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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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업무상 하루에도 몇 번씩 지도를 펼쳐보는 일이 허다하지만, 과연 이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본적은 없는 듯 하다. 매일 익숙하게 5대양 6대주를 따라서 세계 지도 속 나라를 찾는 일만을 하곤 했었는데 이 <욕망하는 지도>에서는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구글 어스의 지도에서부터 기원전 700년 전의 바빌로니아 점토판에 새겨진 지도까지, 역사 속에 남겨진 지도 중 우리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12개의 지도를 기반으로 하여 과연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깊은 고뇌와 그 고뇌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동안의 다양한 자료들을 이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놓고 있다.

 물론 한 권의 책이라고 하기에는 그 무게감부터가 묵직하니 다른 책들과는 다른 위엄을 드러내고 있는데, 책의 무게만큼이나 안의 내용들은 더욱 묵직하니 쉬이 읽어내려 갈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지도라는 것이 그저 한 장의 종이로 이루어진 것들이라 생각했던 나의 막연한 관념을 깨트리고 그 안에 담긴 인간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그들이 원하는 바를 투영시킨 지도를 마주할 수 있고 그 지도들을 통해서 그들이 지나왔던 발자취를 거슬러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핸드폰 어플만 실행시키면 현재 나의 위치가 어디이고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만 하면 그 곳이 어디에 있는지에 단번에 알아낼 수 있는 요즘, 우리는 지도의 중요성 혹은 필요성에 대해서 간과하기가 쉽다. 몇 초 걸리지 않고서 바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에 이 일련의 과정이 실현되기 까지의 무궁무진한 데이터들이 현재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들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우리에게 저자는 지도 한 장에 담겨 있는 대 서사시에 대해 친절히 안내해주고 있다.

  현존하는 인류에게 전해지는 세계 최초의 지도인 <바빌로니아 세계지도>를 보노라면 우리가 흔히 마주했던 지도와는 다른 형태의 것이다. 두 개의 원과 그 주변에는 삼각형과 안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계 지도의 모습이 아니라 우주를 기반으로 한 현재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그러니까 한 인간의 상상력이 투영된 지도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기원전이라는 그 오래된 시간 속에서도 우리네 인간이 우주라는 공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당시에도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어떻게 탄생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호기심을 반영하여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을 그려냈다는 것에서 자못 신비하면서도 위대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사람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줄곧 정보를 공간적으로 처리하면서 더 넓은 세상과의 관계에서 이해한다. 심리학자들은 이 행위를 인지적 관계 대응이라 일컫는다. 이는 거대하고 두렵고 인식할 수 없는 저쪽세상과의 관계에서 나를 구별하고 정의하는 과정에서 공간적 환경과 관련한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하고, 상기하는 정신적 행위다. –본문

 

천문도가 조선을 새 하늘 아래 두었듯이, <강리도는>조선을 새롭게 표현한 땅에 올려놓았다. 기독교 지도는 동쪽을 지도 위에 놓았고 이슬람 지도의 상당수는 남쪽을 위에 놓았던 반해 <강리도>는 북쪽을 지도 위에 두었다. 지도에 나타난 세계는 따로 떨어진 대륙도 없고 땅을 둘러싼 둥근 바다도 없이, 연속한 하나의 땅덩어리다. 지도 전체가 직사각형이고 윗부분은 온통 육지로 뒤덮이다 보니 지구가 납작해 보인다. 지도의 중심에는 조선이 아니라 거대한 중국 대륙이 인도 서해안부터 동중국해까지 축 늘어져 매달려 있다. 대륙이 워낙 거대해 인도 대륙을 집어 삼킬 듯하고, 인도 서해안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본문

 중국 대륙과 거의 크기가 비슷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지도가 이 책에 실렸다는 것도 왠지 가슴 설레는 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제작되었다는 이 지도는 조선을 표현한 최초의 지도이자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럽을 표시하고 있는 지도이기에 그 존재가 현세의 우리에게는 엄청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비슷하면서도 세계 지도를 펴 놓고 보아도 별 반 다르지 않은 당시의 지도를 보면서 과연 선조의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이 지도 안에서 정치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어떠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인 것이다.

 구글어스는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이 분야 애플리케이션의 표준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지도의 지위와 지도 제작의 미래를 와전히 재평가해, 지도 제작을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작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지구 어느 곳이든 다 볼 수 있고, 지도 제작자의 불가피한 주관적 편향이나 편견 없이 세상 어떤 곳이든 지도에 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표시할 수 있는 지도의 범위가 점점 늘면서 지도와 지도 제작자에 대한 정의도 넓어진다. =본문

 인공위성을 띄우고 달로 탐사를 떠나는 현대의 사회에서는 실시간으로 구글 어스를 통해서 전지적 시점의 관점으로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들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전에는 상상의 나래를 펴서 지도를 제작하였다면 구글 어스를 통해서는 2차원적인 세계가 아닌 3차원의 관점에서 실제 그 장소를 보고 있듯이 마주할 수 있게 되는데, 단순히 그림이나 기호로 남겨져 있던 것이 지도라면 구글 어스는 그 안에 어마어마한 정보를 담고서 지도라는 명명을 넘어선 파격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상상의 세계에서 시작된 지도가 그들만의 염원을 안고서, 그들이 바라보자 하는 욕망을 안고 탄생되며 발전되었다면 현재의 지도는 2차원의 평면을 넘어서 3차원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 도입의 내용처럼 완벽한 지도란 현실과 지도를 1:1 비율로 해서 제작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은 지도이며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의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것은 삽입하고 어떠한 것은 제외하는, 이른바 선택을 따라야 하며 이 선택에 의해서 지도의 목적이 판가름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기에 지도는 완벽할 수 없다. 어떠한 지도도 완벽하게 제작될 수 없게 마련인데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지도의 성향이 나타나고 그를 제작한 이의 목표가 드러나는 이 지도를 보면서, 후대의 이들은 우리가 보고 있는 지도를 보며 어떠한 것들을 또 추측해 낼 수 있을지, 지도가 안고 있을 이야기를 앞으로 심도 있게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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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 허윈중저

 

 

독서 기간 : 2014.03.07~03.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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