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실 정치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지난 16대 대선 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지금은 하루에도 1~2시간은 반드시 신문을 읽는데 할애하고 있는데, 물론 그 시간들의 대부분은 정치기사를 읽는데 쓰고 있다. 그런데 정치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정치판은 사람 잡아먹는 블랙홀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정치인들 모두가 무뢰한이나 시정잡배가 아닐텐데, 언론에 비치는 정치인들은 나라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이든 서슴지 않는 반민중적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 아마도 정치인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을거라 예측하고 있으며, 국민들이 상당히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이러한 정치판에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단히 특이한 존재이다. 요즘은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라는 책을 정독하고 있는데, 그의 사고의 치밀함에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신문말고도 토론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는데, 유시민을 능가하는 토론 능력을 가진 사람은 단연코 없다고 생각된다. 남경필이나 노회찬 정도가 그나마 달변에 속하는데, 남경필 의원은 그 달변에도 불구하고 지식과 철학의 빈곤으로 형식 논리에 치우친 감이 있으며, 노회찬씨는 촌철살인의 비유와 풍자는 유 의원을 능가하지만 역시나 지식의 풍부함과 논리의 정밀함, 치밀함은 유시민 의원에게 못미친다고 개인적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아마도 학생운동 시절 자신의 또래들과의 수 없는 토론 경험을 쌓았으며, 잠시도 쉬지않을 정도로 책벌레인데다, MBC 100분 토론을 인기 시사 프로그램의 대열에 올려 놓은 그의 노력과 경험, 그리고이력 때문이리라.
그의 책뿐만이 아니라 정치활동도 지적인 상상력은 유감 없이 발휘된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차기 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원 간의 경쟁이 가열되자 동반 입각이라는 아이디어를 내어 여권의 분열을 누그러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해찬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는데 있어서 유 의원과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설들이 나도는 것으로 보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당을 넘어서 대통령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정확한 사실 관계는 아니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 그럼 말들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보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당내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골수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말들을 하고 있다.
나는 그가 나오는 숱한 토론 프로그램들과 라디오 프로, 연설 VOD를 보고 상황을 분석하는 탁월하고 균형잡힌,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맞도록 유도하는 그의 놀라운 판단 능력에 깜짝놀라곤 한다. 그는 유머 감각 또한 매우 탁월한데, 유머감각만을 고려한다면 노회찬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노회찬 의원의 언변은 촌철살인의 비유와 풍자에 그 가치가 있다). 때로는 비꼬고 냉소적이며, 또 가끔은 독설을 퍼붓기도 하면서 그는 야당의원들을 끝까지 물고늘어져 패배 선언을 받아내고 마는 그야말로 언변과 지식의 달인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권자들이 유시민 의원이 발하는 정치적 신선함에 새로운 희망을 느겼으리라 생각된다.
그러함에도 나는 그가 대통령감인지는 장담을 할 수가 없다. 대통령을 하기에는 너무나 자유스러운 성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념적 진보도 아니면서 노골적인 보수에는 반대하는, 그러면서 사상의 완전한 자유와 주장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보편적 성향으로는 대통령이 되기 힘들지 않을까한다. 즉 골수 매니아를 확보하더라도 더 많은 지지층으로 외연을 확대하기에는 그는 너무 '불온한' 자유주의자인 것이다. 또한 그는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으며, 상대를 깔보고 적대시하는 버릇이 종종 드러나고는 한다. 자신이 말한대로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완전히 관용되지 않는 불온한 주유주의자인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나의 지지 정당인 열린우리당의 이데올로그로서 어려운 정치적 현안들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분석할줄 알며,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TV에서는 특유의 유머로 나를 항상 웃겨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소신이 매우 뚜렷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그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는 분명 소신과 철학을 겸비한 훌륭한 정치인이며, 그러하기에 그는 곧 슈퍼 정치인이 될것임이 틀림없고(벌써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전파하는 많은 정치적 비전들은 사회의 곧곧에 뿌리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