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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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라니. 제목을 보고서는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싶었다. 더 낫게 성공하라, 도 아닌 실패를 종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 위에 등장하고 있는 수 많은 철학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만 이 책 역시 만만치 않겠다, 라는 느낌이 엄습해 왔다.

새롭지 않은 것을 가지고 새롭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만들어 내는 효과는 실로 참담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는 이론가는 바우디인 것 같다. 탈정초주의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인식하고 있는 까닭에 바우디는 정치철학에 반대하는 이론가로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초반의 내용들은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즐겁게 읽었다. 하이데거, 탈정초주의, 사르트르와 라캉 등 철학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단어들 마저 생소한 와중에 쏟아져 나오는 그 연대기 속 이야기들을 조합하느라 초반에 꽤나 고생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초반의 고난의 언덕을 지나고 나서 마주하게 되는 철학자들의 인터뷰는 금새 빠져들게 하는 마력과 같은 흡입력이 있었다. 이 전에 읽었던 <점령하라>라는 책 속에서 유심히 보았던 슬라보예 지젝이 맨 처음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반가움 마음도 들었으며,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철학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들만큼 말이다.

뉴욕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Occupy 운동. 그 안에서 슬라보예 지젝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잠식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에 대해서 사람들의 외침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 이상 이렇게 안주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 틈에서 만난 그는 왜 우리가 이 곳에서 점령할 것에 대해서,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인지시켜 주었다. 그 당시의 외침 역시도 꽤나 울림이 있었기에 그의 이름의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는 자본주의의 햇살 아래 자리하고 있는 정치적 주체들에 대해서 도덕적인 관념 이상의, 개개인의 양심을 넘어서 이성적이면서도 냉철하게 그들 스스로에게 철저한 책임에 대해 묻을 수 있는 자세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주변에 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정말 많이 들을 수 잇다. 신문을 봐도 이 회사는 친환경적이고 저 회사는 선량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보도된다. 좋다. 그러나 이렇게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비리에 대한 도덕주의적 비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점령하라의 경우도 도덕주의적인 비판이 많았다. 주로 기업들의 부도덕에 대한 성토였던 것이다. 우리에게는 훨씬 구조적인 비판이 필요하다. 사적인 생활에서 윤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는 대답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본문

이러한 사태는 2012년도 영국에서도 나타나게 되는데, 지그문트 바우만은 2012년 현상이라는 이름 하에서 왜 이러한 사태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파헤쳐 보고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 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난국의 상태이다, 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고 뉴스에서는 세일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들지 않는 텅 빈 매장을 보여주며 소비 심리의 위축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도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체감되는 것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세일 매장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계산 하고 있고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양 손 가득 무거워진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주 보게 되기에 대체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 라는 혼돈이 들 정도였는데, 그에 대한 답이 바로 그의 인터뷰 안에 들어있었다.

소비주의는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만든다. 소비의 대상은 얼마든지 교체가능하다. 그것을 제대로 교체하지 못하면 능력을 갖지 못한 존재다. 이 말은 곧 소비를 제대로 못하면 능력 없는 자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나 백화점 우대권은 이런 능력을 과시하게 만드는 상징이다. 당연히 이 상징의 소유에서 배제된 자들은 분노하거나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본문

영국의 폭동은 바로 이러한 사태 속에서 소비의 향연이 일어나고 있는 그들의 유리성을 바라보는 평범한 시민들의 분노의 폭발이었다.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는 소비주의가 세상을 군림하게 하는 유일한 존재의 이유이기에 이에 편승하지 못한 이들은 이 세계 안에 존립할 수 없으며 그리하여 그들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이들의 폭동이 발발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는 놀랍게도 효과적으로 이런 사회경제적인 삶을 조직화했다. 물론 불평등하지만 말이다. 사회민주주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었다. 금융자본주의는 기괴한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산업생산이 아닌 금융을 통해 돈을 만들어낸다는 불가능한 기획이다. 이런 판타지가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물건을 제조하고 그것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고전적인 산업자본주의를 무너뜨려버렸다. 서구 사회는 자유 시장에 대한 거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유시장이 대책일 수 없다. –본문

슬라예보 지젝의 의견에 반대하고 있는 사이먼 크리출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자본주의가 그 스스로의 판타지를 안고서 구성원들에게 희망 아닌 희망을 안게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다. 모두에게 풍요로운 삶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안고 있는 시작된 자본주의의 허망한 현실 속에서 그는 등가성을 기반으로 하여 다시금 제대로 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마주하거나 때로는 나와 가까이 있는 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배우게 되면서, 여전히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편협하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철원 조선노동당사의 건물을 두고 그렉 램버트와 저자와의 인터뷰가 꼭 그러한 느낌이었는데 철원에 이러한 건물이 있는 줄 조차 모르고 있던 나는 그 둘 간에 오가는 이 건물의 의미하는 평화와 전쟁 사이의 대화를 보면서 누군가에게는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것들이 이들에게는 이토록 심각한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진정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다시금 배우게 된다.

사유를 시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자동적으로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종교만 해도 복잡하다. 내가 믿는 신이 다른 사람에게도 신일 수 없다. 서로 교환되지 않는다. 이런 걸 고민해야 한다. 호기심에 그치지 말고 전 생애에 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다. –본문

하나의 현상을 모두 동일하게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사유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쳐서 바라 볼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그리하여 다양한 시각을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인 듯 하다. 어찌되었거나 그들의 목소리는 다르지만 그들이 문제제기 하고 있는 것들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나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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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하라 / 슬라보예 지젝, 주디스 버틀러저

 

 

독서 기간 : 2013.1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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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 어느 날 펼쳐본 사랑에 관한 기억
김현희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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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양력을 읽으면서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책, 왠지 나의 책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별로 길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연애만 20년 째이며, 이 정도면 연애의 달인이 될만도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고 그리하여 여전히 연애 소설을 손에 쥐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가 책을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서로를 알고 있듯 친근하게 느껴졌다.


 

책은 사랑이 지나가는 시간, 즉 이별을 마주한 우리와 사랑이 다가오는 시간,이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어찌되었건 사랑을 시작하는 그 단계가 있은 이후 이별이라는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순서라면 순서겠지만 그녀는 사랑이 지나가는 그 시간을 먼저 앞에 두고 있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그 과정 속에서 가장 격정적인 사건은 이별일테고, 그 이별은 누군가와의 사랑의 죽음을 선언 하는 행위이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위한 시초가 되니 사랑의 생과 사를 마주하고 있는 특별함 때문에 먼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인은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 자신을 혼자 내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다시 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본문

 

 

사랑이 끝이 나려는 그 불안한 순간의 목도하는 것은 언제라도 편치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인생에 그런 어둠의 장막은 피하고 싶지만 언제나 둘이라는 숫자 속에서 일심동체는 사랑의 시작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든다.

 

수 많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늘 그렇듯이 '사랑'이 존재한다. 아마 사랑은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늘 함께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사랑이나 어긋나는 시간과 공간의 틀은 옛날이나 현재나 변함은 없지만 우리는 그 틀에박힌 그 시나리오에 열광하고 또 그것에 빠져들곤 한다. 다 알아, 라고 하기에는 매번 새로운 듯 하고 이제는 익숙해질만 하면 권태라는 이름으로 드리우는. 내가 당신이 아니고 당신이 내가 아닌 이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고전이나 현대소설이나 변함없이 등장하고 있었다.

 

기억과 사랑 중 어느 것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과 그 사람이 기억하는 나,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시간의 공감대는 다르다. 분명 같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각자 따로 흐른다. -본문

 

각 소설마다 그녀의 이야기가 더해지고 어느새 는 소설과 그녀의 이야기 모두 공감하며 끄덕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도 있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내 주변에서 보았던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있고 그 소설은 다시 현실에서 그녀와 나의 조우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이별이란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러한 글들을 읽을때 밀려드는서글픔. 이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아픔이라는 두 글자로는 모자란 통렬함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픈 것이 나의 연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상대방에 대한 진심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이별은 원래 그런 것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이가 생각처럼 밝지만은 않았다. 그저 마냥 좋아한다는 감정이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불나방과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기에는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서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환상 속의 달콤함만 쫒으며 서성이기에는 너무 커 버린, 그리하여 백마탕 왕자나 평강공주가 아닌 나와 닮은 평범한 사람을 찾게 되나 보다.

 

누군가 이상형을 묻는다면 꼭 이렇게 말해야겠다. 밥을 함께 맛있게 먹을 사람. 맛있는 거 먹을때 생각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은 어느 밤 오목한 그릇을 따뜻하게 데워 고슬고슬한 밥 위에 속이 포실한 돈가스와 노란 계란을 푼 가츠오부시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주리라. -본문

 

마지막까지도 사랑의 시작과 끝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내 고개는 끄덕이게 된다. 과거형에 묻힌 이야기도 있고 현재 지금 진행중인 모습도 있고, 언젠가 미래에 내 앞에 마주하게 될 그 모든 것들이 책 안에 활자가 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지금의 감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해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한들 그때도 여전히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쫓고 있을 테니 말이다.

 

너무 많은 연애 횟수가 아닌 그만큼 많은 것들을 몸소 느끼고 그 안에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나는 그녀의 연애가 오랜 동안 지속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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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모라 켈리, 잭 머니건저

독서 기간 : 2013.1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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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이상한 나이
김수린 글.사진 / 엘컴퍼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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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그녀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 라는 말이다. 15살에 자신의 꿈을 위해 뉴욕으로 당당히 입성했다는, 그 한 줄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나는 그 때 어색하기만 한 교복을 입고 무엇을 하고 있었나, 와 함께 오버랩 되어 지금의 나를 멍하니 바라보게 한다.

이제 20대 중반을 지난 그녀는 이미 2권의 책을 냈으며 자신의 이름 앞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을 안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조금 더 치기 어린 나이에 접했다면, 나는 그녀를 그저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란 화초와 같은 삶 덕분에 그녀와 내가 이토록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툴툴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는 지나 온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그럴 여력 조차 없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에게 과연 나는 이렇게 치열하게 무엇인가를 갈망하며 지내왔던 시간이 있었는가에 대해 먼저 자문하게 된다.

 

 

내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가능성과 만남들, 기회와 선택들이 버거울 때도 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있는 이 젊음이 버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본문

 

 

그녀가 15살이라는 나이에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내 딛고 있을 때에 나는 아이들과 수다 떨고 복도를 누비며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또 되묻고 있는 동안 나는 앞에 놓여진 고개들만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넘어갈지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주어진 것들만, 남들이 하는 대로만 유유히 그 틈에 끼어 지나오면서 그 순간순간만을 지나오려 했던 나는 적당한 성적으로 수능을 치르고 서울에 있는 적당한 대학으로 들어와 적당한 회사에서 오늘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나의 20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보내왔는가에 대해 자문해보면, 글쎄. 그런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다.

 

 

한 사람의 인생을 80년이라고 어림잡는다면 사실 1년이란 시간이 뭐가 그리 긴 시간일까. 1년이란 시간은 고작 짧은 네 번의 계절을 견뎌내는 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변화가 난무하는 지난 몇 년의 시간을 보낸 지금, 1년의 시간이 너무도 길게, 또 낯설게 느껴질 뿐이다. -본문

 

 

언제나 정해진 틀 안에서, 그 암흑과도 같은 시기를 지나 오기만을 간절히 고대했던 나와는 너무나 다른 생각을 안고 있었다. 나이를 둘째 치고라도 나는 왜 한 번도 무언가를 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적이 없었던 것일까.

 

 

셔터를 누르는 순간 자신이 안고 있는 모든 것이 사진에 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빠른 시간 안에 어른들의 세계에 입성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성공이라고 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녀에게 너무 빠른 속력의 마차에서 잠시 내려 그녀 자신을 돌아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내가 스스로 내 삶을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니, 배의 돛대를 움직이듯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순간순간마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 있었다. 언제나 내가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 그 해에만 할 수 있는 것들,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에 가장 충실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본문

 

 

이 책을 보는 내내 그녀의 삶에 대한 동경과 그만큼의 질투만을 안고 봤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지나온 나의 나날에 대해서 자조와 푸념을 더하면서 책을 볼 만큼 인내심이 강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어쩜 이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아, 나도 앞으론 이런 마음으로 지내봐야겠구나, 라는 그런 겸허한 마음이 일게 된다.

 

화려해 보이는 그녀의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 지금 그녀가 이 화려한 삶의 주인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인지한 덕일 게다.

 

 

다음에 만날 그녀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그 때는 일방적인 동경이 아닌 나의 성장도 함께 견주어 볼 수 있도록, 나의 30대를 위한 계획은 세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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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결정 짓는 시간 13-21 / 신세용저

독서 기간 : 2013.1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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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스타일 - 1등 기업과 싸우는 작은 회사의 7가지 집착
에릭 라이언 & 애덤 라우리 지음, 구세희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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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스타일이라는 제목만 듣고서는, 패션에 관한 책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Method라는 단어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을 Style라는 단어와 접목시킴으로써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알겠다만, 메소드가 무언인지에 대해서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표지를 보고 나서도 대체 무엇을 만드는 회사일까, 란 생각이 들었다. 1등 기업과 싸우는 작은 회사의 7가지 집착이라 함은, 작은 회사가 1등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7가지의 비법을 말하는 터일 텐데 표지의 예쁜 용기 속 거품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도 대체 메소드라는 회사의 정체에 대해 종잡을 수 없어 어떤 회사란 말인가, 에 대한 의문을 안고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청소용품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갖는가? 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본다. 마트에 청소도구나 용품을 사러 갔을 때, 예를 들어 세제를 사러 갔다고 한다면 그것의 성능이나 효과에 대해서 대략 확인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 제품군에 잘 알려진 회사의 제품을 집어 카트에 담는,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 스스로 그 세제에 대해 얼마만큼의 생각을 할까.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세제코너를 가서 가장 눈에 익숙한 것을 골라 카트에 넣는 그 순간까지. 대략 10초가 안 되게 이 모든 것들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성분이 들어있고 그 안에서 어떤 화학적인 작용이 일어나고 등등에 대한 것보다는 떼가 잘 지는지, 사용하기 간편한지, 인지도가 있는지 정도에 관해서만 대략 생각하고 덥석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메소드는 바로 이 부분을 꼬집어 블루오션을 개척한 회사다.

우리가 집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한다면, 우리는 왜 못생긴 용기와 스프레이 통 등을 잡다하게 싱크대 밑에 처박아 두는가? 우리의 전문 컨설턴트들에게 물어본 결과 그 이유는 하나였다. 청소용품에 대해 자주, 혹은 많이 생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생각할 일이 있더라도 최대한 피한다.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일 때면 우리는 그것을 일종의 필요악으로 본다. -본문

청소용품에 대한 혁신을 꾀하는 것이, 굳이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메소드란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디자인이 소비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임은 틀림 없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급 부상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눈에 가장 띈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의 모방이 가능한 바, 이들은 제품의 외형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것들까지도 철저히 조사하고 연구했으며 그리하여 그 누구에게도 유익한 제품을 선보이게 된다.

우리는 매케한 표백제 냄새가 곧 깨끗함의 냄새고, 싱크대를 열심히 문지르고 난 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타는 듯한 통증이 곧 위생이라고 속아왔다. 청소를 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 가정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독성 성분을 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본문

무엇보다도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며 이 기업의 성공 비법에 대해서 배운다는 자세로 접근을 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비밀이 무엇인가, 에 대해 초점을 맞춰 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그들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신념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 누구에게도 깨끗하고 안전한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에 대해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으며 그들이 만들어가는 회사의 비전과 그 안에서 함께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면서 한 명의 소비자가 아닌 그들 속에 함께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이지 특이한 이 메소드라는 회사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자연을 닮은 소박한 느낌이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찬 그 당당함과 당당함 속에 묻어 있는 자유로움에 동요되기 시작했다.

직장의 일은 직장에서 끝내고 더 이상의 유대관계를 갖는 것을 꺼려하는 나로서는 바구니에 각자의 이름과 식당 이름을 넣어두고서 랜덤으로 뽑은 이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쿠키를 구워 그들끼리 소통을 하고 때론 축제를 벌이고. 끝없는 유대관계의 지속은 그들 내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고객들에게까지 연계되어 있었다.

특히나 고객 서비스 센터에 대한 그들의 신념은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외주 업체에 이러한 것들을 넘기는 것이 보통인 현재의 모습이 아닌 메소드는 직원들이 직접 옹호자들, 그러니까 그들의 고객의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해 준다고 한다.

고객 콜센터를 인도로 아웃소싱하는 기업이 왜 그리 많은지 우리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전화를 거는 고객은 그 회사 제품을 써본 사람이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 기회가 아니다. 이건 새로운 통찰을 포착하고, 열괄하는 팬을 창출하고, 심지어 회사를 법적 문제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회다! –본문

단순히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성공을 목표로 했다면 아마 메소드라는 기업은 지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기업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그들 스스로 소비자이면서 고객이 되어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저 동일한 비누 하나, 세제 한 통으로 그칠 수 있는 것들에서 메소드라는 이름으로 혁신을 만들어낸 회사. 아름다움 외형은 물론 그 안의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자신들이 쓰기 위해 안전한 것들만을 선별하여 담은 이 제품과 이 제품들을 만드는 그들을 더 만나보고 싶은, 정말이지 이 회사에 하루만이라도 입사해 보고 싶은 그럼 행복한 회사를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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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 / 김종훈저

독서 기간 : 2013.1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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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고전 - 철학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
로베르트 짐머 지음, 이동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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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랜 시간을 공을 들여 읽은 것 같다. 눈으로 한 번 훑어보는 식의 속독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읽을 때 하는 버릇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따라와서 아무런 생각 없으며 페이지는 넘어가고 있지만 내용은 하나도 남지 않는 백지화 현상 때문에 다시 앞으로 가서 읽고 또 읽고 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책의 난의도라기 보다는 내 스스로 이 분야에 대해 제대로 된 정리는 물론이거니와 접근 조차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만 독자들에게 철학이라는 그 집을 한번 다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이 눈에 띄게 흥미로운 여러 방을 다 둘러본 다음, 그 방들의 위치와 건축형태, 장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각자 어느 방으로 다시 돌아갈건지 또 돌아가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낼 건지 스스로 결정할 수 았게 해야 할 것이다. -본문

읽는 내내 어려울지 모른다는 기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야말로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철학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라는 부제도 부제이지만 서문에 나타난 저자의 신념이 강하게 나타난, 그야말로 누구에게나 철학이라는 것을 접하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그리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다는 그의 이야기에,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철학에 조심스레 입문해보고자 하는 바람과 희망을 안고 읽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책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많이 보인다. 군주론, 국가론, 순수이성비란, 자본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제목만 보아도 저자가 누구라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함정은,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 속에서는 이렇게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단순히 책을 줄거리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은 물론 그들이 이 책을 서술하기 전후 상황이 그려져 있어 책의 탄생 비화를 함께 하는 기분이 든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제자로서 입문 하기 전 그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면서 플라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서 제자로서 그를 따른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보면 플라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 자체를 완전히 바꾸었다는 사실과 그리하여 탄생한 책이 국가론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이 책의 존재가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가족의 전통과 신념 속에서 성장한 청년 플라톤은 보수주의자였다. 그는 아테네의 민주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소피스트들도 적으로 여겼다. 그는 사회에서는 '위'와 '아래'가 분명히 구분되며, '최상의 사람들'이 정치적 권력을 행사해야 하고, 인민 대중은 통치자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본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해 간략히 정리 된 내용을 마주하면서 과연 이 책이 고전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악한 행위라 하더라도 정당화하는 그의 주장을 보면서 나는 그 편협한 자세에 대해 힐난을 가득 안고 있었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도덕 가치로 군주의 정치적 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군주는 천사들의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니라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권력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러므로 자기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군주는 선하게 행위하지 않을수 있어야 하고, 주변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선을 행하거나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문

이 책속에서 마키아벨리가 속해 있던 당시의 상황을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영원히 그를 악덕한 군주를 두둔하는 위험한 인물로만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속해 있던 당시의 이탈리아는 강대국들에 휘청거려여만 했는 나약한 존재였으므로, 그는 자국이 더 이상 그들의 손에 놀아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 책을 기술하였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양의 얼굴을 하고서는 체스판의 왕과 왕비를 지키는 희생양으로만 자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이들의 이야기 중 가장 놀라운 부분은 니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차라투스트라가 은둔 생활을 마치고 몽매한 대중에게 가르침을 전하기로 결심한 그 때 그가 한 이야기, '신은 죽었다' 라는 이야기를 보며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가 깨달은 것을 전파하는 것이려니, 라는 생각에서 멈추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니체의 집안은 개신교 목사의 집안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니체 역시 유년 시절에 성서에 대한 공부를 깊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신의 죽음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뒤집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직면하여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모두는 낡은 신앙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잃어버린 인간들이다. 새로운 의미 부여에 대한 그들의 동경 속에서 그들은 무(無) 앞에 선다. 여기 차라투스트라의 그림자도 속한다는 것은 니체 자신의 발전과 고려해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와 함께 허무주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이 책과 더불어 자기 자신의 철학적 과거의 한 부분을 뒤에 남겨 놓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저자의 말마따나 철학에 대해 일단 발을 들여놓고서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에게 알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그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의 압축이 아닌 저자가 속해 있던 그 시간의 전후를 설명해 주고 있기에 책 뿐만 아니라 그 저자들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 읽다보면 아! 하는 순간들이 늘어갈 수록 이렇게해서 이 고전들이 탄생되었구나,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고전에 대한 무게감 때문에 도저히 다가설 수 없었던 나와 같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오가로 히토시저

독서 기간 : 2013.10.15~10.1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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