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박완서 작가의 어릴적에 대한 회고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그녀의 많은 소설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작가 자신의 어릴적 경험 중에서도 특히 광복을 전후한 국민학교 이전 시절부터 서울대 문리대를 다닐 때까지를 소설로 그려내고 있다.

  나는 박완서씨의 단편 소설 <엄마의 말뚝> 1편과 2편을 읽었는데, 이 소설과 겹치는 부분이 대단히 많다고 느꼈다. 대단히 많은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말뚝을 풀어서 조금 고쳐서 쓴 소설이 이 소설이 아닌가 판단되는 것이다. 그러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당시 광복을 전후한 한국의 실상과 시대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작가의 과거뿐만이 아니라 작가의 삶에 녹아 있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동시에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광복의 직전에는 '신여성'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었는데, 소설의 주인공인 박완서의 어머니는 작가를 신여성으로 만들겠다며 서울로 데려가서 국민학교를 다니게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또한 대동아 전쟁의 와중에 자신의 오빠가 일제에 징용될 뻔 한 이야기와 경기고녀와 서울대를 입학하는 에피소드, 6.25 전쟁을 맞은 일 등을 그리고 있다. 특히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와 오빠를 자세히 묘사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엄마의 말뚝>에서는 이 소설과는 달리 자신의 어머니를 중점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어머니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나 자신의 시각이 너무 정치와 역사에 굳어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이 책을 읽고난 지금 드는 생각이다. 작가의 일대기를 읽으면서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 당시의 급박한 정세를 거치면서 성장했던 한 인간의 일대기가 이다지도 간절히 가슴에 박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자기 자신의 삶을 단순히 나열하여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아닐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오빠가 등장하는 가족사를 통하여 우리의 근현대 민족사, 나아가 우리가 형성한 지금의 현실의 바탕을 말하려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언제든지 삶과 현실, 사회와 인간의 내면을 말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독자들도 이 소설을 그러한 바탕위에서 읽어야 할 터이며, 한 사람이 말하는 가족사를 통하여 우리 민족이 거쳐야만 수난과 아픔의 역사를 읽지 않으면 아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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