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오프
에릭 버거 지음, 정현창 옮김, 서성현 감수 / 초사흘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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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장면을 반대로 재생한 듯한 모습으로 발사대에 착륙하는 ‘팰컨 9’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이전의 수없는 실패의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어왔던 터라 첫 번째의 성공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로켓을 재사용한다는 발상도 놀라웠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공시킨 일론 머스크의 뚝심은 존경스러웠다.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고 싶어 하는 그의 꿈은 여전히 어렵고 요원한 일이다. 머지않아 인간이 화성에 발을 디딜 날이 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고, 실제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화성에 갈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훈련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 그러니까 비용 같은 것 말고 말 그대로 우주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자체의 한계가 아직까지 불가능을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주방사선 문제나 화성의 혹독한 기후 같은 것 말이다. 돌아오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평균 수명까지는 생존이 보장되어야 화성에서의 삶이 의미가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사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여정은 인류의 화성 정착기라는 거대한 서사시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사람보다는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기술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 말이다.

우리 시대의 창조적 위인이자 탁월한 기업가로서 추앙받던 일론 머스크가 요즘은 다른 문제로 꽤 시끄럽다. 또 그가 추진하는 스타링크 사업이 우주천문학과 관측 분야에서는 그리 환영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도 천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스페이스X의 성공이 일론 머스크 혼자만의 성취는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바로 이번에 출간된 『리프트오프』라고 할 수 있겠다.

일론 머스크는 NASA가 화성으로의 진출을 당연히 계획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본인이 직접 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로켓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자신의 비전을 함께 짊어지고 갈 사람들을 선택하고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 조금씩 업계의 관행을 무너뜨리며 효율적인 우주 로켓 기술을 구현해온 여정, 그리고 현재 테슬라 자동차나 스타링크 사업을 병행 추진하면서 가시적인 우주 관광 산업 단계까지 진행된 그의 꿈은 과연 그의 생전에 화성으로 직접 진출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맺어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일론 머스크의 과감한 결단과 선택,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거침없음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성실성과 탁월한 감각 등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한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것에 공감하고 함께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책은 아주 특별한 형태로 그러한 꿈과 그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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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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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의식과 물질의 관계라는 주제는 아직까지 가설과 주장의 영역을 벗어나고 못하고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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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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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뇌와 인지과학, 인식, 마음 등을 다룬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대체로 뇌를 촬영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가 더 용이해진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각 책들은 저마다의 특징들이 다 있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이번에 심심에서 출간된 『이것은 인간입니까』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은 기계인가?’라는 질문이다. 다소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 질문에서 중요한 것은 만약 뇌가 초고성능의 컴퓨터와 같이 완전히 이론적으로 파악되어 그 정체가 드러났을 때, 또 다른 말로는 물질이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그 메커니즘을 완전히 밝혀낸다면 우리는 기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의식은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가?

이 책은 마지막 불가사의의 영역이라 불리는 ‘의식’의 문제와 ‘기계’로 대표되는 물질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역사적으로 의식이 주로 이원론의 관점에서 다뤄졌다는 점과 이에 대항하는 이론으로 유물론이 있음을 소개한다. 이원론에서는 물질계와 정신계라는 두 세계가 존재한다고 여기며, 궁극적으로 물질을 통제하는 보다 고차원의 정신적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유물론자들은 아직까지 수준이 되지 못해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국 뇌가 의식을 만드는 과정을 언젠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프랜시스 크릭의 관점, 다시 말해 의식은 뇌가 계산한 결과로 나왔다는 주장과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추측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 의식을 형성했을 가능성에 주목해보았다. 매우 단순한 차원, 예를 들어 세포 단위에서 쌓인 경험들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험을 만들어 내고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최고 수준의 경험과 축적의 결과로서 의식이라는 것이 도출된 것 아닐까? 그리고 크릭이 이야기한 뇌의 계산이라는 과정이 이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의식의 주요한 특징으로 언어와 이해 능력.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신만의 관점, 정신적 실존, 사적인 내적 경험, 상상력, 추론 능력, ‘자기’(자각)와 자유의지, 정서, 몸에 대한 감각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인정하듯 아직 의식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조차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 그래서 기존 연구를 토대로 한 다양한 이론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그림이다. 다시 말해 의식과 물질의 관계라는 주제는 가설과 주장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입니까』(원제: Are you a machine?)는 저자가 17세 때 본인이 쓴 에세이를 바탕으로 나온 책이라고 한다. 본인도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겠지만 이를 알아보고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세심하게 이끌어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간이 기계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이런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인간 고유의 특권이 아닐까?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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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트겐슈타인, 나_라는 세계의 발견
나카무라 노보루 지음, 박제이 옮김 / 독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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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절대성 안에서 허용된 자유를 헛되이 흘려버리지 않도록 정신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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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트겐슈타인, 나_라는 세계의 발견
나카무라 노보루 지음, 박제이 옮김 / 독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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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방법 중에는 어떤 하나의 문제에 대해 그 문제를 둘러싼 모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제외시킴으로써, 마지막까지 그 문제의 핵심이 되는,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가 그런 방식으로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같은 명제를 내세운 바 있다.

비트겐슈타인을 다룬 이 책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다. 길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문제를 길이라고 해보자. 우선 ‘길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 비트겐슈타인 생각대로라면 이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철학적 진리 탐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다면 더 이상 탐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길에 대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바로 그 ‘길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길이라는 존재 자체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며, 그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길 자체는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 길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탐구는 가능하며, 그 탐구를 통해 길 자체에 대해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 ‘길’이라는 것은 우리가 자주 접하면서도 그 의미를 분명히 하지 못하는, ‘세계의 존재’, ‘나’, ‘논리’, ‘윤리’, ‘신’ 등을 포함한다.

이 책에 나오는 ‘절대성’과 그 절대성을 둘러싼 세계의 탐구에 대해 저자는 바둑이나 장기라는 매우 효과적인 비유를 든다. 이를테면 바둑에서 바둑판은 절대적인 프레임, 세계 혹은 얼개가 되고 이 안에서 바둑을 두는 다양한 방법은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바둑 판은 변하지 않지만, 바둑을 두는 방법, 즉 길을 찾아가는 방법은 새롭게 발견하거나 항상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알파고의 등장은, 인간이 불변의 사실이라 믿었던 자연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을 만났을 때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에 버금가는 변화를 바둑에서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절대성의 하나인 ‘나’라는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의 모양새, 형편은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얼개 안에서 보장된 자유라고 할까? 이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말’ 다시 말해 ‘언어’다. 인간이 사용하는 말, 그 말로 이루어지는 인간 사회 속에서의 ‘언어 게임’에 대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대표적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와 관련된 철학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실제성 혹은 실천성에 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이라는 것은 서로 통용 가능한, 다시 말해 사용자 간에 의미가 합의되어 소통이 가능한 것이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언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공적 성격을 거론한다. 사적인 것은 언어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의미를 획득할 수 없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언어라는 것이며, 언어가 있기에 세계는 질서와 법칙으로 틀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사회적 특성이 왜 생겨날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고등학생 시절의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내용이 그리 쉽게 소화되지는 않는다.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핵심적인 내용의 요약이라는 서술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가공된 핵심 사이의 공백에서, 다소 자의적인 독서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비트겐슈타인을 다시 읽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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