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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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어린 시절 흥부와 놀부를 읽으며 가난한 동생인 흥부에게 자신의 재물을 나누지 않고 혼자만 배불리 먹으며 호의호식하는 놀부는 욕심쟁이로 나쁜 형이라 생각했고 아무것도 없이 집에서 쫓겨난 흥부는 가엽게만 느껴졌다. 그런 흥부 앞에 날아든 다리가 부러진 제비는 따스한 그의 마음씨를 대변하는 것이었으며 권선징악의 대표적인 이야기로 흥부는 부자로, 놀부는 다시 쪽박을 차게 되는 이야기로 매듭지어 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한가지 이야기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하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흥부와 놀부를 보며 그들의 역할을 하나로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머리 속 깊이 인식되어 있던 이러한 문제들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흥부와 놀부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고 나서부터였다. 이 책 역시도 그 동안 당연하다, 라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또 다른 면모를 전해주고 있으며 당연한 것들의 붕괴는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환희와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전해주기에 그야말로 정신 없이 읽어 내려 갔다.

 장화, 홍련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 것이다. 친모의 죽음 이후 새로이 들어온 계모는 그들을 못마땅히 여기게 되면서 온갖 술수를 부리며 결국 그녀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이 원통한 죽음이 한 사또에 의해서 풀어지게 된다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이 이야기 속의 모든 잘못은 오롯이 계모에게 있다 생각했다. 그녀만 아니었다면 장화, 홍련의 이 기구한 운명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들이 친모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그녀의 어머니의 잘못부터 짚고 넘어가고 있었다.  

이야기를 보면 장화와 홍련은 어머니가 죽고 계모가 들어왔을 때 그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매한테는 여전히 죽은 어머니가 진짜 어머니였지요. 계모는 자기를 괴롭히는 타자내지 이었을 따름입니다. 자매가 서로 붙들고 앉아 죽은 엄마를 찾으며 우는 모습에서 이를 잘 알 우 있지요. 어쩌면 자매가 이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계모의 미움이 자꾸만 더 커져 갔던 것은 아닐까요? 저 자매는 더 이상 자기를 지켜줄 수도 없는 죽은 엄마의 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슬픔과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또 다른 억압을 자초했다고 하는 해석입니다. -본문

뿐만 아니라 그녀들은 문밖에 나가본 적이 없음을 고백하고 있는데 언니의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밖으로 나아가지 않는 모습은 스스로를 현재에 옳아 매고 있음을 즉시하게 된다. 이 모습은 서양의 고전인 신데렐라와는 다른 모습인데 신데렐라는 집을 떠나 바깥 세상으로의 여정을 통해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갔다면 장화 홍련은 그들의 세상을 깨고 나올 생각 조차 하지 못한 채 모든 화를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인 <빨간 모자>를 보며 빨간 모자를 잡아먹기 위해서 그녀의 할머니를 잡아먹고서는 위장을 하고 있는 늑대가 이 이야기 속 악인의 모습이라 생각하겠지만 저자는 숲 속의 꽃밭에 매료되어 가지 말아야 할 곳을 넘어선 빨간 모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늑대가 바로 아이를 잡아먹는 대신 숲 속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입니다. 할머니를 먼저 잡아먹기 위한 계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좀 이상한 면도 있어요. 아이를 먼저 잡아먹은 다음에 할머니를 잡아먹으로 갈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지요. 어떤가 하면 이 이야기에서 무서운 함정은 늑대보다는 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마음을 잡아끄는 예쁜 존재가 바로 꽃이지요. 꺾어서 가지고 싶은 대상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유혹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유혹이라고나 할까요? 예쁜 아이 빨간 모자는 그 유혹에 넘어가 함정 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갔던 것이고 길을 잃었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문

 엄마의 심부름을 하면서 숲 속의 늑대를 조심하라는 주의를 듣기는 했으나 빨간 모자는 늑대를 넘어선 꽃에 매료되고 만다. 이 유혹의 늪에 빠진 빨간 모자는 결국 자신은 물론 할머니마저도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데 어찌되었건 이러한 유혹을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넘어가게 된 것이며 이 잘못에 대해서 추후 깨닫게 되면서 그 유혹의 끄나풀이었던 늑대를 죽임으로써 그녀는 다시는 이러한 잘못에 빠져들지 않도록 그 유혹의 늪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넘어서 심청이의 이야기 등 그 동안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맥락을 완전히 뒤집어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극단적인 방안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이야기가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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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고전읽기 / 박홍순저


 

 

독서 기간 : 2015.01.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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