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사 - 우리 역사 속 특급비밀37
박지은 지음 / 앨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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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역사 속 주요한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봤구나, 라는 생각에 이전에 배웠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며, ‘, 그래, 이런 내용이었지.’ 라며 다시금 기억을 더듬어보곤 한다. 어느 정도의 이야기들은 한번쯤을 들어봤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마주한 이 <한국유사>는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역사에 대한 초점보다도 그 안에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전해주고 있었고 그렇기에 역사를 보지만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마주하듯이 읽어 내려갔다.  

제발….. 왕이시여 제발…..’
그러나 중천왕은 차갑게 눈길을 돌렸다. 이미 왕은 마음을 돌렸다. 제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애정이 식으면 향기 잃은 꽃과 같은 것을
. 
뭣들 하느냐! 당장 관나부인을 바다에 넣어라
!”
 
그녀는 그렇게 잔인하고 허무하게 서해에 수장되었다. 서기 251, 중천왕 4년의 일이다. 이후 서해 바다의 물이 동해나 남해보다 더 짜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관나의 눈물인가. -본문

 한국사 10대 미인 중 첫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관나부인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처음 마주하게 되었는데 황진이, 어우동, 장희빈 등만을 익히 들어온 나로서는 관나부인이라는 이름이 생경할 뿐더러 과연 그녀는 누구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는데 2미터가 넘는 머리카락의 길이와 고운 얼굴은 그녀의 삶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고구려의 제일가는 미녀로서 그녀는 중천왕의 소왕후로 자리하게 되는데 당시 왕후였던 연씨의 질투로 자신이 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관나부인은 계략을 도모하게 되고 이 계략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밀어 넣게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제 발에 자신이 넘어져 오히려 큰 화를 입은 것으로 이야기는 이곳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수장 당했다는 서해의 바닷물이 짠 이유에 대해서 그녀의 눈물 때문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매듭짓게 된다.

 관나부인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서해의 이야기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역사 속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구전으로 들려오는 오랜 된 동화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하니 우리네 역사 안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페이지 넘기는 손이 바빠진다.

 한확이 막내 누이인 계란을 명나라 공녀로 보내는 길, 수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 쑥덕거렸다.
 
그 소리를 떠나는 계란의 귀에도 들어왔다. 가뜩이나 한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이제 이 땅을 다시 밟아 볼 수 있을까. 어머니를 다시 뵐 수 있을까.’ 조선을 떠나는 계란은 모든 것이 마지막인 듯 서럽고 아팠다. –본문

 고려시대때부터 시작된 공녀 선발은 현재 전해지는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당시 영락제의 총애를 반아 후궁이 된 현인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보노라면 한확의 누이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따라가게 된다. 그에게 있던 누이 두 명 모두 공녀로 보낸 그는 그 덕분에 조선에서 임금조차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권력의 테두리 안에 속하게 되는데 한확의 사위인 원명이 요절하고 나서 그의 시대가 마감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의 딸이 다시금 그들의 왕권을 획득하게 됨으로써 한가의 시대는 계속 이어지게 된다. 누이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던 공녀 선발은 한확에 있어서는 둘도 없는 생을 살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니, 그는 과연 자신의 삶을 어떻게 돌아보았을까.

 익히 들어왔던 이들 뒤에 숨겨져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면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김명국이란 화가는 처음 만나는 것이었으며 광개토대왕을 한번이라도 이기고 싶어했던 아신왕의 고집과 그 안타까운 결말 등 그저 큰 그림만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전해준 <한국유사>는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이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이 책 안에 담기지 못한 또 다른 이야기들은 없을지. 역사에 대해서 자꾸 알아 가고픈 마음을 일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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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e 1 / EBS 역사채널e

 


 

 

독서 기간 : 2014.12.16~12.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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