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뉴스의 인터뷰를 보면서 기암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이제 대학생이 된 그들에게 3.1절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의미들을 물어보는 장면이었는데 그들은 3.1절을 ‘3점 1절’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심지어 ‘야스쿠니 젠틀맨’이라고 답하는 있었다. 나와는 이제 열 살 남짓 차이가 날 그들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득하기만 했던 뉴스를 보면서, 일본은 자신들의 교과서를 왜곡하면서까지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한탄만이 계속 되었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환호성을 지를 만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수능에서 국사가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라는 것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였는지는 몰라도 이 안일한 정치의 결과는 10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연사라는 근간마저도 흔들게 만들 엄청난 재앙이 되어 버린 셈이다.
비단 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탁상공론에만 빠져있던 어른들이 만들어낸 것이며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보면서 그저 그들의 안일한 태도에 혀만 차고 있었으니,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고 배운다는 인식 이전에 그저 당연한 것들이라고만 생각하고 더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지 않았던 그 태도가 더욱 심각한 것이다.
동북공정과 독도 문제의 가장 큰 적을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아니라 우리들의 ‘무관심’이었다.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라고 한국인들에게 물으면 하나같이 ‘대한민국 땅’이라고 대답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 땅이냐? 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확하게 대답하질 못한다. 이것은 독도에 관한 역사 교육을 우리가 스스로가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문
사실 일본의 안하무인격의 그들의 논리를 보면서 그저 ‘미쳤다’라며 혀를 차며 ‘왜 저들은 진실을 왜곡만 하는 것인가’에 비난을 하고 있을 즈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철저한 준비과정에 들어가 진실을 변모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에 반면 우리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 아래 별 다른 준비도 없이 그들의 행태를 방관하고만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동안은 ‘우리 땅이야! 혹은 일본이 당연히 잘못한 거야!’ 라는 감정의 대하이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명백한 논리의 대항이 가능하게 된다.
18세기의 지도에도 독도의 옛 명칭인 ‘우산도’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에도 막부 시절까지만 해도 일본 스스로도 독도는 조선의 땅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그 시간을 지나 1905년, 독도를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영토로 강제 편입 시키고 만다.
일본 내무성에서 작성한 ‘태정관 지령문’에도 독도와 울릉도는 일본과는 관계 없는 조선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 사실이 있음에도 현 일본 정부는 이 문서의 존재에 대해 ‘너무 오래된 문서라 조사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로 그들의 어긋난 논리를 외면하고만 있다.
얼마 전 향년 91세로 별세하신 황금자 할머니의 소식을 들으면서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일본에 대한 원망과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그들이 가증스럽기만 하다. 13살의 나이에 일본 순사의 손에 이끌려 일본군 위안부가 되었다는 할머니는, 살아 생전 일본의 사과 인사를 듣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는데 끝내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하시고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사회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모아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2013년 9월을 기준으로 56명읠 할머니가 살아계셨다고 하는데 이제는 55명으로 줄어든 셈인 게다. 우리에게는 그녀들의 한을 풀지 못하고 떠나 보내야 했던 아픔이자 송구한 순간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안도하고 있을 듯한 그 시간이 조만간 빠른 시간 내에 참회의 시간으로 되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아베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우리나라의 뉴스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일본의 침략의 가중화됐던 당시의 시대에 대한 미화때문에만 그들의 행보가 지탄을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안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야스쿠니 신사는 그들만의 신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야스쿠니는 진정 타인과 그 영혼에 대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적국에 끌려가 그 우두머리를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천추의 한이거늘 그 우두머리의 신사는 그들 혼령을 다시 잡아 가두어 놓고 제멋대로의 종교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사자의 인격을 두 번 세 번 아니 헤아릴 수도 없이 모독하고 유린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본문
단 한 권의 책이지만 기본적으로 나마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가 빼곡히 담겨 있다. 당연한 우리의 역사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는 그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역사 스스로가 권리를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네 선조가 현재의 우리에게 전해 준 이 위대한 유산들을 지키고 보존하며, 아픈 역사마저도 제대로 인지하고 우리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무조건 우리가 맞아! 가 아닌 왜 그럴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당위성의 논리가 제시되는 순간, 역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