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무지개 - 상 - 지구 생명의 전기 현상과 환경 위기 ㅣ 보이지 않는 무지개
아서 퍼스텐버그 지음, 박석순 옮김 / 어문학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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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무지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당한 양의 참고문헌 목록이었다. 상·하권 합쳐서 대략 770쪽 정도 되는 분량에서 참고문헌만 161쪽에 달한다. 저자가 이 책의 완성도와 신뢰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와 사례 분석, 검증의 과정을 거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책 내용을 보면 저자와 번역자가 독자에게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전문성과 대중성(혹은 독자 접근성) 사이에서 조율이 잘 되었다는 점도 이 책의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무엇보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인위적인 전기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19세기 중반부터 자연과 인간에 미치는 전자기장 방사파의 영향에 관한 저자의 주장과 방대한 근거 자료들을 보면, 점점 가속화되는 재앙이 우리 세대 안에 전 인류는 물론이고 지구 차원에서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마치 영화 ‘더 코어’에서 묘사되었던 인류의 위기처럼 말이다. 전자파에 의해 꿀벌이 방향을 잃고 죽어갔던 사실을 다룬 뉴스를 보면서도 인간은 어째서 위기감을 크게 가지지 않는 걸까. 보이지 않는 전파가 생명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인데, 인간이 지금 코로나19로부터 느끼고 있는 만큼의 공포감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서 사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방출되고 순환하는 전기 현상은 우주와 지구, 인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게 하는 연결고리, 혹은 에너지의 흐름 같은 것으로 보는 관점이 가능함을 알았다. 즉 생명과 행성 차원에서의 전자기적 현상은 분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의 대기와 자기장이 환경적으로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생소했지만 가이아 이론 같은 것을 떠올려보면 무리라고만 볼 수 없는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자연스러운 시스템의 조화와 균형을 인류가 만든 전자기파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전기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강력한 전파를 내뿜는 레이더나 대형 통신 장비들이 그 경로에 서식하는 동물의 생존 및 종의 존속을 위협하고, 심지어 토양이 산성화되어 나무를 비롯한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다양한 연구와 통계 자료를 통해 인위적인 전자기 방사파의 위협적인 실상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여러 질병들, 특히 심장병, 당뇨병, 뇌종양 등의 비정상적인 발생률 증가가 전기 설비 확장세(과거 최초의 전선 설치부터 지금의 휴대용 전기 제품들에 이르는)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는 수많은 발견들,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파생되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과정은 책을 읽고 있는 나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받을 만한 부분은 ‘태양의 흑점 활동’과 ‘지구의 전자기 교란’과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상관관계일 것이다. 저자는 과거 기록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사람 간 전염 속도를 추월하는 여러 지역의 동시다발적 발병 현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적절한 이론이 현대 의학계에서 아직까지 없음을 지적하면서, 지구의 전자기 교란 현상을 역사상 주기적으로 대유행을 이루었던 인플루엔자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태양의 흑점 활동으로 인한 지구의 전자기 교란 현상이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문제는 대량의 강력한 전자기성 방사파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간의 기술 발전이 그 교란을 더 빈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점점 대유행의 간격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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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점은 일부 사람들이 이런 주장과 근거들을 왜곡하고 잘못 받아들여 통신장비나 기기들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즉 기계나 전파가 바이러스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처럼 여기고 적대시하여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보고 ‘와이파이나 5G 장비가 질병을 만들어낸다고 믿는’ 바보들 취급하는 사람들 역시 같은 오해에 빠져 무의미한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기장 방사파가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대중의 오해는 서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동일하게 일으키는 오류인 것이다. 전기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판단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런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지난 역사를 돌아봤을 때 인류의 생활과 문화가 더 발전하지 않았느냐고. 생활이 편리해지고 영양 상태는 좋아졌으며, 수명이 늘어나지 않았냐고. 나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 15장인 ‘전자파와 장수 비결’에서 마침 그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생명의 특성상 특정한 유해 조건 아래에서는 수명이 더 길어지는 효과가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수명 연장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생기는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즉 짧지만 건강하게 사느냐, 골골 앓으면서 더 오래 살 것이냐의 문제가 된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확산이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양질의 삶을 보장할 수는 없다.

 

 

 

 

 

 

책에 제시된 근거에 따르면 전신이나 전선, 라디오 송신탑, 위성, 레이더, 휴대전화 기지국 및 안테나 같은 강력한 전파를 송신하는 무선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대형화됨에 따라 이제는 지구가 전자파에 흠뻑 젖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간은 그 실체를 충분히 파악하기도 전에 경제 논리에 빠져 이 위험한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 개구리의 처지가 바로 우리의 상황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 지구적인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서 지금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인공위성들이 지구를 둘러싸면서 지구에 엄청난 전자파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막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연대하여 현재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환경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포화 상태인 쓰레기나 대기와 토양 및 수질 오염,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문제 등 눈에 보이거나 미디어에서 부각시키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걱정하고 대처해야 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바로 인간이 만든 보이지 않는 전기 공해로 인해 인간 스스로와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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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부정하고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직시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로 바뀔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 우리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지 그런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이 책이 하나의 등불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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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어문학사」에서 진행한 신간도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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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 모나리자부터 몽유도원도까지 마음을 뒤흔든 세계적 명화를 읽다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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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전적 정의는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거나 널리 읽히는 예술작품’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이유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재해석’되어 계속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나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사랑받거나 논란이 되어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뛰어난 그림이나 조각품들을 통해서도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의미를 찾거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기뻐하곤 한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는 미술 입문자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북의 역할을 한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전문적인 미술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교양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의문과 이해의 영역 안에서,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에 따라 주로 그림 작품들이 다뤄지고 있고, 조각품은 얼마 나오지 않는데,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법열’이라는 작품이었다. 조각하기 좋은 재료인 대리석이라지만, 돌로 어떻게 저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했을까? 이것이야말로 악마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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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중에서 모나리자의 가치가 우리 돈으로 40조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예술 본연의 가치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더 많이 거론되는 미술계의 현실이 적나라하면서도 극단적인 지점까지 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원근법에도 색채 원근법, 공기 원근법 등 세부적으로 다양한 기법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더불어 우리 미술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동양화’라는 용어가 일제강점기의 문화 말살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정보였다.

 

 

 

 

 

 

그림이 글보다 좋은 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바로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시간이 필요하고 문학은 원문의 장벽, 혹은 번역이라는 채로 걸러진 작업물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를 건너가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예술이 회화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일차원적인 감상을 넘어 조금 더 의미 있는 예술 작품 향유를 위해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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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다빈치 노트 -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간의 7가지 생각 도구
사쿠라가와 다빈치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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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저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을 각각 다른 두 가지 관점으로, 즉 부정적인 일생과 긍정적인 일생으로 재구성한 부분이었다. 같은 사실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좋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그의 특별한 재능과 열정,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고 이것들을 삶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 인물임을 그가 남긴 노트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라틴어를 몰랐기 때문에 당대의 지식인 모임이었던 ‘플라톤 아카데미’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의 삶이 시작부터 주류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실에 실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스로를 ‘경험의 제자’라 정의하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로 삼았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시대를 초월하는 천재의 이미지임에도, 또 불필요한 인간관계로 시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음에도,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거나, 도움을 줄 수 있을 때는 언제나 겸손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에 앞서 만능 천재로서의 면모를 보였던 스승,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또 한 사람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할 수 있었던 스승을 그는 철저하게 따라했다고 한다. 그의 롤모델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보면 그가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의 업적을 이룬 것이 아니었다는 것, 한 사람의 뛰어난 천재가 탄생하는 데 많은 사람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알고 싶어했던 분야에서 끝을 보는 인물이었으며, 이를 위해 자기보다 서른 살이나 어린 사람의 스승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었던 개념이나 사물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새롭게 보이게 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사쿠라가와 다빈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강한 영감을 받아 이름까지 다빈치로 바꾸고, 다빈치의 모든 것을 연구하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빈치의 삶의 방식과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하고 있다. 저자는 「초역 다빈치 노트」를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존중에서 시작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달에 몰입하고,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의 방법을 익히고, 틀을 깨는 접근방법으로 창조적 발상을 시도하며, 고독과 인간관계의 균형을 통해 자기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 효과적인 인풋/아웃풋 학습 방법으로 실력을 기르고, 불필요한 관계는 피하지만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마음은 잃지 않으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식의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정체된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새롭게 발견하여, 지금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인물을 내세우며 비슷한 부류의 책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대를 초월한 매력적이고 탁월한 인물을, 범접할 수 없는 신계에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도 충분히 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여 뛰어난 업적과 성취를 이루어낸,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접근 가능한 인생의 가이드로 그려낸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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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는 애쓰기다 - 당신의 삶은 이미 책 한 권이다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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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독서란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저마다의 다양한 대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최근에 가장 공감되었던 책읽기에 대한 정의를 내 식대로 정리한 것은 다음과 같다. ‘독서란 책에 담긴 저자의 생각의 방식을 배우는 것‘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책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의견이 일정한 형식에 따라 정리되고 편집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저자의 생각은 더 날카롭고 논리정연하게 다듬어진다. 그리고 세상에 얼굴을 비추면, 사람들의 반응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많은 비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한 권의 책은 없고, 그런 의도로 쓰인 책인 매력이 없어 사람들이 읽지도 않는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글은 유쾌하다. 저번에 교육방송에서 본 강연을 통해 좀 더 얼굴을 익힌 저자의 글솜씨는 말로 전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과 즐거움이 있었다. 전전에 읽은 배철현 작가의 ‘승화’와 비교해보면 또 재미있다. 배철현 선생의 글이 진지함을 품고 있다면 유영만 교수의 글은 반대로 유머가 넘친다. 이 두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의 비슷하다.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같은 메시지가 다른 색깔로 전달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 쓰기는 애쓰기다」는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과정을, 한 사람이 성장하거나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필요한 요소들로 짚어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장 먼저 질문과 성찰의 이야기가 나온다. 질문과 성찰이 인생에서 중요한 이유는 변화, 즉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생각의 밀도가 깊어지고, 다르게 바라보는 일상에서 경이로운 기적이 나올 수 있다. 살아내고, 읽어내고, 지어내는 과정을 통과하면 비로소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살기’가 충실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곤란하다. 타인의 아픔과 고민에 공감할 수 있는 연결적 삶의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낯선 상황이나 존재에 대한 열린 태도가 요구된다. 낯섦은 항상 새로움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상머리 지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구르며 절감하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녹여낸 지식만이 살아 있는 지식이며, 충실한 삶을 위한 재료가 된다. ‘읽기’는 ‘살기’와 그렇게 결이 다르지는 않지만, 인생을 한층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힘을 제공한다. 살기와 읽기가 그렇게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 비로소 ‘짓기’를 위한 준비가 더 견고해지는 것이다. 날림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경험적 지식과 이론적 깊이로 축적된 글감은, 비리 없이 정식으로 짓는 아파트처럼 타인의 삶에 풍요를 주는 글 짓기를 가능하게 한다.

 

 

 

 

 

 

이런 글들 하나하나가 모였을 때, 이것을 하나의 주제나 메시지로 엮을 수 있다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책 쓰기는 그때까지의 삶을 정리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 안에서 탄생한 다양한 글들이 아무리 따로 놀더라도, 그것은 일정한 흐름을 갖고 있다. 그것을 일정한 구조와 체계에 따라 재배치하는 것, 저자의 진심이 담긴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가 되는 것.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데, 유영만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살면서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의 마을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방법을 세심하면서도 유쾌하게 전해주고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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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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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험, 탈피, 성장, 성숙, 영혼의 진화, 받아들여야 할 것, 삶은 여행의 일부’ 같은 표현들을 통해 작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죽음 자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가 표현하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이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세계와 본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표현하듯이 천상의 가치체계와 도덕규범이 지상의 그것과 다르다고는 하지만, 천상에 속한 인물 간의 대화나 캐릭터가 지닌 허술함과 머뭇거림 같은 특성, 지상에 있었을 때의 가치관에서 자유롭거나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현되는 것 등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는 사형이 최악의 형벌이지만, 천상에서는 ‘삶의 형’, 즉 환생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형벌처럼 묘사한다. 천상에서 모두 꿰뚫어볼 수 있는 지상의 천태만상을 목격하고 나면 피고인은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기 때문에 환생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표현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자살-살자’만큼 역설적인 표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작가가 ‘사형’과 ‘삶의 형’이라는 등식을 떠올리고 글로 쓴 적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희곡 작품이기 때문에 분량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어 좋았다. 그만큼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압축적이다. 오히려 이런 종류의 글을 읽고 나면 생각나고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내용상으로는, 죽은 사람의 지난 삶의 행적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심판’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의 현 시점에서 지난 자기 자신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작품 중간중간 프랑스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꼬집는 듯한 발언을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저 실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죽음 뒤의 세계, 천상이라는 배경, 환생 등의 장치와 그 안의 등장인물들의 존재는, 달리 보면 인간이 어떤 형태로든 영생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나 희망 같은 걸 엿볼 수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유한한 인간이 결코 알 수 없는 무한에 대한 덧없는 욕망을 느끼게 한다. 영원히 산다는 것을 경험적 지식으로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인 인간이 영생불멸의 존재가 가질법한 피로감이나 지루함, 답답함, 아득한 감정을 묘사한다는 게 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심판장의 마지막 선택이 조금 황당하게 다가왔다. 결국 이 이야기는 죽음이나 심판이라는 본질과는 동떨어진, 말하자면 그 배경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의 의미를 묻고 있다.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운명과 자유의지의 그 어디쯤에서 줄타기 하듯 그 질문의 답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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