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안에 사는 여인들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는 이 책을 마주하기 전에, 그저 궁 속의 여인들은 왠지
한 없이 가냘프면서도 그 안에서만 평생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여인들이 떠오르곤 했다.
물론 우리의 역사 안에서도 장희빈이나장녹수와 같은 악녀라 꼽히는 인물들이 있기는 했다지만 대다수의 여인들은 언제나 국왕의 곁에서
보필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조용히 뜻을 따르던 이들이 떠오르는데 다분히 수동적인 여인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펼친 나에게 그녀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처절한 피 비린내 나는 혈전의 시간 속에서 버텨왔는지에 대해 들려주고 있었고 이야기를 마주하면 할수록 조용히 웃고 있지만
그녀들의 머리 속에는 수 많은 회로가 동시 다발적으로 계산되어 지고 있는 모습이 보여 섬뜩함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나라를 부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황제의
가문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고 그 기반으로 대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기에 이들은 어린 황제나 태자에게 성교육을 하기도 하고 몸에
좋다고 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먹었으며 심지어 최음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황제의 눈에 들어야 자신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기에 그녀들은 그야말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는데 때론 이러한 경쟁은 죽음의 그림자에까지 당도하고 있기에
권력이라는 이름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에 대해 마주할 수 있다. 특히나 무
측천의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는데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딸은 살해하는 것은 물론 태자의 자리를 쥐락펴락하고 있었으며 결국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것을 보면서 궁궐 안의 권력의 소용돌이 중심은 태풍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실제 그 주변은 모든 것이 폐허가 되듯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적자생존이라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황후이지만 폐비가 된 이후에는 일반
궁녀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야 했으니 롤러코스터와 같은 삶이 아닐 수 없다. 황제의 총애를 잃는 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이기에 그 결과를 알기 때문에 그녀들은 더 독해질 수 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 자신이 이슬의 형장으로 내일 사라지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어디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니 숨도 편히
쉴 수 없을그 긴박한 시간들이 흘러 지금의 역사로 굳혀져 왔으니.이 화석이 우리의 손에 전해지기까지 들끓어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새록새록하니 가슴에
전해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