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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국사나 세계사가 단순히 암기 과목이라던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당시에는 우리의 역사나 세계의 흐름들을 배우며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뿌리를 단단히 한다는 인식조차도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것들이었으며 그저 읽고 외우고 시험보고 증발시키는, 그야말로 암기의 연속으로만 이뤄졌기에 여전히 나에게 국사나 세계사는 난제의 벽으로만 남겨져 있다.
그러던 찰나 회사 동료이자 후임이 나에게 어느 한 블로그를 소개해 주었는데 그 곳에 올라오는 세계사 이야기가 재미있기에 자신도 종종 들러 본다며 알려준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캔들 세계사 1권>을 발간했다는 저자의 블로그라는 말에 바로 이웃추가를 하고 종종 찾아가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번 <스캔들 세계사 2권>은 발간되자마자 바로 찾아 보게 되었다.
1권 발간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기에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서는 읽어야지, 라는 생각만 계속 하다가 이번 2권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은 ‘세계사가 이토록 즐거운 것이었다니’라는 생각과 과거나 현재나 인간의 역사는 모든 것들 안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배우게 된다. 앞뒤 전후 상황을 이해하고 나니 파노라마처럼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내용들이 정리가 되기에 이제는 정말 내 안에 스며든 이야기들처럼 인식이 되었다.
역사적인 흐름은 물론 우리가 지금도 종종 마주하게 되는 카더라 통신으로 접하게 되는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기에 읽는 내내 즐거움이 일었는데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들의 근원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를 연발하여 급하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금발의 여인에 대해서 그리다 보면 아름다운 그녀들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그녀들에게는 백치미라는 것이 동시 다발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금발과 백치미는 함께 하게 되었는지 그 시발점을 이 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등장과 함께 프랑스에서는 금발이야말로 모든 숙녀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당시 굉장한 미녀로 유명했던 로잘리 뒤테라는 여성이 있었는데요. 그분의 머리카락이 가지고 있던 이 미녀는 가수이자 배우로 당시 많은 귀족들의 에스코트 노릇을 했습니다. (중략) 아름다운 로잘리의 단 한가지 흠이라면 굉장히 멍청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여자들한테 교육을 많이 시켜주던 시절도 아니었고 에스코트 일을 하는 여성이 얼마나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싶지만, 어쨌거나 이 아름다운 금발 미녀의 명성과 더불어 그녀의 멍청함도 덩달아 유명해졌고 덕분에 그 유명한 ‘멍청한 금발 미녀’라는 이미지가 생겨났습니다. –본문
또한 마치 전염병처럼 사람들이 춤추는 사람들을 이야기를 보면서,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사라진 전염병이라고 하는데, 어찌되었건 그 사건의 기록들에 대해서 여전히 수 많은 가설들은 있지만 무엇 때문에 그렇다, 라는 뚜렷한 결론이 없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왠지 섬뜩하게만 들려온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또 다른 면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를 천재적인 미술가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는 다방면에서 빛이 나는 팔방미인이었으며 특히나 음식에 관한 호기심이 엄청 났다고 하는데 그렇기에 그는 요리사로서의 무한한 능력을 펼치기 위해 스포르차 가문에 입성하게 된다. 그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넘치는 아이디어 때문에 주방은 점점 비대해져 갔으며 그의 미친 천재성이 요리가 아닌 그림으로 빛을 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도 바로 루도비코였다. 최후의 만찬을 고심하면서 그는 다른 것보다도 만찬 위에 오를 음식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하는데 음식에 대한 그의 열정은 다음 문장에서도 쉬이 느껴볼 수 있다.
예수는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무엇을 먹었는가! 그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싶었던 레오나르도는 <최후의 만찬>을 그리는 데 무려 3년을 투자했는데, 그중 2년 9개월을 식탁 위에 놓일 음식과 와인을 고르고 고르는데 사용하였습니다. 도자기를 빚는 장인의 마음으로 수도원에 있는 모든 와인을 다 마셔보며 ‘아냐, 이것도 아니야!’라고 외치던 레오나르도 탓에 수도원장은 술창고가 말라붙고 이 요리 저 요리 하도 실험을 해대는 통에 수도사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고 루도비코에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본문

이미 영화로도 봤었던 <천일의 스캔들>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메리 1세의 이야기를 넘어 마리아 테레지아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이야기들을 보면서 언젠가 한번쯤은 유럽사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생각하긴 했지만 ~세, 이렇게 끊임없이 시작되는 연도표를 보면서 포기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나 이 책을 통해서는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안의 내용들이 정리가 되면서 조금씩 한 눈에 역사가 보이게 된다.
순백색의 웨딩드레스를 입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이혼이 너무나 복잡했던 예전에는 아내를 파는 행위로서 그들만의 합리적인 이혼의 방식을 만들었다는, 지금으로 생각하면 물음표만 생기는 일들이나 또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에 대한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점점 더 풍성하게 지식이 차오르는 것들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읽다 보면 1권의 이야기들도 연계되어 나오는 것들이 종종 있는데 이 참에 1권부터 찾아서 다시 읽어보려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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