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아 吾友我 :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 오우아 吾友我
박수밀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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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너무 피곤하다. 태어나서부터 자기 자신을 제대로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새로운 미션으로 몰리고 겨우 넘어가면 또 새로운 미션이 닦달할 준비를 이미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삶은 틀에 박혀버리고 사니까 사는 게 되어버린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기원과 존재의 의미, 가치와 방향, 궁극적 목표라는 철학적 본능이 꽃을 피우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지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 본질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인간은 필요 없다같은 책 제목이 버젓이 나올 정도로.

 

그래서인지 요즘은 자아발견, 자아존중의 기치를 내걸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책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밖에서 안으로가 아닌, 안에서 밖으로 순서를 조정해 인간성을 재정비하고 살아갈 힘을 얻자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오우아吾友我또한 그 대열에 동참한 목소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부 나는 나를 벗삼는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길 - 에서는 요즘 인문학적 성찰의 방식을 띈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자기 자신으로 오롯이 서는 일’, 즉 주체성을 회복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더욱 복잡해지고 힘들어진 세상살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첫 단계로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것을 이야기한다. 살면서 타인과의 관계는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자기 자신이 누구이며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본질적인 물음에 나름의 답이 없으면 뿌리가 부실한 나무와 같다는 것이다.

 

나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성장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구태의연한 습관 및 태도와 결별해야 한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으면 주눅들지 말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정진하다 보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한 걸음들이 쌓여 목적지에 도달을 이루는 것처럼 삶이 변화될 수 있음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판단의 기준을 세상과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으로부터 설정하는 것이다.

 

2부 마음을 바꾸면 삶이 아름답다, 삶의 태도를 바꾸는 길 - 에서는 새롭게 된 내가 일상에서 어떤 태도로 그 새로움이 나타나야 할 것인가를 말한다. 변화를 위한 실천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결심을 하면 목표가 뚜렷해지지만, 이전 삶의 관성으로 인해 오래 가지 않아 지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와 열정으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절차가 있으며, 완성은 한 걸음, 벽돌 하나, 하루 한 시의 노력들이 모여 된 것이다. 나는 이 이치에 대한 깨달음은 설득으로 된다기 보다 그 당위성이 절실히 와닿을 어떤 계기가 있어야 된다고 보는데, 여기서 새삼 운명이란 것에 생각하게 된다.

 

또한 세상 모든 존재는 귀중하고 가치가 있으며,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려서는 안되며, 그렇기 때문에 존중의 태도를 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3부 멈춤을 알면 오래 간다, 욕망을 다스리는 길 - 에서는 멈출 줄 아는 사람, 즉 욕망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는 지혜를 전한다. 욕망을 다스린다는 것은 곧 절제를 말한다. 한마디로 절제의 미학이다. 인간은 욕망으로 똘똘 뭉친 존재이기 때문에 끝없는 욕심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이 욕망을 마음 먹고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절제와 열정의 조화를 이룬 사람들이 큰 업적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고 서는 때를 아는 사람, 마음에 깨달음이 있어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며 좋은 습관이 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성취를 향한 불 같은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분출하고 거두어들이는 지혜다. 인간의 육신은 무리하면 피로가 쌓여 탈이 난다. 쉰다는 것은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한 움츠림과 같다. 개구리가 한껏 몸을 움추려 최대한의 탄력으로 뛰어오르듯, 과열된 기계를 정비하여 더 오래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듯, 인간의 쉼, 돌아봄, 성찰은 계속 나아갈 힘은 물론, 방향을 교정하여 불필요한 시간과 의욕의 낭비를 줄이게 해준다.

 

늙고 병들고 죽음. 이것은 결국 인간의 유한성을 의미한다. 흥망성쇠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존재는 소멸의 단계를 향한다. 모든 것에 한계가 있다는 그 이치에 시선이 이를 수 있다면 삶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실패나 좌절도 궁극적으로는 존재를 절망으로 빠트릴 이유가 되지 못한다. 모든 존재의 과정은 한 곳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긍정하면 그뿐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4부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당당히 혼자서 가는 길 - 에서는 다시 온전한 자존성, 주체적 존재로서의 자각을 상기시킨다. 1부에서 오그라든 존재에서 펼쳐진 존재로, 자기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깨우치기 위해 자신을 발견하고 당당히 설 것을 권했다면, 4부에서는 그런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을 제시한다. 그리고 다시, 불완전한 존재로서 인간은 서로를 배려하며 의지하고 보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함을 말한다. 이를 테면, 친구, 스승과 제자, 리더와 팔로워, 균형과 조화, 바람과 햇볕의 역할이 되어주어야 함을. 그리고 묵묵히 정직과 성실의 가치를 논하며 글을 마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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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존중 - 생명 중심주의 환경 윤리론
폴 W. 테일러 지음, 김영 옮김, 박종무 감수 / 리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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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꽤 애를 먹었다. 잘 이해되지 않는 윤리학 강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면서 듣기 위해 악전고투한 느낌이다. 그래도 해제까지 끝까지 읽어냈고, 이제 부족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말해보려 한다.

 

먼저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생명 중심주의 환경 윤리에 관한 것이다. 자연을 존중한다는 것의 개념을 막연한 느낌이나 직관의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학문적으로 논리정연하게,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다. 자연환경과 야생 생명체를 대하는 기존의 인간 중심적 관점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인간의 가치실현이나 이상을 평가절하하는 환경 중심적인 윤리로 치우치는 것이 아닌, 이 둘을 통합하는 생명 중심의 보다 포괄적인 환경 윤리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간 중심의 윤리 체계를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동물, 식물 등 야생 생명체와 생태계)를 윤리적 관점에서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는 작업을 선행한다. 그리고 도덕적 권리, 도덕 행위자, 도덕 주체 등의 개념을 활용하여 인간 이외의 존재들도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음을 논증한다. 예를 들어 식물의 경우 도덕 행위자는 될 수 없지만 도덕 주체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보호받고 증진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이때 권리의 개념이 혼동과 오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가 공통적으로 고유의 선을 추구한다는 보편적 가치체계를 설정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인간과 자연이 공동체라는 인식과 실질적 조치를 통해 조화와 균형의 생존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책은 쉽게 말해 인간이 역사상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자연 환경을 파괴하면서 무한정 이득만 취할 수 없고 나아가 생존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에, 판단이나 행위의 근거가 되는 가치관이나 기준의 관점을 인간 중심에서 더 큰 범위와 더 넓은 조건의 생명 중심 관점으로 바꿔 자연을 존중하고 경외하는 태도를 가지고서 생존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연을 존중한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 또 그 환경들의 총합인 지구까지 동등한 의미로, 즉 우열이 없는 동등한 본래적 가치를 지닌 존재로 인정하고 상호 의존적인 시스템의 협력적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한된 경험과 지식 내에서 인간은 지금까지 우열의 관점으로 같은 인간이나 동물과 식물, 산과 바다 등 자연 환경을 오로지 이익과 욕망의 충족 수단으로 삼아 파괴하고 착취해왔는데, 아마 이런 방식으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고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릴 거라는 징조를 못 보았다면 계속 지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변치 않는 진리라고 믿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학문과 기술의 발전은 무한한 탐욕을 허락하지 않았다. 환경 파괴와 오염으로 인한 기상 이변 등으로 인간의 삶이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눈 앞에서 하나하나 끔찍할 정도로 죽어 나자빠지지 않으니까 인간들은 계속 야구에서 투수가 심판과 스트라이크존을 두고 투구 과정에서 밀당을 하는 것처럼 야금야금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에 터진 코로나 사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계속 넘나들다가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 차이가 있다면 지속적 생존을 위해 모든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잠시 멈출 수도 있다는 걸 실천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의 자연 환경 윤리관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몇 번 더 당해봐야 가능할 것 같다.

 

또 하나 다행스러운 점은,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시야가 넓어졌고,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문가 등의 특정 계층뿐만 아니라, 보통의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환경 문제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접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진 것이다. 이는 생명 중심주의 환경 윤리의 중요성을 다룬 저자의 책이 나온 1980년대 당시보다 환경 오염 문제와 생태적 조건이 더 나빠졌지만 동시에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이상 기후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일들이 2000년대 들어 더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제시하는 대안들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들은 결국 자본주의의 속도 조절이나 대안, 혹은 인간 욕망의 절제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조화와 균형, 공유, 순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결국 필요 이상의 생산과 소비가 현재의 환경 문제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속도가 붙은 체제의 돌진을, 당위성이나 뛰어난 논증과 설득으로 돌이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아까 더 당해봐야 가능할 것 같다고 한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멸망해가는 우주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인류의 절반을 사라지게 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게 하는 그 사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캐릭터가 상당한 공감을 일으켰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환경 문제(이 생존의 문제가 우주 영역으로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에 대한 보다 실질적이고 타당한 대안은 이 책에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윤리학에 대한 막연한 인식이 구체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신학이라는 학문이 생명 중심주의 환경 윤리, 혹은 생태학적 관점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이해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 대단히 자랑스럽다. 물론 지적 능력의 한계로 이 책의 내용과 가치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디딤돌이 되어주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생명의 보존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인간의 가치 구현과 인간 이외의 존재의 선의 실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탁월한 발상, 이를 설득하는 아름다운 논증의 과정에 진지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리하여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방면의 수많은 생존을 위한 노력들이 죽음의 경쟁과 투쟁이 아닌, ‘살아가고 살리는협력과 상호공존의 관계로 바뀔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참고로 최근 EBS에서 방영한 녹색동물이라는 다큐를 추천하고 싶다. 식물들의 놀라운 생존 전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식물이라는 존재의 선의 실현 의지 혹은 성향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 또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생명체들간의 상호 의존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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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 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칭기즈칸 클래식 클라우드 18
남정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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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작가의 작품들의 특징이 예술과 과학, 인문을 넘나드는 내실의 풍성함에 있다고 할 때, 책 말미에 이르러 그를 ‘20세기의 다빈치로 부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매우 적당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예술을 보는 눈이 깊지 않은 나로서는, 비디오아트나 위성아트, 레이저아트처럼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예술 활동의 가치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지지만, 소위 전위 예술이라고 하는 파괴적이고 충격적인 작업들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천재의 예술 세계를 충분히 음미하기에는 역부족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때려부수고, 멀쩡하게 메고 있는 넥타이를 예고도 없이 가위로 싹둑 자르는 행위에 어떤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 동의도 없이 관람하는 사람의 머리에 샴푸를 뿌리고 머리를 벅벅 감아주는 행위는? 외적으로 보이는 그의 예술 행위는 틀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일방향적인 성격과 쌍방향 소통적인 것의 간격만큼이나 다채로워서, 제대로 그의 세계를 탐미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쉬운 여행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알려진 것들만이라도 대중을 통해 널리 향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삶과 예술 행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현실에 붙잡혀 있지 않는 초연한 자유로움이다. 전통과 고정관념, 장르의 벽을 허무는,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그의 예술은 부유했던 어린 시절의 집안 배경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어려웠던 시절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고 원하는 것을 대체로 온전히 누릴 수 있었던 그의 어린 시절은 남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겪고, 느낄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주었고, 나아가 세상과 사물을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데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다. 그의 성향을 생각해 볼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웠거나 무언가를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만큼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는 운이 좋았다. 그의 천부적인 예술혼이 꽃피울 수 있는 데 필요한 지적, 문화적 자양분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집안 배경도 있었고, 경제적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그런 성장 과정에서 확립된 물질에 대한 관점이나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 다소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처해도 근본적으로 여유로운 태도를 지닐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본가의 형편이 기울어 실질적으로 돈이 궁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때도,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 초연함까지 장착되었다고 할까.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의 경계를 넘나드는 놀라운 예술 활동을 가능하게 한 저변에 그의 풍성한 독서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책 곳곳에서 그가 문자 중독증이라 할 만큼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 신문, 잡지 등등 언제나 읽을거리, 공부거리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이미 학창시절에도 뛰어난 성적을 거둘 만큼 머리가 좋았지만, 새로운 예술 작업에 필요한 해당 분야의 지식을 섭렵하기 위해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즉 그의 작품은 직관과 감각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철저한 기초지식과 논리, 인문학적, 과학적 원리를 숙지한 상태에서 치열한 고민과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들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물들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와 미래, 전통과 혁신, 지구와 우주를 관통하거나 넘나들거나 깨부순다. 아마 서두에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그의 퍼포먼스들도 그만한 열정을 따를만한 엄두가 나지 않아 지레 겁먹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백희나 작가가 얼마 전에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반응이 크지 않아 아쉬웠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문화적 성과에 대한 우리나라의 평가나 대우가 너무 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남준 작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혹은 우리가 그렇게 밀어줘야 될 업적이 있는 작가가 있는데도 문화적 자산으로 내세우고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문화강국, K-컬쳐 따위를 떠들어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에 막연히 알고 있던 백남준 작가에 대해 그의 생애와 예술 활동을 거슬러 살펴본 이 책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어서 좋았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국 작가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알아보고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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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심리학 - 까칠하고 연약해 보여도 중심은 단단하게
정철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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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라는 과일이 생산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물이 소비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이 책의 제목을 본 터라, 선입견부터 가지고 책을 펼쳐본다. 하지만 이내, 저자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아보카도를 다중적인 의미로 활용하여 90년대생의 특징을 정의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90년대생들은 다른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걸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대개 부정적인 시선이 많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킨다. 나도 그렇게 나이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시선에 동조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꼰대스럽다. 안 그러고 싶지만 내가 경험한 나보다 어린 젊은 세대들은 대체로 그러했으니 어쩌랴. 이 책울 쓴 저자의 해법대로라면, 내가 겪지 못했던, 아닌 경우들도 있음을 고려하여 생각을 절충시켜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을 발전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저자는 기성세대가 보기에 탐탁치 않은 이런 신세대들에게도 그들만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음을 변호하며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픈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 같다.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가치관과 사회, 경제 시스템 속에서 좌충우돌 실수연발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이며, 장차 미래의 주인공이 될 그들만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올바른 자아 형성을 통해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기에 지혜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전반적으로 어떤 사안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현상을 진단한 후 ‘~ (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최선이지 않을까식으로 마무리 짓는 구성이 많다. 이거야말로 지금의 신세대들에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방식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또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세대를 대상으로 쓴 것일 텐데, 인용된 학자나 저명인사들의 말, 또는 각 챕터 마지막에 코너 형식으로 공간을 빌어 설명되는 심리학 용어들이 그들의 눈에 들어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대 맞춤 인생 코칭이 이 책의 테마인 것 같은데, 독창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미 많이 거론되어온 이야기들을 조금은 가볍게 편집한 것처럼 보인다. 그마저도 후반부로 가면 약간 상담학 교과서를 보는 기분이 들곤 한다. 카를 구스타프 융이나 프로이트, 에리히 프롬, 빅터 프랭클 같은 이름이 많이 호출한다. 그 이름들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무게감을 지닐 수 있을까?

 

답답하고 꽉 막힌 현실에 직면한 90년대생들에 저자가 전하는 해법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원인을 자기에게서부터 찾으라는 것이다. 진짜 원인이 자기에게 있든 남에게 있든 사회에 있든, 어쨌든 내 마음의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하니까 초점을 자기에게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알기 위한 방법으로는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기를 객관화해서 분석해보라는 것인데, ‘내면의 성찰’, ‘사유하기’, ‘질문하기’, ‘답을 얻으면 좋고 못 얻더라도 경험을 얻기등이 요긴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외면의 참혹한 현실과 내면의 상처의 근원인 실제 사건이나 사람과 문제가 생겼을 때도 용기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직접 부딪쳐 볼 것을 권한다. 최소한 그 경험이 자기를 성장시켜줄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는 작은 성취들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누구나 연약하며 다 약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인생의 공식을 섭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롭지는 않다. 실천의 문제인데, 그 당위성이 90년대생들에게 멱힐지는 의문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이라면, 이분법 내지 삼분법적으로 인간을 분석한 다음, 이 차이를 모두 인정하고 융화시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가해자적인 면과 피해자적인 면, 적극적인 면과 소극적인 면, 외향적인 면과 내향적인 면, 거칠거나 조심스러운 면, 강한 면과 약한 면, 사교적이거나 외곬수적인 면 등 한 가지 특성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인 요인을 감추거나 억압하지 말고, 적절히 노출시키면서 해소할 것을 권한다. 이때 운동처럼 활동적인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시한다. 즉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한 강점 형성으로 열등감 극복, 자아 실현, 인격 성숙, 삶의 목표와 방향성 설정, 건강한 대인 관계 구축,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역량 축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야만 좀 더 나도 행복하게 살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도 되고, 세상도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그럴까? 그럴 거야! 라는 느낌. 여기에 갖은 권위를 동원하여 당위성을 강조하는 느낌. , 내가 너무 비뚤어진 탓일까? 책 한 권도 써보지 못했으면서. 아무튼 최종 감상은 다음과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아보카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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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라, 아티스트처럼 (특별판) - 죽어 있던 생각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10가지 방법
오스틴 클레온 지음, 노진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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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창조의 갈증을 해소해주거나, 붙잡지 못하고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우리 안의 창조의 조각들을 모아서 일을 저지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픈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새롭다는 의미부터 재정의해야 한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구약성경 전도서의 교훈처럼, 모든 창조의 힘은 모방에 있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도 말하길, “쓰여져야 할 모든 이야기들은 이미 다 쓰여졌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개념이나 실제 사물처럼 이미 있는 것들을 재조합하거나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때다. 그래서 독창성이란 들키지 않은 표절이라 말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가능했던 건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것도 크지만, 먼저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던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들의 기능들을 하나의 기기 안에 담겠다는 생각의 실천에 있다. 사실 이미 있는 기술들을 한데 모은 것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세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결국 예술가라면, 또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앞선 선배들의 업적이나 아무도 주목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성과물들을 참조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모방을 위한 모방은 무의미하다.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존경하는 인물들의 업적을 모으고 베끼고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결을 달리하는 그 순간, 자기만의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출간되었던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는 제목의 책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는 행위는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도구들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앞에 언급한 책이 나올 때에는 인터넷이 지금보다는 영향력이 덜할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처럼 혼자 골몰하며 공부하기 좋은 때가 없다. 당장 몰입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자기가 관심 있었던 책이나 음반이나, 여러 가지 자료들로 가득 채워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감각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에 대해 남의 것들을 그냥 버려두느니 주워 와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시작의 타이밍을 잡으려 한다면 계속 고민한 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에서 자기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내놓는다. 시작의 한 예로 카피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여기서 카피란 표절이 아닌 실습의 의미로서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 카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작업물을 흉내내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표현해보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것은 기계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어서 분해하고 재조립해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요지 야마모토는 이에 대해 수많은 카피들의 끝에 자기 자신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피의 대상이 한 사람뿐이라면 제2의 누군가가 되겠지만, 수천명을 베낀다면 오리지널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들의 정신, 관점을 배우는 것이다. 껍데기만 흉내내는 것은 단순한 도둑질과 다름 없다. 그러라고 작가가 훔치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다.

 

좋은 도둑질과 나쁜 도둑질을 분별할 수 있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잘 아는 걸 쓰라고 배우지만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쓸 것을 주장한다. 기존의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 있다면 그 뒤의 이야기를 자기가 속편을 쓴다고 생각하고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들어졌으면 하는 작품을 써보는 것이다. 이어서 작가는 예술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며, 두 손을 쓰라고 한다. 우리는 주로 컴퓨터를 통해 많은 작업들을 하지만, 창작의 영역에 있어서는 컴퓨터가 오히려 나와 내 작업물 사이를 가로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출력되기 전까지는 만져볼 수 없는 디지털 작업의 감각은 반쪽짜리 의미만 지니게 된다. 시간을 들여 리얼한 세계에서 뭔가를 해보는 감각, 결국 자신의 작업물이 대중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작업의 감각은 사람을 흥분시키며 열정에 빠지게 한다. 아날로그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컴퓨터, 인터넷은 이 작업물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 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한때 아주 좋아했던 이외수 작가는 스스로를 글감옥에 가두어 집필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감옥문을 구해서 설치한 뒤에 부인에게 문 아래쪽의 투입구를 통해 죄수처럼 음식을 전달받아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윤종신 씨도 아내에게 양해를 구해 자기만의 작업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예능에서 느껴지던 것과는 다른 결의 서정적인 음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가 감금 상태를 즐겨라라는 챕터에서, 이외수 씨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환경과 거리를 두거나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더 창조적인 작업물이 나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세돌이 전성기 시절에 안티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을 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신경 못 쓰는데,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신경 끈다.‘고 한 적이 있다. 자신의 활동과 결과물에 대해 당연히 비판을 들을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적대감과 비난은 피해야 한다. 사람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큼의 수준만큼 훌륭해질 수 있다는 원리에 따라, 최고의 사람들을 주변에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노에 대한 해법,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 상태에 대한 해법이 인상적이었다. 그 분노 에너지를 불평불만이나 언쟁에 낭비하거나 삭여버리는 대신 글쓰기나 그리기 작업에 쏟아부으라는 조언이다. 분노를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인상적인 말을 앙드레 토레즈가 남겼다. “다른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만 제기는 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걸로 하는 것이다.” 멋지다. 화는 이렇게 내야 하는 거라는 걸 배웠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주눅들 때,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칭찬 파일을 만들어서 힘을 회복할 도구로 활용하는 팁도 알려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인물들의 특징은 상당히 개방적이거나 퇴폐적 느낌을 가지는 반면에 생활에 있어서는 매우 정돈된 생활 습관을 지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마라톤 완주를 몇 번이나 했을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이 책의 작가 역시 비슷한 내용을 말한다. 그러면서 귀스타프 플로베르의 말을 인용한다. “규칙적이고 정돈된 삶을 살 것, 그래야만 당신의 작품이 강렬함과 독창성을 갖게 된다.” 이런 자기 관리에는 올바른 경제 관념을 가지고 빚지지 않는 것과 경제적으로 자유롭기 전까지는 출퇴근이 가능한 규칙적인 일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것의 유익도 언급한다. 그것은 스스로 어디까지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브는 빼기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앞서 창작을 위한 감금 상태나 고독의 필요성을 얘기하던 부분과 연결되는데, 적절한 제한이 탁월한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영화 같은 창작물이 나오는 과정에서 편집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표현하고 싶은 걸 다 담아낸다고 해서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덜어내고 건너뛰는 것으로 메시지가 더 선명해지는 것이다.

 

책의 사이즈나 분량이 길지 않아 읽기 좋았다. 그렇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아주 잘 요약되고 압축된, 명쾌한 예술창작 수업을 들은 기분이다. 가끔씩 정신을 환기시키고 싶을 때 찾게 될 것 같다. 번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각의 변비 상태를 해소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닌 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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