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무지개 - 상 - 지구 생명의 전기 현상과 환경 위기 보이지 않는 무지개
아서 퍼스텐버그 지음, 박석순 옮김 / 어문학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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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무지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당한 양의 참고문헌 목록이었다. 상·하권 합쳐서 대략 770쪽 정도 되는 분량에서 참고문헌만 161쪽에 달한다. 저자가 이 책의 완성도와 신뢰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와 사례 분석, 검증의 과정을 거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책 내용을 보면 저자와 번역자가 독자에게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전문성과 대중성(혹은 독자 접근성) 사이에서 조율이 잘 되었다는 점도 이 책의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무엇보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인위적인 전기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19세기 중반부터 자연과 인간에 미치는 전자기장 방사파의 영향에 관한 저자의 주장과 방대한 근거 자료들을 보면, 점점 가속화되는 재앙이 우리 세대 안에 전 인류는 물론이고 지구 차원에서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마치 영화 ‘더 코어’에서 묘사되었던 인류의 위기처럼 말이다. 전자파에 의해 꿀벌이 방향을 잃고 죽어갔던 사실을 다룬 뉴스를 보면서도 인간은 어째서 위기감을 크게 가지지 않는 걸까. 보이지 않는 전파가 생명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인데, 인간이 지금 코로나19로부터 느끼고 있는 만큼의 공포감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서 사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방출되고 순환하는 전기 현상은 우주와 지구, 인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게 하는 연결고리, 혹은 에너지의 흐름 같은 것으로 보는 관점이 가능함을 알았다. 즉 생명과 행성 차원에서의 전자기적 현상은 분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의 대기와 자기장이 환경적으로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생소했지만 가이아 이론 같은 것을 떠올려보면 무리라고만 볼 수 없는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자연스러운 시스템의 조화와 균형을 인류가 만든 전자기파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전기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강력한 전파를 내뿜는 레이더나 대형 통신 장비들이 그 경로에 서식하는 동물의 생존 및 종의 존속을 위협하고, 심지어 토양이 산성화되어 나무를 비롯한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다양한 연구와 통계 자료를 통해 인위적인 전자기 방사파의 위협적인 실상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여러 질병들, 특히 심장병, 당뇨병, 뇌종양 등의 비정상적인 발생률 증가가 전기 설비 확장세(과거 최초의 전선 설치부터 지금의 휴대용 전기 제품들에 이르는)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는 수많은 발견들,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파생되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과정은 책을 읽고 있는 나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받을 만한 부분은 ‘태양의 흑점 활동’과 ‘지구의 전자기 교란’과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상관관계일 것이다. 저자는 과거 기록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사람 간 전염 속도를 추월하는 여러 지역의 동시다발적 발병 현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적절한 이론이 현대 의학계에서 아직까지 없음을 지적하면서, 지구의 전자기 교란 현상을 역사상 주기적으로 대유행을 이루었던 인플루엔자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태양의 흑점 활동으로 인한 지구의 전자기 교란 현상이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문제는 대량의 강력한 전자기성 방사파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간의 기술 발전이 그 교란을 더 빈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점점 대유행의 간격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게 된다.

안타까운 점은 일부 사람들이 이런 주장과 근거들을 왜곡하고 잘못 받아들여 통신장비나 기기들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즉 기계나 전파가 바이러스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처럼 여기고 적대시하여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보고 ‘와이파이나 5G 장비가 질병을 만들어낸다고 믿는’ 바보들 취급하는 사람들 역시 같은 오해에 빠져 무의미한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기장 방사파가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대중의 오해는 서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동일하게 일으키는 오류인 것이다. 전기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판단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런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지난 역사를 돌아봤을 때 인류의 생활과 문화가 더 발전하지 않았느냐고. 생활이 편리해지고 영양 상태는 좋아졌으며, 수명이 늘어나지 않았냐고. 나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 15장인 ‘전자파와 장수 비결’에서 마침 그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생명의 특성상 특정한 유해 조건 아래에서는 수명이 더 길어지는 효과가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수명 연장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생기는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즉 짧지만 건강하게 사느냐, 골골 앓으면서 더 오래 살 것이냐의 문제가 된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확산이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양질의 삶을 보장할 수는 없다.

 

 

 

 

 

 

책에 제시된 근거에 따르면 전신이나 전선, 라디오 송신탑, 위성, 레이더, 휴대전화 기지국 및 안테나 같은 강력한 전파를 송신하는 무선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대형화됨에 따라 이제는 지구가 전자파에 흠뻑 젖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간은 그 실체를 충분히 파악하기도 전에 경제 논리에 빠져 이 위험한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 개구리의 처지가 바로 우리의 상황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 지구적인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서 지금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인공위성들이 지구를 둘러싸면서 지구에 엄청난 전자파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막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연대하여 현재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환경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포화 상태인 쓰레기나 대기와 토양 및 수질 오염,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문제 등 눈에 보이거나 미디어에서 부각시키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걱정하고 대처해야 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바로 인간이 만든 보이지 않는 전기 공해로 인해 인간 스스로와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부정하고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직시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로 바뀔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 우리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지 그런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이 책이 하나의 등불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서출판 어문학사」에서 진행한 신간도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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