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면, 쇼펜하우어는 나를 보며 고함치며 소리질렀을 것이다. 모든 게 다틀렸어! 라고 흥분하며 소리 지르는 그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마땅치 않다며 혀를 내두를 것이다. 반면 니체는 아마 쿨하게 그래, 넌 그렇게 지내렴, 하고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갔을 것만 같다. 이 책을 통해 만난두 사람에 대한 느낌이 딱 이런 느낌이었다. 불길 같은 열정과 냉소적인 신념의 만남. 책이 딱 반으로 양분되어 N극과S극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 안에서 제대로 읽고 제대로 생각하고 쓰는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일명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아마도 미친 듯이 요새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나를 보고서는 그는 부질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 짓이라 비난을서슴지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는 것보다 서평을 작성하는 것이 어렵게만느껴졌다. 예전에는 한 권의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말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마도 쇼펜하우어는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것에 중요성을말하고 있는 것일 게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사라지고 책 속의 저자의 이야기만따라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 없이 읽어내려 가다 보면 어느 새 독자는 저자가 원하는 대로따라가는 아바타로 전락해 버리게 된다. 이런 의미 없는 책 읽기를 하려거든, 그는 독서 따위는 집어치워 버리라고 아주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었다. 용수철에 무거운 짐을 계속 놓아두면 탄력을 읽게 되듯이, 많은 독서는 정신의 탄력을 몽땅 앗아간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아무 책이나 덥석 손에 쥐는 것은 자신의 사고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본문 뿐만 아니라 그는 의미 없는 독서에 이어 글쓰기에 대해서도 일침을가하고 있는데 단순히 칸을 채우기 위해서, 수식어 가득한 화려한 것으로 독자들을 홀리기 위한 글이 아닌진정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참된 글의탄생으로 진정한 저술가이자 살아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세상에는 무엇보다 두 종류의 저술가가 있다. 사물 그 자체 때문에 쓰는 사람과 쓰기 위해서 쓰는 사람이 그것이다. 전자는어떤 생각을 지녔거나 경험을 해서 그것을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후자는 돈이 필요해서, 돈 대문에 글을 쓴다. -본문 그에 반면 니체는 쇼펜하우어에 비해서는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때론그 차분함이 얼얼하리만큼 차갑게 느껴진다. 이미 이 모든 것을 초탈했기에 아등바등 하는 것 없이 모든것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 쉬이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위대한 정신들도 다섯 손가락 너비의 경험밖에 하지 못한다. 경험의 바로 옆에서 그들의 생각은 멈춘다. 그런 뒤에는 그들의 무한한텅 빈 공간과 어리석음이 시작된다. -본문 어찌되었건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함께 이 공간 안에 있는 것은 그들 모두 책을 통해서 스스로의 생각을적립해야 한다는 그 간곡한 그들의 바람이자 신념이 일치하기 때문인 듯 하다. 책을 읽는 다는 것에서나름 위안을 얻고 요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와중에 꾸준히 읽어 내려가는 내 모습에 대한 나 스스로에 대한 위안과 보상을 한번에 사그라 들게 한다. 기본적으로 서적을 그냥 '뒤적이는'학자, 하루에 200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 문헌학자는 결국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다. 책을 뒤적이지 않으면 그는 사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특정 자극에응답할 때만 생각한다. 결국 그는 반응만 할 뿐이다. 학자는기존의 사상을 긍정하고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데 자신의 온 힘을 쏟아 부을 뿐, 스스로는 더 이상 사고하지않는다. -본문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고 있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한다.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숫자가 아닌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해 보았는가. 그래서 나는 어떠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책 탑을 쌓으며 마냥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그들은정확히 꼬집어 보고 있었다. 쌓여가는 책 만큼이나 나는 성장했는가. 뜨끔하다못해 눈물이 핑 돌게 하는 질문. 그 동안 난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