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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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어찌 보면 소설 같기도, 어찌 보면 철학인 듯 하면서도, 과학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생물에 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종족간의 경계 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또 하나의 판타지와 같은 모습이다. 어찌되었건 무엇이라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이 책의 이야기에 대해서 한 마디로 느낌을 표현해 보자면 과연 이 지구가 인간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라는 깊은 반성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먹이사슬 피라미드에 대해서 인간은 말미암아 가장 상위에 존재하는 최상위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모습으로 배우곤 했다. 그것은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시간 속에서 등장한지 채 몇 초도 되지 않은 인간이 이 지구의 모든 것들 손아귀에 쥐고 있다는 오만함의 극치였다는 것을 이제서야 인지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해서 깊은 상념에 빠져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면 알수록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이야기하는 우리가 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장을 보게 되면서 과연 인간의 존재가 무엇이며 인간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된다.

 시작은 인간이 박쥐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간이 박쥐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전하게 될까, 라는 이야기가 다시 박쥐가 꿀벌에게, 꿀벌이 호랑이에게 연계적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도무지 아무 연관이 없을 것만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된다.

 사람들은 막연히 당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굴에서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 활동기가 되면 팔과 다리, 꼬리 사이를 덮은 날개막이라는 피부막을 이용해 날아다닌다는 사실, 날개막 구조는 새나 화석 속의 익룡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어두운 동굴에서도 길을 찾거나 먹이를 잡을 수 있도록 초음파를 낸다는 설명도 당신에 대한 묘사로 단골입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직 매우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까. 어디선가 날아든 박쥐를 보고서는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나에게 남아있는 박쥐라는 동물은 징그럽고 무서운 존재로만 남아있다. 그것은 현재의 나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는 사실인데, 흡혈귀로 변모할 것만 같은 박쥐에 대한 편견은 사실 대부분의 박쥐는 초식 동물이며 흡혈박쥐라 불리는 것들은 남미에만 서식하는 것으로서 그도 사람의 피가 아닌 가축의 피를 먹고 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박쥐라 하면 왠지 두려움만을 떠올린 것이 사실이다.

 이전에는 자주 마주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현대에 있는 박쥐들은 흰코증후군이라 불리는 박쥐 병에 의해서 점점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 인간에 의해서 급변하고 있는 기후의 변화는 늘 비슷한 온도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박쥐에게 있어서 사라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미운 마음에, 당신 따위는 죽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당신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은 박쥐 하나가 하룻밤에 먹을 수 있는 해충의수는 3000마리 이상입니다. 미국산림청은 2009. 흰코증후군 때문에 박쥐가 줄면110 kg에 달하는 해충이 활개를 칠 거라고 예측할 정도였어요. –본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역할을 하고 있던 박쥐는 꿀벌에게 다시 편지를 쓰게 되는데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전염병 때문에 꿀벌들이 집단 폐사했던 그 순간을 목도한 박쥐는 꿀벌들의 그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꿀벌이 사라지는 날에는 현존하고 있는 70%의 식물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하니, 매번 벌이 나타날 때마다 쏘일까 두려워만 했던 나로서는 그들의 존재가 이토록 크게 다가올 수가 없게 된다.

 그 작은 꿀벌이 다시 호랑이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이들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꿀벌과 호랑이는 같은 시대를 지내온, 그러니까 오랜 시간 지구상에 함께 존재해왔던 동물이라고 한다. 너무 작아서 있는 줄도 잘 몰랐던 벌꿀이 호랑이와 함께 지구를 호령했던 존재였다니. 그리고 그 둘 모두의 개체가 인간에 의해서 점점 설 자리가 줄어서고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당연이 이 당시에 살던 원시 고래의 모습은 지금의 당신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평범한 네발 동물이었어요. 주둥이가 길고 발굽은 두 개 또는 네 개로 갈라져 있으며 개처럼 부지런히 땅을 헤집으며 먹을거리를 찾아 헤맸겟지요. 왜 물에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 먹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빠른 시간에 육지를 점령하며 폭발적으로 불어난 포유류들은, 이미 서로 간에 먹이 경쟁을 벌이느라 꽤 피로함을 느꼈을 거예요. 당신의 조상은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을 찾아 바다에 주목했을 것입니다. –본문

 유유히 바다 속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는 고래가 사실은 돼지와 친척 관계였다는 것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들이 실은 함께 육지에서 있던 존재였다니. 고래라는 의미 안에 그러한 숨은 뜻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러한 고래를 보며 부러움을 토로하고 있는 돼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먹을 거리로만 생각했던 돼지에 대한 마음이 송구하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사자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으로 이어지기까지 숨가쁘게 현재의 우리에게 편지가 다시 되돌아오기까지 서로 연계관계가 전혀 없을 것만 같은 동물간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이전의 시기에서부터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 서로를 위협하며 살아가는 시간들이 있기는 했으나 누가 누구보다 상위의 위치에 있어 자신보다 하위에 있는 생태계를 멸망시키는 일 따위는 전혀 없었던, 그야말로 공존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인간의 출현은 이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불살아 버리는 끔찍한 만행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곳에서 당신과 생태계를 공유하는, 아니 당신과 같이 생태계를 완성해 가는 다른 동물이 있을 것입니다. 약하고 무용해 보이는 인류를 보듬어 품어 70억에 이르도록 번성시킨 당신의 포용력을, 이제 다른 종에게도 넓혀 보세요. 조금이지만 제게도 보였줬던 그 포용력을, 당신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존재로서, 다시 기다립니다. –본문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편지를 읽으며 과연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행보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이곳은 우리만의 소유가 아니며 이 땅 위에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나누며 그저 그 안에 속해 있는 하나의 종일 뿐이다. 만용이 아닌 포용으로 함께하는 자세를 가져야만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 존재하는 이들은 물론 우리도 있게 되지 않을까. 찬찬히 되짚어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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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의 노래 / 데이비드 쾀멘저

 

 

독서 기간 : 2014.10.25~10.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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