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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 - 한 혁명가의 초상
페르난도 디에고 가르시아 & 오스카 솔라 지음, 안종설 옮김 / 서해문집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다른 많은 평전들과는 달리 아주 많은 사진들을 담고 있다. 사실 사진이 차지하는 분량이 글이 차지하는 분량보다 훨씬 많다고 하겠다. 또한 매우 책의 크기가 크지만, 그다지 두껍지는 않다. 체 게바라 열풍을 틈타서 번역된 이 책은, 한 명의 막시스트로서 그리고 휴머니스트로서의 체 게바라를 그리고 있다.
20세기는 그야말로 광기의 세기였다.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거치고 나서 크렘린과 백악관으로 상징되는 사회주의 진영과 자유민주주의 진영간의 반목과 대립은 온 세계를 이념 논쟁과 혁명 전쟁으로 물들이고는 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쟁이 무엇이던가? 바로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한과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남한의 대리전이 아니던가? 이러한 20세기의 중반에 쿠바라는 나라는 미국의 수탈에 신음하고 있었다. 친미 경향의 바티스타 정권아래 핍박받는 민중들을 구하기 위해서 체 게바라는 자신과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는 쿠바의 혁명에 동참하게 된다. 처음에는 의료진으로 그란마호에 탑승하게 되는데, 그의 용맹성과 지성은 그를 혁명군의 최고 간부중에 한 명이 되게 한다.
혁명이 성공으로 끝난 후에 그는 장관을 비롯하여 혁명 정부의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보헤미안적 기질과 혁명에 대한 불타는 의지는 그를 남미의 혁명에 참가토록 한다. 결국 그는 거기서 CIA에 체포되어 총살당하게 된다.
내가 그에게 놀라는 것은 그가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의 휴머니즘을 실현하기 위하여 막시스트 철학을 받아들이고 혁명에 참가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지식인으로서, 의사 시험에 합격한 엘리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자아' 위해서 그러한 기득권을 버리고 카스트로의 제의에 응했던 것이다. 또한 그의 호학(好學)의 정신은 나의 나태함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 모습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그의 잘 생긴 외모와 유머감각은 그의 뛰어난 면모에 더해지는 양념과도 같은 것이다.
그의 모습은 거울이다. 그를 봄으로써 나를 본다.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보고, 나의 무지함과 안일함을 본다. 그는 나의 몸에서 숨쉰다. 나를 일깨운다. 그는 살아있다. 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