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피쉬 - 물고기로 보는 인류문명사, KBS 글로벌 대기획 다큐멘터리
송웅달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작년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슈퍼피쉬>라는 다큐멘터리를 마주하게 되었다. 10만년 전 인류가 작살을 만들어 물고기 사냥을 나섰던 그때를 시작으로 인해서 물고기란 단순히 식량으로서의 존재가 아닌 인류의 역사를 바꾼 이야기를 담은 다큐켄터리였는데 총 5부작으로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처음 보는 순간부터 우와,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본방은 물론 재방송까지 몇 번을 걸쳐서 본 다큐 중 하나이다. 그 이후에 <수퍼피쉬-끝 없는 여정>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된 것도 시사회에 참여해서 본, 그야말로 이 다큐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몇 번이고 보고 싶은 작품이다.

 그런 그 다큐의 마지막 여정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발간을 알게 되었을 때 무조건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TV 방영 프로그램은 물론 영화까지 모두 섭렵했다면 굳이 이 책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고 묻는 이들에게 감히 이야기 하자면 이 책은 영상 속에 다 담을 수 없었던 내용들이 담겨있어 영상 그 이상의 것들을 얻을 수 있기에 더욱 즐겁게 내용을 곱씹으며 읽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고기가 인류의 역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저 먹을 것 중 하나라고, 만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러한 물고기로 인해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다기 보다는 그저 삶을 연맹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하나의 단백질 원 정도에 불과할 것만 같았던 것이 이 다큐와 책을 보기 전의 생각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 마주한 현실은 물고기라는 그 존재로 인해서 인류의 역사는 너울 치는 파도와 같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지금까지도 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그저 놀라우면서도 신비롭기만 하다. 물고기라는 양식이 우리네 역사에 이토록 수 많은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게 했다니. 이 사실이 고스란히 담긴 책을 마주하면서도 계속해서 이 어마어마한 진실이 신기하면서도 또한 겸허해지기까지 한다.

 지구의 70퍼센트는 물로 채워져 있고, 인간은 매년 강과 바다에서 1억 톤 이상의 물고기를 건져올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열대의 바다와 메마른 사막, 거친 급류와 얼어붙은 강에서 펼쳐지는 물고기 사냥은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수렵의 현장이다. 그것은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갯에서 시작된다. 인간과 물고기의 묵솜을 건 사투, 21세기 첨단 문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은 지구라는 대자연 속에서 생태계 먹이사슬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

 거대한 참치 잡이인 마탄자를 시작으로 해서 사막 한 가운데의 도곤족의 물고기 잡이를 보면서 누군가에게는 맛을 쫓는 이들을 위한 어업이 누군가에게는 생명과 직결된 결핍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오는 물고기 잡이를 보면서 여전히 물고기 잡이라는 것이 현재에도 존재하고는 있지만 그 형태와 의미는 제 각기인 것들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일년에 단 하루, 15분동안만 주어지는 이 사막 한가운데의 고기잡이는 도곤족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고기잡이가 아닌 축제라고 한다. 남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 도시로 나가있던 이들마저 15분의 축제를 위해 귀향한다고 하니 이들에게 있어서 이 축제는 축제라는 이름 이상의 의미가 있는 듯 하다.

 건기가 되면서 드러나는 호수의 바닥 사이에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뛰어가는 그 장면을 보노라면 인류에게 있어서 물고기란 식량을 넘어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 의식인 것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그들이 가만 서있기조차 버겁게만 보인다. 그렇기에 그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물고기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도곤족은 이 축제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스스로 축복받은 이들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호수에서 잡은 메기는 팔지 않고 확실하게 나눠 모든 마을에 적절하게 배포한다. 큰 메기들은 나이를 먹어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 주기 위해 모은다. 물론 고기를 잡지 않은 대장장이들에게도 그 몫이 돌아간다. –본문

 축제에 참여하든 하지 않든, 이 자리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이들을 보면서 이 축제가 주는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게 한다. 15분간의 축제는 우리나라의 보릿고개와 같은 시기에 유일한 단백질 보충원인 이 축제 속에서도 서로 나누며 함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물고기를 잡는 행위를 넘어서 삶의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 다큐를 보면서 논에다 물고기를 함께 키우는 벼논 양어농사법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농사법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벼를 키우기 위해 일정량의 물이 있어야 하는 논농사에 물고기를 함께 키우면서 농부는 벼를 수확한 이후 그들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물고기도 함께 잡는 것이다. 그야말로 1 2조의 효과적인 농사법이 아닐 수 없는데 다큐에서는 농부가 모내기를 하며 치어를 방목하는 장면들이 나와서 이 치어를 어디선가 구입해서 온 것인가, 했는데 이 책 속에서 그 치어들이 어디서부터 오는지를 알 수 있다.

 겨울 무렵, 이곳은 남쪽이라서 추수가 끝나도 논에 물이 마르지 않고 찰랑거린다. 당연히 다 잡지 못한 물고기들이 논에 남아 있다. 가장 씨알이 굵은 놈들이 나마 있는 논에, 말뚝을 박고 지푸라기나 나뭇잎들을 그 주위에 던져 놓는다. 살아남은 물고기들은 이 밑에서 웅크리고 겨울을 난다. 이곳의 겨울은 우리의 가을 날씨와 비슷한다. 내년 봄까지 살아남은 녀석들은 또다시 먀오족 사람들이 심어놓은 풀들 사이로 알을 깔 것이다. –본문

 

알래스카의 연어 잡이를 하는 풍경을 보노라면 참 여유롭기 그지없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알래스카의 강 어귀로 올라오는 길목에서 그물을 쳐서라도 지나가는 연어떼를 모두 잡으려 할 텐데 이들은 그저 피싱휠에 담기는 그 몇 마리의 연어들만으로도 만족하며 잡힌 연어만을 저장하고 있었다.

 피싱휠에 유콘강을 유유히 거슬러 올라가던 연어가 잡힐 확률은 수만 분의 1, 원주민들은 왜 이렇듯 어렵게 물고기를 잡는 것일까. 낚시나 그물을 쓰면 피실휭보다 훨씬 더 많은 연어를 잡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중략)

닥치는 대로 마구 잡아서 배불리 먹다보면 지금은 행복할 수 있지만, 물고기 수가 점점 줄어들어 언젠가는 연어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 그들의 선조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물고기를 잡았듯이, 지금의 그들 또한 욕심을 부리지 않기에 다음 세대에도 친환경적인 물고기잡이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본문

 물고기를 잡는 양이 늘어나다 보면서 물고기를 보관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염장, 훈제, 건조 등의 단순하지만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이 방식들로 인해서 인류는 오랜 기간 식량을 굶주리지 않고서 삶을 연맹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저장법들로 인해서 인류는 새로운 세계로의 항로를 개척하고 탐험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바이킹이 멀리 항해할 수 있던 비밀이 바로 말린 대구 덕분이라고 하니,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렇듯 보관을 하는 법에는 삭히는 방법도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즐겨 먹는 스시의 기원이 되었으며 이러한 기원을 찾아 가는 행로를 보노라면 꽤나 먼 아시아 지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물고기를 저장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러한 방법의 전수가 이뤄졌다는 것 역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저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통해 본 인류의 대 서사는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저 식탁 위에 오르는 반찬 중 하나로만 인식했던 물고기를 통해서 인류는 정착을 하고 농경 사회를 이룩할 수 있었으며 저장법을 통해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고 또한 그것은 현대의 인류에게 있어서 지식의 보고이자 우리에게는 배고픔을 채워주는 음식을 넘어 미식을 충족시키게 하는 또 하나의 찬란한 유산이 되고 있다

  

 

독서 기간 : 2014.02.03~02.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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