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무언가 염세적인 표지를 보면서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면 어쩌지? 하면서 읽던 이 이야기는 10대의 소녀인 '홍알음'을 주인공으로 하여 펼쳐지고 있다.

 

10대 소녀들의 풋풋한 가슴 설렘을 기반으로 하여 소희와 알음의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이의 마음을 얻고자 흉가의 계약자를 얻기 위해서, 때론 분신사바를 하며 인간의 힘을 넘어 계약자를 얻기 위한 소희의 발걸음에 알음이는 절친이라는 이유로 항상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음이에게는 이성문제 보다도 더 심각한 일들이 현실에 펼쳐지고 있기에, 소희의 이런 행동들이 그다지 이해되지는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마주하고는 있으나 자신의 문제를 모두 털어낼 수 없는,그 유리벽을 마주하고 소희와 알음이 있다.

 

소희는 몰랐지만, 나는 소희보다 몇 배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남자애 때문에 고민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처절하다. 소희에게 내색할 수 없을 정도로. -본문

 

내가 있던 가족의 자리에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다움. 아빠의 오지랖이 부른 가족의 참사 안에서 알음은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딸에서 이제는 꿔다 놓은 보리 자루보다 못한 존재로 되어가면서 알음은 가시 돋친 고슴도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소희가 만나보려 했던 계약자가 그녀에게 나타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알음에게 하나 둘 씩 알음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해보라고 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고 있던 것들을 내뱉게 만드는데 그것은 점점 무서운 주문이 되어 간다.

 

"가끔씩 넌 어딘가로 가 있는 것 같아."

 

유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내가 본 율의 모습을 율은 나에게서 보고 있었다니,

 

"나도...... 그래?"

 

"너도 내가 그런 거 눈치챘구나?"-본문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에서, 처음에는 분신사바와 계약자를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들의 이야기인 가보구나 했다. 읽을 수록 어른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야기와 인간의 욕망에 점차 변해가는 알음이를 보면서, 가끔은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소름이 돋는 듯 했다. 엄마가 사라졌는지 조차 모르고 점차 자신의 욕망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쫓다 보면서 사람이 아닌 욕망 덩어리로 변해가는 알음. 그녀의 이야기는 스스로 계약자와의 계약으로 인한 자신의 변화를 합당한 듯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그녀 스스로가 만든 허상이었다.

 

나는 이제야 피겨에 대한 정확한 뜻을 검색해보았다. 거의 완벽한 형태. 거의. 아주 완벽한 형태는 아니란 소리다. 계약자는 나지만, 사실은 내가 아닌 것처럼. 나는 피겨를 모으는 걸 관두기로 했다. -본문

 

 

 

독서 기간 : 2013.09.13~09.14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엔터테인먼트 산업, 어떻게 봐야 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6
스터지오스 보차키스 지음, 강인규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엔터테이먼트 산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하는 질문에 요새 가장 핫 하다는 기획사만이 떠올랐다. 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인가? 라는 고민과 TV를 켜면 이제 이름 조차 헷갈리는 아이돌들의 등장과 그에 관련한 생각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책을 펼치는 순간, 아뿔싸. 이 책은 연예 기획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말 그래도 엔터네이먼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란다. 엔테테이먼트, 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누누이 들어왔지만 대체 이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안 해본 나에게, 세더잘은 이 질문을 툭 던져주고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하면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연예 기획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연예 기획사는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을 관리하는 연애 매니지먼트사이며 이 책에 나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란 방송, 음악, 영화, 게임 등을 생산하는 문화 산업 전반을 가르킨다. –본문

 그렇다면 심심치 않게 들어오던 엔터테인먼트는 대체 무엇을 가르키는 말일까? 오락 또는 즐기다는 의미와 호모 루덴스의 모습을 지닌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지만, 그 이상의 의미도 모르는 나에게 세더잘은 친절히 그 의미부터 시작하여 알려주고 있었다.

 엔터테인먼트란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쉬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행동을 의미한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러한 엔터테인먼트에 관련된 것들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말하며,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들어 낸 내용물을, 엔터테인먼트 매체란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전달하는 형식을 의미한다. –본문

 쏟아져 나오는 엔터테이먼트라는 단어 자체는 뒤로 미뤄두고 대체 왜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구에게나 흥겹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활동에 대해서 이토록 유심히 고민해봐야 하는가를 먼저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한 행위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그 즐거움의 기준이 제각기 이며 즐거움의 범위와 농도, 그 받아들임이 개개인 차가 있기 때문이며 그 누구도 이것을 명확하게 기준을 그어서 설명할 수 없기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어떤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서 이 포커스 그룹은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돈을 많이 쓰는 소비자 집단에 속합니다. –본문

 우리 주변에 있는 엔터테인먼트인 영화나 연극, 음악이나 각종 프로그램들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명 수위라는 것들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폭력성도 그렇고 노출에 대한 것이나, 욕설 등, 등급제가 있다고는 하나 예전의 15세 관람 등급과 현재의 15세 관람등급은 많은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베드신이 19세 이상 관람불가라는 딱지를 안고서만이 상영할 수 있다면, 요새는 15세 관람 등급에서도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미 성에 대해서 눈뜨는 시기가 빨라졌다고는 하나 실로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이미 만연해 있기에 그 정도에 대해 무뎌지는 것. 바로 이것이 엔터테인먼트의 특성이면서도 문제점이 되는 부분이다. 예전보다 더 강한 요소가 있어야 재미있다고 느끼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표현은 엔터테인먼트에 점점 더 많은 조미료, 폭력성과 자극을 원하고 있으며 그 맛에 중독된 우리는 계속해서 더더더! 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폭력 장면에 무감각해지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상황에 둔감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둔감화 또는 탈감각화라고 하지요. (중략) 다시 말해,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폭력에 무감각해지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폭력에도 무덤덤해진다는 뜻이지요. –본문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하에 생산되고 있는 무수한 창조물인 엔터테인먼트 안에는 가히 우리에게 유익한 것들만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이 창조된 세상 안에 젖어 있다 보면 때론 우리를 놓칠 수도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하니 이런 사건들을 보면서 엔터테인먼트의 선을 어디까지로 규정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그 누구도 즐기는 것에 대해 마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대로 다룬다면 더 없이 유익하고 원소스 멀티유즈와 같이 다양한 상품으로도 만들어 질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너무 과도한 즐거움은 때론 우리를 현실과의 괴리감은 물론 탈인간화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되기도 하니 그저 무작정 좋아하며 받아들여서는 안 될 요소이다. 그저 즐거우면 되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

 

 

독서 기간 : 2013.09.07~09.0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적정기술,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해질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5
섬광 지음, 김정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그간 읽었던 세더잘 시리즈 중에서 단연코 가장 열심히 읽은 책이 바로 이 적정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적정기술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생경함과 무지 때문에도 열심히 읽으려 한 것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읽다 보면서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사실과 그렇다면 적당한 것은 무엇인 걸까, 어떻게 해야 모두에게 이로운 것일까 등등 그 어느 세더잘 시리즈보다도 몰두해서 읽어 내려갔다.

 무엇보다도 다는 적정기술이라는 단어의 조합을 제대로 이해조차 못하고 있었다. 기술이면 기술이지, 적정은 또 뭐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쉬이 말하면 적정한 기술 혹은 적당한 기술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어떠한 기술의 발명으로 수혜자가 될 사람에게 알맞은 기술, 예를 들어   1~100까지의 기술이 발전이 되었다고 한다면 모두에게 100이란 기술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이의 입장에서 받아들 일 수 있는 적정한 기술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기술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기술의 수혜를 입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적정기술을 소외된 90퍼센트를 위한 기술이라고도 부른다. –본문

 책의 예시에도 나왔듯이 나이지리아에 보급된 초음파기기는 그 초음파기기의 보급으로만 본다면 나이지리아 인들의 건강 개선을 위해서 더 없이 좋은 기계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이지리아에서는 이 장비를 사용하고 유지하기에는 버거운 부분들이 있었다.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되어 버린 이 사례를 보면서 적정기술이란 단순히 선행을 베푸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것으로, 진심으로 그들에게 맞는 정도의 기술을 전해주는 것이야 말로 베푸는 이나 이를 받는 이들 모두에게 좋은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뒤 초음파기기가 고장 났다. 이 기계는 일정하게 220볼트 전압의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나이지리아는 전력 상태가 불안정해 60볼트에서 300볼트 사이의 전기가 제멋대로 들어왔던 것이다 이 기계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부품을 교체해야 했지만 부품 값과 운송비가 너무 비쌌고, 부품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본문

 문제는 비단 적정한 기술의 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적한 기술이 모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닌, 한정된 소수의 자들에게만 전달되었을 때도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면서 이러한 원조나 도움의 손길도 오롯이 주는 이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적정기술이 어느 선인가를 가늠하는 것도 그리고 그렇게 판단된 적정기술을 전달하는 일도 모든 것이 그 적당한, 어느 선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그 어느 난제보다도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큐드럼이 보급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자선 단체에서 극도로 가난하거나 일할 사람이 적은 가정에만 선별적으로 큐드럼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때 큐드럼을 지급받지 못한 가정들도 이 제품을 스스로 구입할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큐드럼을 지원받은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사이에 불신과 분열이 생겼고, 마을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약화되었습니다. –본문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돈을 주어가면서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느냐고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이들이 수두룩한데 굳이 해외 원조로 1조원이 넘는 기부를 해야 하느냐고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순서상 먼저 일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역시 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 성장한 나라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원조를 보냈던 그 나라들은 자국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원조를 했던 것일까?

바야흐로 글로벌 국제사회에서 나 혼자만 잘 산다고 떵떵거리며 살 수 없는 것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BOP 계층을 끌어 올림으로서 함께 잘 살게 된다면, 이것은 서로에게 모두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이며 그렇기에 대부분의 국가가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한 손길을 계속 보내고 있는 것일 게다.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건강문제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병에 걸리고 치료제마저 구할 수 없어 쉽게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개발도상국의 어린이 사망률이 28퍼센트나 감소했어요. 이처럼 전 세계의 지원 덕분에 가난한 나라의 사회적 문제들이 조금은 해결되는 모양새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본문

 무조건적인 원조가 아닌 수혜자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그리하여 그들이 스스로 걸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적정기술을 보면서 이렇게 따스한 기술이 있었다는 사실에 흐뭇해지곤 한다. 더 빠른 혁신, 더 진보한 기술을 외치며 그 곳에만 집중하고 있던 나에게 이렇게 훈훈한 기술이 많은 이들을 돕고 있었다는 것에 아직도 그리하여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과 많은 배움을 얻은 책이었다. 

 

 

독서 기간 : 2013.09.09~09.1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제목만 듣고서는 纖纖玉手의 가늘고 아름다운 손을 의미하는 책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실제 제목은 섬섬옥수와는 상관 없는 ', 纖獄囚'이다. 가늘 섬, 옥 옥, 가둘 수라는 단어의 조합이 생경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뜻을 유추해 보자면 잘은 각각의 죄를 안고서 섬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인 듯하다. 사실 섬이라는 공간을 한정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지만 읽을 수록 느껴지는 것은 자신이라는 섬 안에서 평생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 요 근래에 읽었던 이야기들 중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책이었다.

섬은 격리와 고독의 장소이다. 또한 섬은 바다로부터 안전한 피난처이기도 하다. 이런 상반된 의미는 땅끝섬도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견고해도 시시각각 불어오는 미풍에도 땅끝섬은 온몸이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바로 그렇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견뎌야 한다. 이를 회피한다면, 땀끝섬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고, 떠나도 떠날 수 없는 섬이 되고 만다. -본문

어릴 적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장면은 다큐로 보면서 전복이며 해삼, 소라를 바다 속에서 캐내는 그녀들을 보면서 한 때는 해녀의 삶을 살고 싶다며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런 장비 없이 홀연히 물 속을 떠돌면서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해산물을 마음껏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매력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그 당시만해도 해녀들이 한 번 물질을 하는 동안 숨을 참으며 생과 사의 경계에서 물속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그저 그들의 손에 들린 죽음을 담보로 한 귀한 보물에만 눈이 멀어 있었으나, 이 책 안에서 그녀들의 삶을 철저히 죽음을 기반으로 한 순간순간의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골이 쑤시면서 명치께가 메슥거리자 허둥지둥 뇌선 한 봉지를 입에 털어 넣는다. 다른 잠녀들도 하나같이 뇌선이나 사리돈 중독이다. 뇌선은 카페인 성분이 많아 오래 먹으면 위까지 아프지만 높은 수압을 견디며 수시로 물속을 오르내릴 때 골이 빠개질 것 같은 통증을 다스리는데 뇌선만한 것이 없다. -본문

축 늘어진 그녀들의 어깨는 나이만큼이나 뭍에서는 무겁게만 느껴지지만, 또 오늘 물질을 해야 내일을 살 수 있고, 오늘 숨을 참아야 자신의 자식들이 자신이 사라진 삶 동안에 편안히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 한 봉지를 입안에 털어 놓고서 지긋지긋한 물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해녀가 아닌 잠녀라 불리우는 섬에서는 그들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바다의 곁에서 섬 사람들로 그렇게 살고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자식들은 뭍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정희가 그러했듯이 섬은 섬마을 사람들을 고이 내보내지 못하는 듯 하다. 아기업개 할망에게 정성스레 제를 지내는 모습에서 그들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섬이라는 그 공간에 묶여 있는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젊은 여인들은 거의 없이 나이든 잠녀들이 있다면 횟집을 차린 남자들이 또 다른 섬의 주인의 모습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관광객 때문에 유람선이 들어오는 날에는 몫 좋은 낚시터를 알고 있는 횟집 주인들은 삼삼오오 바빠졌으며 덩달아 개들마저도 바빠졌다.

그렇게 섬이라는 단독의 공간이 외부의 손길이 닿아지면서 그 특유의 모습들이 점점 사라지고, 바다가 주는 것에서 만족하던 이들이 점차 뭍의 사람들의 바람에 따라 물질적인 가치에 집착하는 모습들로 변모하게 된다.

먹고 사는 것에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고 나서 한번 즈음 쉬어갈 수 있는 곳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이 ''을 사람들이 찾다 보니 덩달아 그 섬들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본래의 삶의 모습을 읽어 뭍의 사람들의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저 함께, 라는 인식으로 살았던 이들이라면 이제는 자신의 밥줄을 빼앗는 적이 되어버린 이웃에 대한 색안경은, 외부에 대한 이들에 대해서는 무한한 친절을 베풀고 있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이 상황은 구태여 이 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곳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상황이기에 보는 동안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겉으로 드러난 무제는 골프카와 짜장면이지만,진짜 문제는 이면에 놓인 권력 관계, 더 나아가 섬의 개발이 가져온 삶의 양식과 그런 사고의 변화가 가져올 피해였다. -본문

제대로 들어 본적도 없는 제주도의 사투리 때문에 몇 번이고 뒤척이곤 했지만, 언어의 차이가 이 책으로의 접근을 막은 적은 없는 듯 하다. 낯선 단어 하나하나를 검색하면서 뭍에 사는 나와 섬에 사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록 나는 그들과 나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새 거리의 생경함이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의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과, 나의 모습이 점차 변해가는 그들의 결과에 이른 것일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던, 친밀하면서도 두려운 이야기였다.

연작소설, 이라는 것을 처음 읽어보기에 사람들의 이름과 특성을 곧 잘 잊어버리는 나로서는 강처사와 공처사의 구분을 위해서 다시 처음부터 책을 읽었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보면 좋은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모래톱 이야기 / 김정한저

독서 기간 : 2013.09.06~09.0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쨌거나 결혼을 결심한 당신에게
하정아 지음 / 홍익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결혼, 하면 여전히 웨딩드레스와 신혼여행이 먼저 떠오르는 나는 여전히 결혼이라는 환상에 도취되어 있나 보다. 그저 결혼이라는 문턱만 넘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괜한 조바심들이 모조리 사라질 것만 같은 행운의 열쇠인 듯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수능이라는 관문을 건너 대학만 들어가면 뭐든 내 마음대로 될 것 같던 나의 10대의 간절한 열망은 20대가 되어서 사실은 대학부터 또 다른 근심과 고민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아마 결혼도 그런 것일 테다.

  인생에서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보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난 애들이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기보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자를 만나길 더 기도해. 내가 아무리 고생해도, 남편이 내 옆에서 나를 위해주고 사랑해주고 미안해하고 그러면 다른 문제는 어떻게든 극복이 되거든 본문

  결혼이란 무릇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발생하는 장애물들, 육아에 관한 문제나 시댁과의 트러블이나, 때론 남편의 외도에서부터 불임, 이혼의 문제들까지 정말 결혼, 이라는 관문 이후에 드리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총 집합되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그녀들의 목소리로 담겨 있었으며 읽는 내내 진정 나는 여전히 동화 속의 결혼을 꿈꾸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돈 때문에 결혼하는 것보다 나쁜 것이 없지만 오로지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것은 없다. –본문

 푸념 어린 나의 목소리가 이 책에 대한 두려움과 묵직함을 상기시킨다면 전혀 그런 걱정을 할 것은 없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드러나는 저자의 양력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유쾌하면서도 더 없이 친근한 느낌이기에 나는 그녀의 이야기와 주변의 이야기에 심히 빠져들면서 이럴 땐 이러면 되는구나, 하는 유쾌한 답안지를 보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결혼에 대해 꿈을 꾸면서도 그 결혼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않으려 하는 우리들에게, 그녀는 지금에서라도 그 결혼의 실체를 알아봐야 한다고 종용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 웃으며 지내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이겠구나, 했는데 끝없이 퍼주기만 하면 오히려 나의 공은 어둠에 묻히기 일쑤라고 한다.

결국 남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나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해야 남한테 사랑을 퍼주기도 할 수 있어요. 내가 비참하고 우울한데 무슨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어요. 남편하고나, 애하고나 다 마찬가지예요. –본문

 적당히, 너무 많은 것도 아닌 적은 것도 아닌, 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나를 기반으로 하여 한 남자의 아내로서, 시부모님의 며느리로서 생활하는 법을, 그리고 때론 절망적인 순간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남편의 외도나 불임으로 인한 이혼까지, 넘기기 힘든 이야기들도 분명 있기는 하나 어찌되었건 이 모든 것이 결혼이라는 이름 하에 종속되어 파생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이미 그 길을 걷어봤던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그 여자에게도 그 여자만의 소중한 삶이 있음을 인정하라고.

 아줌마들은 그냥 아줌마가 되지 않았다.

 사랑과 희생과 인내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세상아, 이제 그 아줌마들에게 홀로 서서 이름 석 자 외칠 수 있는 그녀만의 자리를 내주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리고 너무 쉽게, ‘아줌마~’이렇게 부르지 마라.

 그렇게 함부로 불러 제낄 이름이 아니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  / 질 스모클러저

 

 

 

 

독서 기간 : 2013.08.27~08.3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