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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ㅣ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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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쓰이는 상표명들을 보면서 그저 그 제품의 이름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름에 어떠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그저 이름이기에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고등학생 때 제 2외국어를 불어로 배우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제품 이름에 불어가 꽤나 많이 차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편하게 쓰는 모나미는 ‘mon ami’, 나의 친구라는 의미이며 라끄베르는 ‘Lac vert’, 초록 호수, 마몽드는 ‘ma monde’, 내 남자친구 등 생각보다 많은 이름이 불어에서 왔다는 것에서 그리고 그 이전에는 별 다른 생각도 못했던 이름들을 알고 나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는 만큼으로 보이는 것이 세상이라는 말처럼, 이 책의 저자 역시 단어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알려주고 있는데 이전의 단어들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그 안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듯이 너무나 자연스레 쓰고 있었던 단어들의 기원부터 발전 과정을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된다.
‘bene’는 ‘반듯해서 보기 좋다’라는 뜻해서 ‘선하다’, ‘옳다’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Caffe Bene’는 직역하면 ‘커피를 좋게’라는 뜻이 된다. ‘아주 좋다’라는 뜻의 브라질에서 온 유행어 ‘따봉’이나 프랑스의 인사말 ‘봉주르’에서 ‘봉’의 어원이기도 하고, 마음 좋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돈인 ‘보너스’와도 연관이 있다. 이렇게 로마인들에게는 반듯한 것이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bene’의 발음이 프랑스어 ‘belle’로 바뀌면서 ‘반듯한 여자’, 즉 ‘미녀’를 뜻하게 된다. –본문
‘카페베네’를 보면서 그저 커피체인점의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것은 ‘커피를 좋게’라는 의미를 지닌 뜻이라고 한다. 별 다른 의미 없이 붙여진 줄만 알았던 bene라는 뜻에 좋게, 라는 뜻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는 이 하나의 단어에서 의미를 멈추는 것이 아닌 좋은 이라는 뜻이 프랑스어로 바뀌면서는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지닌 ‘belle’로 바뀌면서 미녀를 의미하게 된다는 것에서 bene가 belle가 되는 그 단어의 변천사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흥미롭게도 미국에선 문차우젠 남작의 이야기가 왜곡되어서 머리카락이 아니라 자지가 자기 부츠를 끌어올려 늪에서 빠져 나왔다고 전해졌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버튼 하나로 컴퓨터를 켜는 기능을 마치 문차우젠과 부츠 이야기같이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부츠를 잡아당기다’. 즉 ‘부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침내 실제로 컴퓨터가 버튼 하나를 인지하면 스스로를 깨우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오늘날까지 컴퓨터나 휴대폰이 켜지는 것을 ‘부팅한다’라고 말한다. –본문
버튼 하나만 누르면 컴퓨터든 핸드폰이든 켜지는 이 부팅 시스템에 대해서 당연한 것들이라고 여겼기에, ‘부팅하다’ 라는 단어 조차에 대해서 그 누가 생각을 해 봤을까? 그저 작동시킨다는 의미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이 다반사 일 텐데 이 안에도 과학자들의 수 많은 고민이 들어있다고 한다.
스위치 하나만으로 스스로 살아나는 컴퓨터,, 이것의 우리의 눈에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들지만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나의 생물체도 아니고 고요히 죽어있는 것에 버튼 하나로 그 모든 것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마치 잠들어 있는 사람을 깨우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 그들에게는 고심할 수 없었던 문제였다는 것이 놀랍게만 느껴진다.
그리하여 이 부팅한다, 라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어찌보면 말도 안 되는 현상이기에 늪에 빠졌던 문차우젠이 자신의 부츠를 잡아당겨 나왔듯이 기계에 부팅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듣는 느낌이다.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들의 이야기 속에 이토록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니.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이 이 책을 통해서 확연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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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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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4.01.11~01.12
by 아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