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소설 속 주인공을 마주하는 그 첫 장에서부터 나는 이 소설에 매료되고 말았다. 뭐랄까, 어디서도 읽어본 적 없는 느낌이었지만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는 그가 선택한 단어들로 인해서 이 소설의 주인공 로렌초는 오롯이 살아있게 느껴졌으며 그가 처해진 상황은 나로 하여금 그가 있는 곳에 함께 있게 만들었다.

 

 과거의 그는 너무도 암울한 시간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가난했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 위한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그럼에도 누구에게도 피해조차 주지 않기 위해서 그들의 아들인 로렌초에게 마음껏 ,TV를 즐기게 할 여유도 의자를 마음껏 끌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그들은 그들만의 성에서 살고 있었다.  

 

 

 

 로렌초의 어린 시절과 함께 그가 가장 아련했던 시간인 페데리카가 떠나버린 시간이 오버랩되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아버지의 오롯한 사랑을 원할 수록 더욱 혼자만의 시간으로 잠식했던 그에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연극과도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 수록 그는 더 깊은 자기 연민에 빠져 있었으며 더 없이 완벽한 순간이라고 믿었던 그 순간, 로렌초에게서 사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페데리카는 유유히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사실 그녀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만 해도 그는 그녀가 사라진 그 이후의 날들에 대해서 전혀 그려보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로렌초는 그녀가 떠나는 그 순간마저도 내가 다 그렇게 만들었다며 그를 오롯이 통해 나오는 말이 아닌, 어느 대사 속 한 문장을 읊조리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죽는 순간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 사랑을 계획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은 마음먹는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으로 공격하게 될 어떤 여자, 어떤 남자가 언제 우리 삶 속에 들어올지 알지 못 한채 살아간다. 하지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불행히도 그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본문 

 

 서먹서먹함을 넘어 남과도 다르지 않던 아버지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와 동시에 페데리카는 한 달 반 후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버지와의 따스한 정은 물론 아직 못한 말이 많지만 갑작스레 도래한 이 암흑과도 같은 이야기는 곧바로 그에게 이전의 그의 모습이 아닌 다시금 자신과 아버지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더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없을 것만 같은 그녀를 찾기 위한 마지막 시간으로의 도래를 그는 어떻게든 찾으려 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아버지가 이전과는 만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는 신이 어제 막 내게 선사한 새로운 아버지였다.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믿었던 바로 그 순간 다시 되찾은 셈이었다. -본문 

 

 로렌초의 이야기만을 읽어내려 갔다면 나는 그의 아버지를 원망했을 지도 모른다. 왜 그토록 자식에게 냉정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원망만 하고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란 누구나 자신의 그릇으로만,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일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세상이라 판단하곤 한다.

  

 본문의 내용 중 '문은 열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곧 닫힌다' 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끌어오기 위한 타임머신과도 같은 시간이 열려 그와 아버지의 관계가 이토록 다시 이어졌듯이 페데리카가 나간 그 이후, 반쯤 열려 있는 그 문틈의 간격은 남아있는 한달 반이라는 시간을 변모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들의 시간이 다시 이어질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는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이제는 로렌츠가 현재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에 대한 것을 제대로 인식했으니, 이제부터는 그가 원하는 시간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르's 추천목록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기욤 뮈소저

 

 

 

독서 기간 : 2014.02.04~02.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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