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5
김형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자신을 반추할 때 그 거울이 될 수 있는 것은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훌륭한 사람들의 지혜와 삶의 경륜일 것 같다. 나날이 권태해지는 일상을 살아가고 우리에게 던져진 이 하나의 책은, 그러한 점에서 상당한 행운이라 하겠다. 내 안에 있는 많은 거울들에 나태와 무식이라는 먼지가 쌓여 그 빛을 잃어갈 때, '문익환'이라는 새로운 거울을 산 것은 내 삶의 궤도를 돌이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를 읽을 때 우리는 우리 민족이 거쳐야만 했던 야만과 수난의 역사를 돌이키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20세기가 어떠한 세기였던가?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분단과 전쟁을 겪고, 독재와 광주 학살을 지나오며 전국민이 이데올로기적 편협성에 매몰되고, 개발독재와 유신의 상흔들이 날로 민족을 아프게 하는 와중에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폭력적인 통치가 전국토를 피와 눈물로 물들게 하는 그러한 한국의 현대사가 아니던가? 문익환 목사는 그러한 우리의 시대를 정면으로, 그것도 가장 핵심부를 헤쳐간 사람이다. 노동자들이 아플 때는 노동자 곁에, 민주화의 시대적 과제가 시급할 때는 민주화를 외치면서 시대의 예언자로서, 민중의 아버지로서 항상 국민들보다 반발짝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시대적 상처와 아픈 자리에 문익환이 늘 있었던 것이다. 전태일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억압받는 노동자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1976민주구국선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심었으며, 통일의 깃발을 들고서 80년대 후반을 살아가면서, 인간에 대한 절망과 환멸속에서도 잠꼬대 같은 희망과 예언을 몸소 실천하던 사람이다. 아무리 힘든 시기에도 좌절하지 않고, 절망을 희망으로 역전시키는 그의 말과 행동은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서 아직도 살아있다.

그리고 그는 내 속에도 살아있다. 그는 나에게는 새로운 거울이다. 나의 모습이 추할 때 새로이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기존의 거울들에 먼지가 자욱할 때, 그는 그 먼지 마저도 닦아내고 있다. 그의 말들, 그의 글들, 그가 그렇게나 강조하던 '발바닥으로 쓰는 역사'도 내 가슴에서 세상을 비추어 보고, 나를 반성하는 하나의 실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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