 정교하고 훌륭한 철학과 과학이 발전중인 것이다.

결국 고전이라는 것은 오늘의 사고를 존재하기 위한 밑바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들이 현재에도 유효하다면 그 핵심만을 추려내어 정리하면 그만이다. 그 오래 전의 지식들에 일일이 매달릴 필요는 없다(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면). 경제학은 국부론이 아닌 맨큐의 경제학으로, 물리학은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아닌 Serway의 Principles of Physics로, 철학은 철학 사상사나 철학 개론 서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족한 것이다. 지식과 통찰은 종교가 아니다. 인간의 사고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매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그리고 최소 모든 과학 분야에서 나는 과거의 천재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그토록 인간의 지식은 계속 발전 중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아담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를 읽고 경제학을 알았다고 하는, 혹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자들의 철학을 공부하고 자연 법칙을 알아냈다고 하는, 그도 아니면 칸트와 데카르트를 읽고 인간의 사고와 윤리 법칙 및 철학적 사고(?)들을 이해했다고 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말자. 뉴턴이 아인슈타인한테 개박살 난 역사를 기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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