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쎈연필 > 이 세상에 둘밖에는 아무도…


미하일 폰 지치, 달콤한 꿈

윗옷을 벗자 침대로 옮겨가 커다란 빵 속을 파고드는 개미처럼 서로의 몸속을 파고든다. 처음엔 몸으로 서로의 선을 느끼고 다음은 서로의 부피를 느끼고 다음엔 서로의 높이를 느끼며 다음엔 서로의 깊이를 느낀다. 사랑해요……. 난 당신이 너무 좋아요…… 당신이 너무 좋아요……. 두 팔을 허공에 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싸안고 속삭이는 사이 기윤이 들어오기도 전에 희우는 이미 첫 번째 정점에 이른다. 몸이 말릴 듯이 뒤로 휘어진다.

"당신과 사랑을 나누는 건 아무도 못 믿을 만큼 근사해. 당신 몸은 내성적인 소리를 내고 내성적인 사고를 하고 내성적인 표현을 해. 뭔가 억눌린 것, 오래 닫혀 있어서 깊어진 것, 사무친 것,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듯한 상상력 같은 것이 있는 몸이야. 슬픔과 기쁨, 어둠과 찬란함, 고독과 열락,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녹아 있는 몸이야. 당신은 결코 나를 다치게 하지 않아……."

사랑이 끝난 뒤 기윤은 희우의 머리를 끌어안고 속삭인다. 기윤은 늘 먹이를 두 발로 채어 치솟아 오르는 새처럼 그녀의 몸을 들어 올리며 정점에 이른다. 정말 날아오르는 커다란 새처럼 푸드득거리며……

ㅡ 전경린, <부인내실의 철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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