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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심리학 - 까칠하고 연약해 보여도 중심은 단단하게
정철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아보카도’라는 과일이 생산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물이 소비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이 책의 제목을 본 터라, 선입견부터 가지고 책을 펼쳐본다. 하지만 이내, 저자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아보카도를 다중적인 의미로 활용하여 90년대생의 특징을 정의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90년대생들은 다른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걸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대개 부정적인 시선이 많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킨다. 나도 그렇게 나이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시선에 동조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꼰대스럽다. 안 그러고 싶지만 내가 경험한 나보다 ‘어린 젊은 세대’들은 대체로 그러했으니 어쩌랴. 이 책울 쓴 저자의 해법대로라면, 내가 겪지 못했던, 아닌 경우들도 있음을 고려하여 생각을 절충시켜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을 발전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저자는 기성세대가 보기에 탐탁치 않은 이런 신세대들에게도 그들만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음을 변호하며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픈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 같다.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가치관과 사회, 경제 시스템 속에서 좌충우돌 실수연발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이며, 장차 미래의 주인공이 될 그들만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올바른 자아 형성을 통해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기에 지혜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전반적으로 어떤 사안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현상을 진단한 후 ‘~ (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식으로 마무리 짓는 구성이 많다. 이거야말로 지금의 신세대들에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방식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또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세대를 대상으로 쓴 것일 텐데, 인용된 학자나 저명인사들의 말, 또는 각 챕터 마지막에 코너 형식으로 공간을 빌어 설명되는 심리학 용어들이 그들의 눈에 들어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대 맞춤 인생 코칭’이 이 책의 테마인 것 같은데, 독창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미 많이 거론되어온 이야기들을 조금은 가볍게 편집한 것처럼 보인다. 그마저도 후반부로 가면 약간 상담학 교과서를 보는 기분이 들곤 한다. 카를 구스타프 융이나 프로이트, 에리히 프롬, 빅터 프랭클 같은 이름이 많이 호출한다. 그 이름들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무게감을 지닐 수 있을까?
답답하고 꽉 막힌 현실에 직면한 90년대생들에 저자가 전하는 해법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원인을 자기에게서부터 찾으라는 것이다. 진짜 원인이 자기에게 있든 남에게 있든 사회에 있든, 어쨌든 내 마음의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하니까 초점을 자기에게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알기 위한 방법으로는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기를 객관화해서 분석해보라는 것인데, ‘내면의 성찰’, ‘사유하기’, ‘질문하기’, ‘답을 얻으면 좋고 못 얻더라도 경험을 얻기’ 등이 요긴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외면의 참혹한 현실과 내면의 상처의 근원인 실제 사건이나 사람과 문제가 생겼을 때도 ‘용기’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직접 부딪쳐 볼 것을 권한다. 최소한 그 경험이 자기를 성장시켜줄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는 ‘작은 성취’들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누구나 연약하며 다 약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인생의 공식을 섭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롭지는 않다. 실천의 문제인데, 그 당위성이 90년대생들에게 멱힐지는 의문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이라면, 이분법 내지 삼분법적으로 인간을 분석한 다음, 이 차이를 모두 인정하고 융화시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가해자적인 면과 피해자적인 면, 적극적인 면과 소극적인 면, 외향적인 면과 내향적인 면, 거칠거나 조심스러운 면, 강한 면과 약한 면, 사교적이거나 외곬수적인 면 등 한 가지 특성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인 요인을 감추거나 억압하지 말고, 적절히 노출시키면서 해소할 것을 권한다. 이때 운동처럼 활동적인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시한다. 즉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한 강점 형성으로 열등감 극복, 자아 실현, 인격 성숙, 삶의 목표와 방향성 설정, 건강한 대인 관계 구축,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역량 축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야만 좀 더 나도 행복하게 살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도 되고, 세상도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그럴까? 그럴 거야! 라는 느낌. 여기에 갖은 권위를 동원하여 당위성을 강조하는 느낌. 아, 내가 너무 비뚤어진 탓일까? 책 한 권도 써보지 못했으면서. 아무튼 최종 감상은 다음과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아보카도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