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마냥 즐겁기만 했던 출근길이 이제는 비몽사몽간에 겨우 발걸음을 옮기고 있고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가는 길은 즐거움보다는 의무감에 또 시작되는 쳇바퀴 속으로의 진입인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작했다면 몇 십 년을 해야 하는 이 경주에서 누구인들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지 않겠는가 만은 현실을 들여다 보면 언제나 바람뿐인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래, 있을 수 있어.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당신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들이 있을 거야, 라는 생각에 반신반의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주변만 돌아봐도 출근하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은 매일 만나고 있지만 출근이 좋아,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만나보질 못했으니 환상 속 동화를 대하듯 그렇게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그들이 매일 웃으며 출근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이 아닌 뭔가 특별한 사람들일 것만 같았다. 실패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성공이라는 수식어만 앞에 달고 있을 듯한, 왠지 나와는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그녀들의 이야기 일 것만 같았는데 읽다 보면 조금씩 그 의구심이 풀어진다. 그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후 십 수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토록 염원했던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꿈은 수정 또는 보완되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긴 했지만 잘하지는 못했던 일. 영화감독을 꿈꾸기엔 나는 너무 소심하고 리더십이 부족했고, 친구들은 다른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재능이 없다고 판단한 후로 아무 미련 없이 다른 일을 찾아 나선 것이다. –본문
요리사부터 디자이너, 쇼핑호스트,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그 자리에서 자신의 빛을 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다이나믹하면서도 어느 드라마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디서곤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나 혹은 주변 지인들의 삶이 오버랩 되어 나타나곤 했다.
가장 인상적, 아니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수의사가 된 그녀의 이야기였다.
스스로를 ‘행복한 집사’라고 칭하며 고양이의 시종을 자처하는 그녀에게 관심이 간 건 그녀 또한 나처럼 동물을 무서워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가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고 수의사가 됐다니, 정말이지 드라마 같은 일이 아닌가.-본문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던 최우선의 선택을 하고 그렇게 되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 우리 마음 먹은 대로만 흘러준다면 그건 아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일 게다. 가장 소망하던 것이 이뤄지지 않을 때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그것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로 접어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그녀 역시 이러한 순간에 있어서 의사로서의 자신을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실패라는 냉담한 결과였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또 다른 선택이 바로 현재의 그녀의 삶이다.
줄곧 의대와 의사를 지망했던 그녀는 ‘만약에 안 된다면 수의사라도’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딱히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여자로서 당당하게 일하고 경제력도 확보할 수 있는 전문직을 원했고, 거기에 의사가 부합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고양이가 다가오면서 그녀의 삶도 직업관도 달라졌다. -본문 .
누군가는 그녀의 인생을 보며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 수도 있다. 이왕이면 자신이 원하던 것을 해보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그 미련들 말이다. 수의사가 아니라 의사가 되었다면 더욱 명명 높은 지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또 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갈망했던 생각했던 길을 들어섰을 때, 그토록 고대했던 것이지만 막상 그 길 어느 지점에서 돌아보면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에 생경한 느낌과 과연 이것이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에 또 다른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수의학과라는 선택에 스스로 만족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중략)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평생 할 일인데 조금 천천히 가면 어때’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생기면서 동기들에 비해 다소 많은 나이 때문에 생겼던 불안감도 어느샌가 사라져갔다. –본문
문득 내일의 나의 출근길은 어떠할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일도 어쩔 수 없이 터벅터벅 이 곳을 향해 올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 이 곳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발걸음은 나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하신가요 에 당당히 웃으며 대답할 수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