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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ㅣ 고전 콘서트 시리즈 2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평점 :

고전을 읽어야 한다, 라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뻗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뒤늦게 용기 내어 한 권의 고전을 통독한 이후에 밀려드는 허탈감에 어디서부터 이 난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만을 알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말하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는 걸작을 마주하고서도 대체 이 안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어떠한 물음을 품고서는 그 답을 얻어야 하는지도 몰라 되려 멍하니 정체되어 있던 요즘, <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콘서트>는 십대를 넘어 고전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나에게 있어서 어떻게 고전에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을 친절히 전해주고 있기에 그야말로 신명나게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 내려갔다.
모든 이들이 최소 한번 이상 읽어보았을 <어린 왕자>를 보면서 그의 눈에 비친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어른으로 변모되어 가는 우리네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늘 읽고 나면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 왕자와 그에 대비하여 너무도 변해버린 어른들을 모습을 보면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사회에 물들어가는 내 모습이 대조되는 듯 하여 읽으면서도 양가적 감정의 대비로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저자는 어린 왕자를 보며 과거에만 발목을 잡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린 왕자 안에 담겨 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어린 왕자는 사실 누구예요? 나입니다. ‘나였던’이 아니라 ‘나인’ 어녜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나조차 나이라는 틀에 집어넣으려고 하잖아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지금 너는 누구야What are you?’라고 직설적으로 물어 봐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내가 누구였는지 아는 것 I know what I was이 아니라 현재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I know what I am입니다. 어린 왕자를 나이 어린 존재로 보지 말라고 했지요. 어린 왕자는 지금 내 안에 들어 ‘있는’ 존재이지 과거에 ‘있던’ 존재가 아닙니다. –본문
가장 논리적인 언어라 생각되는 숫자를 넘어서 그 안의 진심을 바라보는 것. 시험 점수나 연봉이라는 숫자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사람의 틀을 바라보는 것이 어린 왕자에게 건네 진 양이 담긴 상자와 같은 것임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다고 그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나 어린 왕자가 말하는 어른이 타락한 존재가 아닌 어른이 되기까지 긴 시간 동안에 쌓아온 지식의 보고로 바라보고 있기에, 그는 변해가는 어른의 모습을 오히려 다독여주고 있다.또한 홀로 고독을 곱씹으면서도 관계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고독을 다룰 줄 알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 조우를 할 수 있는 어른을 알아보기를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점에서도 한창 찾아보았던 <역사란 무엇인가> 또한 이 책 안에서 마주할 수 있었는데 영화 <변호인>에서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에 대해 사상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무고한 형을 살아야 했던 그들의 모습도 어른거리며 이 책 안에 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안고서 열심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역사가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딱딱한 속알맹이가 객관적으로 그리고 역사가의 해석과는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믿음은 어리석은 오류이지만, 뿌리 뽑기는 매우 어려운 오류이다. -본문
과거의 기록을 담은 것이 역사이지만 역사라는 것이 어떠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기록되는 것이기에 기록하는 사람의 사상이나 선택이 담겨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객관성을 유지하여 담아야 하는 것은 역사를 기록하는 이들의 몫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광복절의 의미가 일본에게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로 기억되는 것과 같이 하나의 사건이라도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역사의 기술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독도를 두고서 교과서를 바꾸는 것은 물론 대외적인 홍보 자료를 고쳐 전 세계적으로 일본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현재를 지나 과거가 될 지금의 행태들이 훗날 사료로 남길 바라며 행하는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치밀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 이렇듯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의 것이 아닌 과거의 일을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기에 역사는 늘 현재 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는 E.H 카의 이야기를 마주하면 할수록 그의 책을 다시금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데미안>을 읽고서도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에 대한 힌트를 넘어서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대안과 이 안의 이야기와 반대되는 책들에 대한 소개들도 빠지지 않고 담고 있기에 한 권이 책이지만 그 안에서 수 십 권의 책을 마주한 느낌이 든다.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더 없이도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 이 책을 한동안 곁에 두고서 지침서로 이용해야 할 것 같다. |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콘서트 / 강신주, 곽신환저
독서 기간 : 2015.05.02~05.05
by 아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