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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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하루 1440.

이렇게 숫자로 마주해 보면 꽤나 많은 시간이기에 그 중 5분 내지 10분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새해가 도래하면서 하루의 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새해에는 일기를 써보리라 다짐을 했다. 내 스스로 하루를 보낸 것에 대한 기록이면서도 자기 반성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먼 훗날 되돌아 보았을 때 나의 젊은 나날들에 대한 발자국들이기에 단 몇 줄이라고 써보자고 다짐했던 것이다. 

2014년의 1분기가 지나가려 하고 있는 지금을 돌이켜 보면 다이어리에는 이틀 치의 기록만이 자리하고 있다. 90일 남짓한 나날 중에 단 이틀이라니. 그것도 몇 줄 되지 않는 이 일기를 채우는 대는 10여분 정도도 들지 않았을 텐데 과연 나는 그 시간을 어디로 흘러 보내고 있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에 내 스스로가 처연해지곤 한다.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잔상도 없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가 버린 허무한 나날들을 돌이켜 보며 과연 지금 이 상태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상념에 빠져보게 된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에 쫓겨서 허둥지둥 오늘로 달려왔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발버둥이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흔적도 없는 지금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물론 하루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동일한 시간이자 나의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았을 때 과연 나는 그 시간 속에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당당히 예스라고 답하지를 못하겠다. 내가 사라진 시간 속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가 생활 속의 1, 1초를 즐겁게 누려야 하는 이유는, 인생이란 것이 본래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근할 때나 길을 건너는 매 순간이 다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두 삶의 풍경이고 생명 속에서 고동치는 음표임을 인식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는 주로 마음에 걱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느긋하게 일을 처리할 시간을 줄여 그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박을 느끼는 데에는 중요한 오류가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하나의 일을 끝내는 동시에 또다시 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고, 연이은 일에 파묻혀 자신을 잊게 되고 말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생활을 향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향유할 마음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발걸음을 생명의 리듬에 맡기고 일거수일투족을 그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야 합니다. –본문

 매일을 허덕이면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 방향을 잃은 듯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수신修身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들을 내 안에 담으려 해도 더 담을 여유가 없다면 그것은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무용지물의 것들이 되고 만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일초 단위의 촌각을 다투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걸으면서도 무언가를 배워야 하고, 일 처리를 해야 하기에 스마트폰을 쥐고서는 놓을 수 없으며 잠시 시간이 허락된다고 하더라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증 속에서 살고 있기에 하루 속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그 찰나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낭비처럼 느껴진다. 아니, 오히려 나를 위한 시간을 남겨두어야 할 필요조차 못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그 다음에는 무얼 해야 하고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내일은 또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스치면서 이 시간 조차도 오롯이 내 것으로 갖지 못하고 있기에 종종거리고 있는 내게 저자는 단 5분 동안이라도 정좌를 통해 마음의 평온을 가져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우주와 인생의 가장 심오한 도리는 마음이 평온할 때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사람은 일평생 몽롱하고 혼란스러워 상태에 빠져, 죽을 때까지도 깨달을 수 없다. 잔잔한 물에서만 반짝이는 달과 별이 보이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다면 어찌 생명의 참뜻을 이해하고 인생의 오묘한 이치를 통찰하여 운명의 깨우침을 얻을 수 있겠는가? –본문

 책을 읽는 도중 잠깐 눈을 감아보았다. 5분이면 별거 아니겠지, 라는 마음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와중에 30초도 안되어 힐끔 시계를 쳐다보고 그러다 다시 감고.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서 5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어찌나 그 5분이 길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그 동안 내 스스로에게 평온을 위한 시간들이 얼마나 없었는지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매일 쫓기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서 밤이 되면 무너져 내리는 하루 속에서 대체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돌아봄 틈도 없이 그저 앞으로만 내달리곤 했으니, 5분이라는 시간 조차도 나를 위해 쓰는 동안 견디지 못하는 것을 보며 내가 이렇게 살아 왔구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부분에 관한 내용들은 흥미로웠는데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이기에 나는 소크라테스의 충고를 진작에 알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며 그저 겉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소크라테스의 친구는 델포이 신전의 신에게 세상에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여 사제는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하게 되고 이 이야기는 소크라테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세상에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고 말한 여 사제의 대답을 도통 이해할 수 없던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만약 내가 가장 지혜롭다는 신탁이 정확하다면 단지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신 앞에서 나와 다른 현인들은 모두 무지한데, 나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진정한 내용이 인간들아! 자신의 지혜가 진정 아무런 가지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바로 너희들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니라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본문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오롯이 내가 주인공이자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자만심에 도취되어 있는 나날 속에서 무엇을 모른다고 고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게다. 언제나 내가 보는 것이 옳고 타인이 보고 있는 것이 그르다는 신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나의 내면은 갈수록 기고만장해지고 이해하는 척 하고는 있지만 점점 나라는 철옹성을 쌓으며 혼자만의 성을 쌓고 있으니 말이다. 나를 알라는 것이, 내 안의 내면에 있는 무지함을 가득한 나를 인지하고 그 부족한 것에 대한 배움을 얻으라는 조언을 그저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에만 충실하고 있었다니. 소크라테스와 저자를 통해서 점차 위선으로 가득 차 있던 내가 헐 벗겨지는 느낌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라고 했거늘 어찌하여 나는 알면 알수록 그것을 드러내기에 급급했는지 모르겠다. 수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 공자는 향당에 있을 때 말을 못하는 사람처럼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자그마한 일이라도 그것이 나의 공이라며 드러내기 바빴던 나는 과연 얼마나 작은 그릇 속에 담긴 사람인가에 대해 깨달으며 자연스레 숙연해지고 만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마주하기 보다는 바깥으로만 계속 시선을 두고 있는 동안 내 안의 나는 황망해 져버린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가 전해주는 삶의 이치를 마주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흔들리는 갈대보다도 더 출렁거리는 다 잡을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변화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 몇 분씩이라고 잠들기 전에 나의 하루하루를 돌아보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짧은 몇 분은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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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 이무석저​

 

 

 

독서 기간 : 2014.03.17~03.1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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