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 - 놀이하듯 일하는 여성 멘토 13인의 드림 시크릿
김희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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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마냥 즐겁기만 했던 출근길이 이제는 비몽사몽간에 겨우 발걸음을 옮기고 있고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가는 길은 즐거움보다는 의무감에 또 시작되는 쳇바퀴 속으로의 진입인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작했다면 몇 십 년을 해야 하는 이 경주에서 누구인들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지 않겠는가 만은 현실을 들여다 보면 언제나 바람뿐인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래, 있을 수 있어.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당신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들이 있을 거야, 라는 생각에 반신반의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주변만 돌아봐도 출근하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은 매일 만나고 있지만 출근이 좋아,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만나보질 못했으니 환상 속 동화를 대하듯 그렇게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그들이 매일 웃으며 출근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이 아닌 뭔가 특별한 사람들일 것만 같았다. 실패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성공이라는 수식어만 앞에 달고 있을 듯한, 왠지 나와는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그녀들의 이야기 일 것만 같았는데 읽다 보면 조금씩 그 의구심이 풀어진다. 그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후 십 수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토록 염원했던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꿈은 수정 또는 보완되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긴 했지만 잘하지는 못했던 일. 영화감독을 꿈꾸기엔 나는 너무 소심하고 리더십이 부족했고, 친구들은 다른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재능이 없다고 판단한 후로 아무 미련 없이 다른 일을 찾아 나선 것이다. –본문

요리사부터 디자이너, 쇼핑호스트,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그 자리에서 자신의 빛을 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다이나믹하면서도 어느 드라마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디서곤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나 혹은 주변 지인들의 삶이 오버랩 되어 나타나곤 했다.

가장 인상적, 아니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수의사가 된 그녀의 이야기였다.

스스로를 행복한 집사라고 칭하며 고양이의 시종을 자처하는 그녀에게 관심이 간 건 그녀 또한 나처럼 동물을 무서워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가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고 수의사가 됐다니, 정말이지 드라마 같은 일이 아닌가.-본문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던 최우선의 선택을 하고 그렇게 되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 우리 마음 먹은 대로만 흘러준다면 그건 아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일 게다. 가장 소망하던 것이 이뤄지지 않을 때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그것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로 접어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그녀 역시 이러한 순간에 있어서 의사로서의 자신을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실패라는 냉담한 결과였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또 다른 선택이 바로 현재의 그녀의 삶이다.

줄곧 의대와 의사를 지망했던 그녀는 만약에 안 된다면 수의사라도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딱히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여자로서 당당하게 일하고 경제력도 확보할 수 있는 전문직을 원했고, 거기에 의사가 부합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고양이가 다가오면서 그녀의 삶도 직업관도 달라졌다. -본문 .

누군가는 그녀의 인생을 보며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 수도 있다. 이왕이면 자신이 원하던 것을 해보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그 미련들 말이다. 수의사가 아니라 의사가 되었다면 더욱 명명 높은 지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또 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갈망했던 생각했던 길을 들어섰을 때, 그토록 고대했던 것이지만 막상 그 길 어느 지점에서 돌아보면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에 생경한 느낌과 과연 이것이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에 또 다른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수의학과라는 선택에 스스로 만족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중략)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평생 할 일인데 조금 천천히 가면 어때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생기면서 동기들에 비해 다소 많은 나이 때문에 생겼던 불안감도 어느샌가 사라져갔다. –본문

문득 내일의 나의 출근길은 어떠할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일도 어쩔 수 없이 터벅터벅 이 곳을 향해 올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 이 곳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발걸음은 나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하신가요 에 당당히 웃으며 대답할 수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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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잘나가는 여자』 / 아리카와 마유미저

 

독서 기간 : 2013.05.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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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학 (책 + DVD 1장) DVD로 보는 중국어 세계 명작 시리즈 5
이은아 엮음 / 제이플러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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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배운 지 이제 4개월 정도 된 것 같다. 한자를 너무나도 싫어해서 사는 동안에는 다시 마주할 일 없을 줄만 알았는데, 물론 한자와 중국어는 다르기는 하지만, 여하튼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제 발로 학원에 갔다는 그것만으로도 내겐 천지가 개벽할 만한 사건이었다.

你吃饭了吗? 가 육두문자인 줄 말 알았던 초반에 비하면 아주 기본적인 문장들을 읽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4성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아 나름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모든 문장을 1성으로 말하고 있다는 지적뿐이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 이것만 해도 어디냐, 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배우는 중이다.

외국어다 보니 무조건 암기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해서 배우고 암기하는 게 훨씬 기억에 잘 남는 듯 하다. 보통 8줄의 문장으로 상황극이나 일기를 배우곤 했는데 이 참에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덜컥 집어 들었다.

사실 페이지 상의 문장들이 많지는 않다. 하나 하나씩 천천히 뜯어보면 전반적인 내용도 이해가 가능하기는 하나 현재 나의 실력으로는 보는 순간 해석이 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별 2개의 난이도 라는 것에 눈물이 나긴 하지만, 처음 배우면서 어찌 한 번에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라며 또 계속 듣고 보고 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고 mp3를 통해서 주로 공부를 해왔던 터라 DVD로 공부하는 것이 이색적이기도 하고 동화를 중국어로 배운다는 것이 어린 시절에 동화책을 읽으며 한글을 배웠던 기억도 나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이 동화책을 서른에 접어든 내가 들고 있다는 것이 쑥쓰럽기도 하지만 언어에 왕도가 어디 있겠는가.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우듯 동화로 하나씩 배우며 문장을 듣고 따라 하다 보면 어느 새 한 권의 이야기를 중국어로 술술 이야기 하게 되니 꾸준히 하다 보면 별 2개에서 3개로, 그러다 5개로 올라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독서 기간 : 201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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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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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면, 쇼펜하우어는 나를 보며 고함치며 소리질렀을 것이다. 모든 게 다틀렸어! 라고 흥분하며 소리 지르는 그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마땅치 않다며 혀를 내두를 것이다. 반면 니체는 아마 쿨하게 그래, 넌 그렇게 지내렴, 하고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갔을 것만 같다. 이 책을 통해 만난두 사람에 대한 느낌이 딱 이런 느낌이었다. 불길 같은 열정과 냉소적인 신념의 만남. 책이 딱 반으로 양분되어 N극과S극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 안에서 제대로 읽고 제대로 생각하고 쓰는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일명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아마도 미친 듯이 요새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나를 보고서는 그는 부질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 짓이라 비난을서슴지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는 것보다 서평을 작성하는 것이 어렵게만느껴졌다. 예전에는 한 권의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말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마도 쇼펜하우어는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것에 중요성을말하고 있는 것일 게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사라지고 책 속의 저자의 이야기만따라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 없이 읽어내려 가다 보면 어느 새 독자는 저자가 원하는 대로따라가는 아바타로 전락해 버리게 된다. 이런 의미 없는 책 읽기를 하려거든, 그는 독서 따위는 집어치워 버리라고 아주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었다.

용수철에 무거운 짐을 계속 놓아두면 탄력을 읽게 되듯이, 많은 독서는 정신의 탄력을 몽땅 앗아간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아무 책이나 덥석 손에 쥐는 것은 자신의 사고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본문

뿐만 아니라 그는 의미 없는 독서에 이어 글쓰기에 대해서도 일침을가하고 있는데 단순히 칸을 채우기 위해서, 수식어 가득한 화려한 것으로 독자들을 홀리기 위한 글이 아닌진정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참된 글의탄생으로 진정한 저술가이자 살아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세상에는 무엇보다 두 종류의 저술가가 있다. 사물 그 자체 때문에 쓰는 사람과 쓰기 위해서 쓰는 사람이 그것이다. 전자는어떤 생각을 지녔거나 경험을 해서 그것을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후자는 돈이 필요해서, 돈 대문에 글을 쓴다. -본문

그에 반면 니체는 쇼펜하우어에 비해서는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때론그 차분함이 얼얼하리만큼 차갑게 느껴진다. 이미 이 모든 것을 초탈했기에 아등바등 하는 것 없이 모든것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 쉬이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위대한 정신들도 다섯 손가락 너비의 경험밖에 하지 못한다. 경험의 바로 옆에서 그들의 생각은 멈춘다. 그런 뒤에는 그들의 무한한텅 빈 공간과 어리석음이 시작된다. -본문

어찌되었건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함께 이 공간 안에 있는 것은 그들 모두 책을 통해서 스스로의 생각을적립해야 한다는 그 간곡한 그들의 바람이자 신념이 일치하기 때문인 듯 하다. 책을 읽는 다는 것에서나름 위안을 얻고 요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와중에 꾸준히 읽어 내려가는 내 모습에 대한 나 스스로에 대한 위안과 보상을 한번에 사그라 들게 한다.

기본적으로 서적을 그냥 '뒤적이는'학자, 하루에 200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 문헌학자는 결국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다. 책을 뒤적이지 않으면 그는 사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특정 자극에응답할 때만 생각한다. 결국 그는 반응만 할 뿐이다. 학자는기존의 사상을 긍정하고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데 자신의 온 힘을 쏟아 부을 뿐, 스스로는 더 이상 사고하지않는다. -본문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고 있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한다.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숫자가 아닌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해 보았는가. 그래서 나는 어떠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책 탑을 쌓으며 마냥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그들은정확히 꼬집어 보고 있었다. 쌓여가는 책 만큼이나 나는 성장했는가. 뜨끔하다못해 눈물이 핑 돌게 하는 질문. 그 동안 난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

독서 기간 : 2013.05.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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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 스토리 Tiny Stories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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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책 탑에도 무신경하던 동생이 이 책을 들고 있는 나를 보고서는,

언니 이 책 엄청 예쁘다, 무슨 내용이야?”

? 아직 안 읽어서 모르겠는데, tiny니까 뭐 단편 모음집 일거야. 내용을 읽어보고 알려줄게.”

라며 오랜만에 책에 호기심을 보이는 동생을 위해서라도 빨리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유로우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각각의 특색이 있으며 그 안에 또 작은 웃음도 배치해 놓았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 만도 않고. 소재의 한계도 없고 그렇다고 전반적인 느낌이 다 동일하지도 않은. 정말 말 그대로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슬플 것만 같은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오고 서글픈 현실에 에로틱한 모습도 드러내고 분노 속에서도 관용을 보이는, 어찌 보면 단편 속에 숨어있는 다중인격을 만나는 기분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게 이제는 없는 당사자뿐이라니 이 얼마나 얄궂은 일일까. 어느새 여기 있는 모두가 울고 있었다. –본문

엄마의 죽음에 대한 추모를 위해 모인 날 갑작스레 엄마가 남긴 쪽지가 발견되면서 애도의 현장은 엄마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으로 초점이 전환되면서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망자의 그 날의 의도에 대해 다들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결혼 전에 썼다는 이 메모 하나를 두고서 슬픔이 비극의 순간으로 치닫다 다시 웃음으로 마무리 되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꼭 실없는 하루를 보냈을 때의 적막함이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어머니는 자신의 죽음이 만우절 농담 취급을 당할까 봐 무섭다고 적었다. 하지만 정말 죽어 버린 지금은, 이렇게 친척들이 모여 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그렇기를 바라며, 우리는 아마도 제일 멋진 농담을 준비해서 시차가 준 만우절을 앞으로도 매년 소중히 할 것이다. 아니, 아마가 아니라 분명. –본문

전봇대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부분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미분과 적분의 이야기를 보면서 왠지 모를 계속 마음이 갔다. 아마도 동생이 보면 격하게 공감하며 읽어 내려가지 않을까 싶은 내용이다.

언제나 집에서 모든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자랐던 나와 나 때문에 모든 것을 누리지 못했던 동생. 학생 신분에서 시험이라는 숫자 때문에 오가는 문제이고 마냥 그러해 왔기에 별 다른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보며, 동생의 시각으로 본 형의 입장을 보면 괜히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아련함이 남는다. 그렇다고 동생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건만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숫자가 주는 의미에만 모든 기회를 온전히 던져 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그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가 무섭게 느껴진다.

나는 입시 학원에 다니며 매일 열심히 공부한다고 되어 있었다. 확실히 쉬지 않고 수업을 받고 필기를 하고 시험도 쳤다. 하지만 아무런 공부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잘 알았다. 흥미 없는 것들을 머릿속에 꾹꾹 채워 넣는 것을 가지고 공부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내 머리는 이삿짐센터의 종이 상자 같은 상태였다. 남의 물건을 솜씨 좋게 하나씩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 나중에 어떻게 짐을 풀어야 할지 조금도 예상 할 수 없었다. –본문

내 이름의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인생을 초콜릿 상자에 비유했던 생각이 문득 든다.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는. 안에 쓰디쓴 럼이 들어있을지 아니면 달콤한 충전물이 들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 초콜릿 상자이기에 다 먹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읽는 동안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때론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딱 삼순이가 말하던 초콜릿 상자 같은 느낌이다. 어느 초콜릿이 당신에게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골라 먹는 재미도 나름의 매력이니 그 설레이는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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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 정지아 저

 

독서 기간 : 2013.05.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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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자전거 1 - 김동화 만화 에세이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글 그림 / 열림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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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간이 맞을 때 몇 번 봤던 것 같다. 대게 오전에방영되기에 보기는 힘들기는 하지만, 휴무이거나 할 때 채널을 돌리는 도중 보곤 했던 만화. 만화라고만 명명하기에는 따스하면서도 아련함이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서그림체나 목소리보다도 내용에 집중하게 되는 그런 만화 중 하나이다.

 

요새 들어 편지를 받아 본 적이있던가 싶다. 밀려드는 택배나 쌓여가는 고지서들은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손편지를 보내고 받는 경우가있었던가. 택배 기사님들을 기다려본 적은 있어도 편지를 가져다 주시는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려 본적이있었던가 싶다. 이제는 핸드폰의 문자도 거의 사라지고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카카오톡의 출현으로 앞으로편지를 배달하시는 우체부 아저씨와의 만남은 더더욱 사라질 것만 같은데 이 만화의 주인공인 빨간 자전거가 바로 우체부 아저씨의 자전거이다.

 

"우체부 아저씨 수고하세요." 라는 쪽지가 담겨있는 우편함을 볼 때마다 작은 행복을 느끼는 우체부 아저씨의 모습과 요새는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우체통의 착각에 관한 에피소드들. 시골에서의 풍경은 아직 이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에서의 이러한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이기에 이 정겨운 모습을이제 만화로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며 문명의 발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한번 해본다.

 

그러니, 깊은 산속에서 홀가분한나나 애들을 생각하는 거지.

 

이럴때 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후우ㅡ, 저 좋을 때 골라 훌쩍간 사람 별로 생각나지도 않아. 애들 사진 하나하나 보며 할멈 생각은 열번에 한 번쯤이나 할라나? 죽고 없는 할멈이니 해줄 건 없고, 생각날 때마다 돌멩이 하나 던져놓고던져놓고 한 것이 저 모양이 되었군 그래. -본문

 

그리고 등장하는 그림이 마당 가득히 쌓여 있는 돌 탑이다. 돌 탑 하나가 아니라 꽤나 많은탑들을 보면서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할머니를 그리워 하셨을까. 그리고 자식들을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에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이 빨간 자전거가 얼마나 더 작은 오솔길들을 누비며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바라건대 이만화 속에서만 영원히 존재하는 유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나도 오랜만에 편지 한장을 써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빨간 우체통을 찾아내 편지도 누군가에게 기다림과 설렘의 존재가 되었으면, 그리고 우체부 아저씨한테 감사합니다 라는 작은글귀 하나도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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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행복하게 / 홍연식 저

 

독서 기간 : 2013.05.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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