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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이기에 아들에 관한 육아서를 읽는 다는 것이 생경하기도 하고 지금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물론 이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내용들이지만, 과연 아들을 낳으면 나는 별 문제 없이 키울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커지곤 했다.
오빠나 남동생은 없이 자매끼리만 자라 왔던 유년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집에서 남자는 아빠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남자라는 이성과 지낸 것은 성인이 된 이후의 아빠의 모습뿐이며 그렇기에 과연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남자들의 특성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TV 프로그램 속의 스쳐지나 가며 주워들은 이야기들뿐이었으니, 만약 딸을 낳는다면 내가 지나왔던 나날들을 더듬어 가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들을 낳는다면 어떡해 풀어나가야 하지? 라는 난제에 대해서는 어디서 답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마주하면서 이번 기회에 궁금했던 점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이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것이라도 배워보자는 마음에서 읽기 시작한 것이 읽으면서 끊임없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읽어내려 갔다.
엄마와 아들이기 전에 여자와 남자이기에 이 둘은 기본적으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성이기에 다분히 여성의 감성으로 아들을 대하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한다.
엄마는 아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감싸 키우려고 하지만 남자의 세계에서는 그런 사랑이 항상 유효하지는 않다. 남자의 세계는, 관계 중심적인 여자의 세계와는 달리 비정한 승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엄마들이 아들을 약한 존재로만 여겨, 사소한 실패와 좌절도 겪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작은 시련에도 견디디 못하는 온실 속 화초가 되어 자기를 그렇게 키운 엄마를 원망할 가능성이 높다. 엄마는 ‘돌’같은 아들이 답답해서 때로는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도 인내심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발휘해야만 한다. –본문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 때문에 고심하는 엄마들을 종종 전철이나 버스에서 마주하게 된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자 아이들과는 달리 남자 아이들 짧은 시간 내에도 계속해서 움직이곤 하는데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고 있노라면 아들을 키운 다는 것이 참 힘든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스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배운 바로는 이러한 특성 역시 다분히 정상적인 현상이기에 조바심을 내지 말고 아이들이 하는 대로 두면 된다고 한다.
엄마의 관점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들이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아무리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핑계를 어눌하게 늘어놓는 아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엄마들이 알지 못하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 남자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또래 여자아이들에 비해 더딘 경우가 많고, 남자의 특성상 관계 맺기에 서투를 뿐 대부분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점이다. –본문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거나 발달 상황이 자신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하는 것을 넘어 아이에게 그 화를 전가 시키는 실수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오히려 무관심한 듯이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것이 아이나 엄마에게 더 유용한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아이들과 비교해서 평균도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그 불안감 때문에 엄마는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려 하고 있지만 이러한 과잉 행동은 아이는 물론 엄마마저 지치게 하게 만든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내 아이가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적응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 더 많은 분야에 아이의 비범함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초초해하지 말라고 기다리라고 한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아들은 없다. 아직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어떤 가능성은 잠깐의 노력으로는 금방 찾을 수 없다.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 좌절, 고난을 거쳐서야 약간의 실마리를 건질 뿐이다. 늦된 사내아이들이 대부분 이렇다. 엄마는 답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누르면서 인내심과 사랑을 발휘해야만 한다. -본문

언제나 말을 잘 듣는 공손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아들의 손을 놓는 것도 사랑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모든 안전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며 내가 판단하고 좋은 것들만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그렇게 따라오기만을 바라고만 있다면 그것은 차후 엄마의 품을 떠나 사회에 나갔을 때 아이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들만의 섬에 갇혀 더 많이 깨지는 아픔을 견뎌야만 한다고 한다.
제 아무리 독수리 새끼라고 해도 병아리들과 같이 키우면 제 본능을 깨우치지 못하듯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을 억제 시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내고 조절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엄마는 언제 어떻게 아들을 품에서 날려 보낼 것인지 늘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손은 놓되 시선은 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시선은 떼더라도 마음은 떼어놓지 말아야 한다. 이를 ‘관망’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내버려두기는 하되 방치하는 게 아니라 늘 관심을 가지고 살핀다는 뜻이다. 아들 역시 그런 엄마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안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 –본문
친구와 싸우고 씩씩거리며 들어와서는 화풀이를 하는 아이에게 버릇이 없다며 나물하기 보다는 시간이 지난 후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다독여 주기도 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아이를 대신하여 아파해 주려 종종거리기 보다는 조금 거리를 두고서는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대안을 하나씩 던져줄 수 있는, 무언가 아들과 엄마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한 듯 해다.
엄마이기 앞서 여자이기에 여자의 감성으로만 아들을 이해하기 이전에 남자의 감성은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를 통해서 그들의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듯 하다.
아직은 먼 일이 아닌 언젠가는 나에게도 도래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이 시간이 꽤나 즐거우면서도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면서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전혀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기에 너무나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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