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연구원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것은 이 세계의 복잡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카오스적 사고방식,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자연과학적 발견이 가져올 새로운 시각과 기준은 우리로 하여금 과연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철칙인 열역학 제 2 법칙으로 부터 앞으로 도래할 패러다임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논하고 있다. 열역학 제 2 법칙은 우주의 모든 물리적 변화들은 질서가 있는 상태에서 질서가 없는 상태로, 이용 가능한 에너지가 이용가능하지 않은 상태로, 에너지가 높은 상태에서 낮은 상태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법칙이다. 이 열역학 제 2 법칙은 자연과학적 법칙으로서만이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매우 깊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 세상이 '한 방향' 즉  무질서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그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점검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그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그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계론적 세계관, 다시말해  이 우주는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합리적인 물리 법칙들로 해명 가능하며, 그러한 지식으로 앞으로 일어날 물리적 상황을 예측할 수 있으며, 자본주의적 발전을 위해서 자연을 개발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면 무궁무진하게 발전함으로서 세상의 합리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근대에 생겨난 시각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이 뉴턴과 데카르트, 베이컨과 같은 철학자로부터 연유하며, 앞으로는 엔트로피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거라 한다.

그가 말하는 엔트로피 세계관은 이 세상의 자원은 유한하며, 세상은 무궁무진한 발전을 거듭하지 않으며, 열역학 제 2 법칙으로부터 추론되는 열죽음(heat death)이라는 세상의 끝이 있는 세계관이다. 이것은 자원의 한계로부터 연유하는데, 열역학 제 2 법칙이 깨질 수 없는 철칙인 만큼 사용가능한 에너지는 곧 고갈될 것이라는게 그의 논지다.

따라서 천연자원의 유한함에서 비롯되는 세상의 변화가 있을 터인데, 그의 주된 주장은 결국은 아껴야 된다는 다소 허망한 주장으로 치닫게 된다. 사실 나의 느낌으로도 새롭게 도래될 엔트로피 세계관에 부합하는 생활 양식을 새롭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너무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 삶인 것이다. 언제나 뜨거운 샤워를 할 수 있고, 편리한 컴퓨터와 형광등, 냉장고와 세탁기 등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문명의 이기는 대단히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책을 5권 추천하라 한다면, 단연코 이 책은 포함이 될터이다. 그것은 이 책이 현재를 보는 대단히 독특한 시각을 제공할 뿐만이 아니라 자연과학적 법칙으로부터 앞으로 일어날 사회적 일들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천연자원은 소모될 터이고, 우리는 다시 적은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삶을 살아야 된다. 그것이 100년 후가 될지, 200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너무나 망각한다. 그 때가 된다면 아마도 자본주의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자유민주주의도 상당부분 변형된 채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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