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에 대해 알고 본다기 보다는 보고 나서 생각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인듯 하다. 대략 어떠한 내용의 영화라는 것만을 알고서는 영화를 보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보고 난 영화는 그 나름의 물음만 가득히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영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그저 스쳐지나가는 영상을 보는 것이 전부인 나로서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 묻고 싶은 것들이 꾸물꾸물 올라오곤 하지만 그것들을 어디서 풀어야 할지 모른채 그저 안고만 있다 어느 새 사그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잊혀졌던 영화들에 대해서 혹은 보는 동안에는 별다른 생각지도 못하고 왔던 영화들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이터널 선샤인'부터, 여러번 보았던 '타인의 삶',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창 동안 이야기를 나눴던 '설국열차' 등 20편의 영화를 집중해서 마주해 볼 수 있다. '설국열차'를 보고 나서 늦은 점심을 하면서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꼬리칸에 있는 이들과 가장 상위의 머리 칸에 있는 이들은 열차라는 공간안에 있지만 그들의 위치에 따라서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일명 양갱이라 불리던 단백질 블럭을 생존을 위한 유일한 음식으로 살아왔던 꼬리칸에 있던 이들에게 전해지는 조용한 움직임. 앞 칸으로의 전진을 유도하며 그들에게 마음 속 자리하고 있는 도전과 반항을 꿈틀거리게 하는 그 메세지들은 그들로 하여금 끝에서 처음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꼬리 칸 사람들은 감옥에 갇힐 권리도 없는 벌거벗은 생명이지만 분명 열차 내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흔히 법이란 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인권은 불가침의 영역이며 소유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국가권력은 법과 질서를 미리 상정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본문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균형이 아닌 한정된 공간 안에 한정된 물자가 있는 열차에서는 누군가를 통한 균형의 힘이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바로 이 열차의 머리에 해당하고 있는 월포드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균형은 이토록 철저하게 규정된 삶이 없었다면 정말 존재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우리는 이 공간만을 한정해서 바라봐야만 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여전히 풀리지 않았던 물음들에 대해서 이 책 안에서는 그 물음에 대한 해갈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었고 때론 생각지 못했던 것들 조차 이야기해주고 있다. 인간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 인간에 대해 말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의 삶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이는 계급으로 환원되어버린 또 다른 세상의 창조를 말하는 듯 하다. 열차의 상층부로 나아가면 갈수록 크리놀이 주는 환상에 사로 잡힌 이가 수두룩하게 나타난다. (중략) '태초에 열차가 있었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열차의 파괴와 함께 신인류의 시작을 알린다. -본문 영화 '식스 센스'는 '유주얼 서스펙트'만큼이나 반전이 강한 영화로 남아있다. 꽤나 오래 전에 본 영화이지만 강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그 당시의 반전이 지금껏 보았던 반전 중의 최고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문제는 '식스 센스'에 대해서 그 이상의 내용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식스 센스에 대해 어떠한 질문들도 던져보지 않았을텐데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영화의 반전 이외의 인간에 대한 이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흔희 페르소나를 통해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 겉으로 드러나는 인품, 경제력 따위를 통해서 그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반드시 그림자를 가지기 마련이고 이 그림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말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본문 그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볼 수 있는 소년과 이미 세상을 떠난 영혼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이야기로만 보았던 식스 센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보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를 책으로 마주한다는 것이 어느 순간 신기하기도 했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지나가버리는 영상과 의도해야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은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혹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상호 보완해주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을 열어주는 창이 되주고 있기에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책을 보든, 이 책을 보고 영화를 보든 어느 것이든 또 다른 세상으로의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