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담아, 공방 - 10년 차 금속 공예 공방 사장님이 알려 주는 창업부터 운영, 판매, 수업, 브랜딩까지
배준희 지음 / 크루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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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 거기다 즐거움까지 품고 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만족스러운 인생이 또 어디 있을까? 처음부터 금전적인 부분을 목적으로 한다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삶의 즐거움이 새로 출간된 『꿈을 담아, 공방』에 담겨 있다.

저자 배준희 씨는 금속 공예 공방을 10년 간 운영한 베테랑이다. ‘공방’이란 단어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삶의 주도권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충만감으로 인생을 더 의미 있고 행복한 것으로 이끌어 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수많은 독립서점 창업의 붐이 일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이 얼마 안된다는 현실만 봐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까지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하물며 공방은 어떨까? 그것은 사업적인 감각과 성실함은 물론이고 손재주까지 겸비해야 가능한 일 아닌가? 더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갈 것은 뻔하다. 더 생각해볼 것도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내가 이 일을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과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삶이 담긴 이 책의 내용도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왔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 삶의 모습에 다름없다.

저자의 경우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들 만큼 준비 없이 시작한 이력을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실수와 고난, 고통의 과정들이 그의 삶에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무엇을 꼭 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살아 있는 지식이 꿈틀거리고 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1인 창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을 정말 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황당하고 허황된 것일지라도 탄탄한 내적 논리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끝까지 버티는 힘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이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내가 이루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달성해야 할 중간 목표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답이 자체적으로 내려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준비되어야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이 책은 공방을 열기 위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돈 문제, 부동산 문제, 행정 기관에 신고하는 문제, 그리고 요즘은 필수인 포털사이트 등록까지 꼼꼼하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실제 저자와 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공방 창업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수록하여 창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보다 폭넓고 깊은 정보를 제공하려는 세심함도 볼 수 있다. 작은 기업들이 강한 나라가 진정 경제 강국이라고 하는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정부에서도 좀 더 활발하고 내실 있는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청년들 및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소 엉뚱한 바람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들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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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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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식과 윤리관이 무엇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지 그 본질을 파악하도록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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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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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은 꽤 큰 일이다. 거기에 적응해야 되기 때문이다. 적응하지 않으면 삶의 불편해진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수밖에 없다. 더 비극적인 건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 파악조차 못하는 상태로 사는 것이다. 뒤늦게 깨달으면 화가 치밀어오르겠지만, 다음에는 눈 뜨고 코 베임 당하는 확률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시점에서 가장 최고의 고수는 외부의 기준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일찌감치 떨어트려 놓고 관조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변화무쌍한 삶의 기준들은 본질적인 차원에서는 무의미하고 쓸모 없는 것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삶의 지침 한두 가지만 분명하고 굳건히 붙들고 있다면, 사실 세상의 변화 따위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관점은 가질 필요가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번역-출간된 『무엇이 옳은가』는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리의 문제는 좀 복잡하다. 절대적이기도 하지만 상대적 속성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역시 윤리의 절대성을 신봉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갈등과 폭력이란 주로 그 믿음에서, 더 정확하게는 서로 다른 각자의 믿음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윤리 기준의 대규모 변화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가장 선두에서 유발시키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다. 이 책은 윤리의 기준이 급격하게 혹은 근본적으로 바뀐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관의 변화다. 단순히 100년 전, 30년 전 단위로만 끊어 돌이켜봐도 상당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유전자 조작 기술과 시험관 아기, 항공 우주 산업에서 인간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기술까지 연결되어 실제로 인간이 지금과는 다른 인체 디자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전망과 실제 시도까지 맞닥뜨리게 하는 문제로 확장된다.

핵심은 이것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로만 접근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중에게는 그런 경향이 있다. 좌우 이념이나 경제 주체들 간의 이익 다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큰 관점으로 기술과 윤리관, 세계관의 변화 양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통찰은 바로 지금 우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사고방식이 항상 고정적이지 않다는 본질적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정불편의 절대 원칙이 사람을 사람되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과 윤리, 생활 방식의 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매우 자연스럽게 넘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흐름을 단위로 분할하여 앞쪽의 장면과 지금의 장면의 괴리를 눈앞에 들이미는 이 책의 터프함은, 우리의 닫힌 사고를 활짝 열리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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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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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와 서사의 서정성과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인물들의 정서에 공감하기는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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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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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의 전체적인 구성과 순서는 표제작인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뒤쪽으로 배치하여 이 작품을 읽기 위한 준비 단계로 앞쪽에 다른 작품들을 전진 배치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체로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하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다. 물론 그 자연스러움이 편안하고 깔끔한 것은 아니다. 나름의 괴로움과 외로움, 감정의 변화로 인한 고통이 이유로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텅 비어 외로운데 몸은 충족되어 있다”는 아이러니에서 비롯된 경악감이, 이 책의 분위기를 적절히 축약해 놓은 듯하다. 사실 이런 감정은 너무 사치스럽지 않나? 더욱이 이 소설집이 출간된 것이 2000년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대한민국 독자의 정서로서는 매우 변덕스럽고 꼭 저 심정을 이해해줘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라는 반응이 나오기 딱 좋은 서사를 담고 있다.

「열대야」라는 작품에서는, “당신이 나이가 들어 늙든 머리칼이 어떻게 되든, 뚱뚱해지든 가슴이 쭈그러지든 당신을 좋아할 거야”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런 정서를 담은 표현은 작품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랑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반드시 헤어지고 말 것이라거나, 관계가 망가질 것이라거나 식으로 꼭 문제가 발생하고 말 거라는 불길한 예언을 거의 억지로 갖다붙이는 난해한 감성이다.

심지어 “나는 이 사람이 아닌 인간은 모두 가슴속에서 죽여 버렸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사랑의 진실성을 과격하게 묘사하는 부분도 볼 수 있는데, 그런 강렬한 사랑의 감정에 어찌 반대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그것도 제3자가 엮여서 그런 가능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걸 두고 풍요 속 빈곤이라 할 수 있을까? 앞서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했지만 속된 말로 배부른 소리를 이렇게 문학이라는 옷을 입힐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골」이라는 작품에는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런 정서 역시 작품집내 다른 작품들에서도 동일하게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예를 들어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걸 알고 여자가 당혹스럽고 실망스런 감정을 표출하는데, 그게 여자도 마찬가지 입장이라는 상황의 황당함이다. 결국 양쪽이 다 권태기 같은 것에 빠져서 딴짓을 하고 있다는 건데, 어느 한쪽의 감정이 극대화되어 어떤 이야기로 승화되는 것 자체가 문학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건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의 서정적인 문체나 문장의 흡인력은 대단하다. 사실 「낙하하는 저녁」이나, 「호텔 선인장」, 「하느님의 보트」 같은 작품들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봤는데, 이번 작품집의 이야기들과 등장인물들의 정서는 좀처럼 공감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읽히기는 잘 읽힌다? 독자로서의 이런 상반된 독서 경험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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