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배운 지 이제 4개월 정도 된 것 같다. 한자를 너무나도 싫어해서 사는 동안에는 다시 마주할 일 없을 줄만 알았는데, 물론 한자와 중국어는 다르기는 하지만, 여하튼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제 발로 학원에 갔다는 그것만으로도 내겐 천지가 개벽할 만한 사건이었다.
你吃饭了吗? 가 육두문자인 줄 말 알았던 초반에 비하면 아주 기본적인 문장들을 읽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4성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아 나름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모든 문장을 1성으로 말하고 있다는 지적뿐이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 이것만 해도 어디냐, 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배우는 중이다.
외국어다 보니 무조건 암기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해서 배우고 암기하는 게 훨씬 기억에 잘 남는 듯 하다. 보통 8줄의 문장으로 상황극이나 일기를 배우곤 했는데 이 참에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덜컥 집어 들었다.
사실 페이지 상의 문장들이 많지는 않다. 하나 하나씩 천천히 뜯어보면 전반적인 내용도 이해가 가능하기는 하나 현재 나의 실력으로는 보는 순간 해석이 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별 2개의 난이도 라는 것에 눈물이 나긴 하지만, 처음 배우면서 어찌 한 번에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라며 또 계속 듣고 보고 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고 mp3를 통해서 주로 공부를 해왔던 터라 DVD로 공부하는 것이 이색적이기도 하고 동화를 중국어로 배운다는 것이 어린 시절에 동화책을 읽으며 한글을 배웠던 기억도 나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이 동화책을 서른에 접어든 내가 들고 있다는 것이 쑥쓰럽기도 하지만 언어에 왕도가 어디 있겠는가.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우듯 동화로 하나씩 배우며 문장을 듣고 따라 하다 보면 어느 새 한 권의 이야기를 중국어로 술술 이야기 하게 되니 꾸준히 하다 보면 별 2개에서 3개로, 그러다 5개로 올라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