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에 대해서 쉬이 대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도덕적인 물음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쉽게 생각하고 설명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나, 이 안의 트롤리 실험들을 마주하는 순간, 과연 무엇이 답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로 한창을 머리를 굴리게 된다. 그저 답이 있는 문제라면 어떻게든 풀어가겠지만, 아니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것이 그저 문제라면 안된다면 어느 것이든 찍어서라도 답을 고르겠지만 사람의 생명을 담보하여 답해야 하는 이 문제들은 쉬이 답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 책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시체들이 즐비하고 핏자국이 흥건하게 남겨질 것이다. 본문 속에서 고통을 겪을 동물은 딱 한 마리뿐이지만 인간들은 많이 죽을 것이다. 그들은 대개 아무런 죄도 없이 기괴한 상황 속에 사로잡힌 희생자들이다. 어떤 거구의 남자는 육교에서 떠밀려 떨어질 수도 있고, 또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본문
도덕적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시체들이 즐비하고 핏자국이 흥건한 이 이야기들이 대체 필요할까.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느냐는 이 질문은 책을 펼치고 있는 내내 독자들을 따라오는 질문으로 트롤리를 멈추기 위해서 한 명의 사람을 죽여 다수의 사람을 구하느냐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이 상황을 방광하고서 바라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게 되는데 하나의 답을 구했다 싶으면 또 다시 도래하는 질문은 과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물음이 계속되게 하고 있다.
딜레마라고 하기에는 가혹한, 꼭 누군가가 죽어야만 답이 나오는 이 문제들을 과연 풀어나가야만 할까, 라는 질문을 되내보기도 하지만 죽음을 기반으로 하지 않다고 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일까. 선로 위의 여섯 명의 남자와 병원 위의 여섯 명의 남자는 다르지 않을 운명 속에 있지만 그들에게 내리는 선택은 어찌하여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합리적이라는 인간인 우리는 어떤 선택들을 할 수 있고 그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고민하게 되는지에 그 다양한 이야기가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