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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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양을 위한 경제학'이라는 서평 제목을 선택한 것은, 이 책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일반인들의 교양을 위한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교양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는 각자 사람마다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는 교양이라는 용어를 정의하는데에 있어서 김규항(<B급 좌파>의 저자)의 의견을 따르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교양은 사회적 분별력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다양한 일들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가운데 여러가지 행동 양식과 지식을 요구 받는다. 그러한 행동 양식과 지식을 습득히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히 피곤하고 손해보는 '장사'인데, 그 이유는 우리가 이 사회를 유지하고 가꾸어 나가는데에는 여러 종류의 지식과 기본적인 사회적 규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지식과 사회적 규범을 우리가 습득하지 않느다면 개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와 예측성은 현저하게 낮아질 터이고, 그렇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극단적인 무지의 세계에서 야만의 삶을 살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여러 경로의 교육을 통하여 이 사회의 운영 원리를 알아야 하는데, 경제학은 그 중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은 부언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이 사회와 그 구성원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력은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올바른 사회적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사고 방식이 절실하게 요청된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수 없이 많은 경제적 거래를 하고 있을뿐더러 앞으로는 더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신문과 방송에서는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현실 경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와 사회, 문화와 교육 등 사회의 각 분야 중에서 경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하나도 없다.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현상, 특히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라는 축을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식인이나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자신들 주위의 경제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경제 교양서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 책의 가치는 그러한 필요를 채워줌에 있다. 다른 경제학 개론서와는 달리 어려운 용어나 수학 공식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있으며(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각종 도표와 통계자료, 이해하기 쉬운 그래프와 현실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경제학 개론서에 등장할만한 기본적인 이론을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그 이론을 바탕으로 여러 매체의 경제 보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좋은 사례를 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따로 짧게 정리하고 있으며, 중요한 개념은 정확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 유시민의 시각은 대체로 삐딱하다. 책의 여러 곳에서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을 비꼬고 있다. 그는 경제학의 근본 토대인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는 기본 가정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학은 엄밀성을 가지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원시적인 학문이라는 말도 심심지 않게 나온다. 주류 경제학이 가지는 학문으로서의 불완전함과 모순을 그는 철저히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교양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정치적 현상을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개인의 행위로 이해하려는 경제학적 사고를 가르쳐준다는 데에도 존재한다. 제 2 부의 '지역주의 정치경제학'과 '새만금 사업과 외부효과', 그리고 '합리적 다수결은 없다'는 아마도 그러한 정치 경제학적 사고 방식을 나타내는 부분일 것이다.

우리 각자가 경제 현상을 이해함으로써 조금 더 올바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여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써 사회적 분별력이 증진되고 결과적으로 교양 수준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겠다.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는 경제 현상의 이해를 통해서 사회적 분별력을 높이는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제학 개론 이상의 경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고 더 높은 수준의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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