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책 생각
Team BLACK 지음 / 책과강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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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표현으로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피력하거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면서 쉬어가거나 전력을 다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곤 했다. 또 인생을 캔버스에 비유하거나 한 권의 책으로 비유하면서 자기 삶의 의미는 자기가 만드는 거라는 식으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디자인, 연출, 편집 등의 전문용어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나 방식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쓰이곤 했다.

 

이 책에서는 기획에 대해 말한다. 물론 책을 하나 만드는 데 있어서 이제는 작가로서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의 역할까지, 이른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기획의 필요성을 말한다. 저자는 기획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특별히 관계의 기회를 언급한다.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연결, 경험과 경험, 경험과 지식의 연결,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통해 책 한 권이 나오는 과정을 설명한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저자들의 책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 출판 시장의 시대적인 변화를 느끼게 한다. 독자가 바라는 욕구와 저자가 쓸 수 있는 것이 맞닿을 때 매력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독자를 분명하게 정하는 것을 강조한다. 책을 쓰려면 방향부터 잘 잡아야 한다. 그것은 독자, 읽어야 할 이유, 분명한 주제 의식이다.

 

콘텐츠란 결국 텍스트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텍스트)을 쓰기 위해서는 경험이나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책이란 콘텐츠가 담겨있는 그릇과도 같다. 그래서 꼭 종이책만을 책이라고 한정할 필요가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본격적인 보급과 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책을 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콘텐츠를 생산해낸다는 의미가 된다. 이때 생산에는 단순히 쓴다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소비자가 가치 있게 받아들이는 형태로 가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편집해야 하는지 기획하는 행위까지를 포함한다. 즉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시대가 더욱 디지털화될수록 강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콘텐츠는 맥락과 서사가 있고 소비자는 그 스토리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 즉 인간관계가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핵심 요소가 되면서 책을 쓴다는 것, 작가가 된다는 것, 나아가 창작자가 된다는 것 역시 혼자 하는 작업이라는 기존 관념을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책이 나오기 전 집필이나 기획단계에서 독자들이 함께 하는 사례가 많다. 데뷔하기 전에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후원자나 지지층을 거느리고 있거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먼저 콘텐츠가 인정받아 정식으로 다시 출간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종류의 책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출판할 수 있는 출판사들의 생존전략을 보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이제 달라진 출판시장의 흐름을 통해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것도 새로운 정의를 부여받았다. 전체적인 파이는 줄어들었지만 더 많은 1인 출판사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확장된 작가의 개념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아를 고취시키면서 경쟁사회에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한 방법으로서의 글쓰기와 기획을 연결하여 창조와 창의의 진정한 의미라 할 수 있는 연결짓기 혹은 관계 속에서 의미 도출하기의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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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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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다 문득, '공자님 손톱이 너무 길고 날카로운 거 아냐? 저 시대엔 원래 저랬나...? 흠좀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문헌을 현재 시점에서 해석할 때 중요한 지침으로 삼는 것이 문법적, 역사적 접근법이다. 이 둘이 선행되지 않으면 오늘을 위한 해석에 큰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큰 오류란 아전인수식 해석 같은 것을 말한다.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것은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이지 원저자의 의도를 살리거나 오늘에 맞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그 고전에서 유익한 지혜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원천(source)으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은 언제나 새롭게 번역되고 재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 뼈대마저 무너트릴 수 없는 노릇이니, 그것이 바로 문법적 해석과 역사적 해석의 기초를 잘 다지는 것이다. 문헌이 나온 당시와 현재의 차이를 먼저 인식한 후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거기서 오늘의 가치와 깨달음, 시대정신을 더하여 새로운 의미와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과거의 용법과 현재의 용법의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융화가 고전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현대지성 클래식 23번째 논어는 이런 관점에서 고전의 모범적인 현대 번역을 보여준다. 특히 첫머리에 등장하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는 언제나 배우고 그것을 때로 익힌다는 의미로만 해석되어오던 것을, 공자 사상 본연의 정신을 반영한 배우고 때에 맞춰 이를 실천하다라는 번역으로 살려내 배움과 실천이라는 차원으로 독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의미 전달을 가능하게 하였다. 學而時習之를 검색해보면 배운 것을 기회가 있으면 실제로 써먹어본다는 뜻이 나오는데, 정작 수많은 번역서들이 왜 배우고 익힌다라는 의미로만 풀이했을까? 중복되는 느낌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저 익힌다는 표현이 실천한다는 의미와 통하는 데가 있기는 하다. 배움이 숙성(熟成)되려면, 실천이라는 과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고 때로 익힘배우고 때에 맞춰 실천함이 전혀 동떨어진 얘기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한편 서양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번역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논어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이다. 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처리에 대한 이치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설로 예()를 인의지신(仁義智信)의 외부적 표현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인에 대한 독자의 비교적 쉬운 이해를 돕는 것 같아 좋았다. 외부적 표현은 행동, 즉 실천적인 측면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효, 성실, 공정, 간략함, 정직, 예의, 배려,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음, 온화, 공손함, 신중함 등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예의 궁극적 완성이 인이라는 것이다.

 

 

 

 

 

 

원래 논어에 소개된 공자의 가르침은 공자 생존 당시 나라가 혼란에 빠져 기울어져 갈 때 그것을 다시 바로 세우려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 내용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지켜야할 도리를 담은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특정 성인의 가르침은 주류 세력의 통치 기반을 정당화하고 유지-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기 십상이었는데, 그동안의 동양 정치사나 지금 중국이 세계적으로 공자학당을 세우고 있는 목적 등을 보면, ‘논어만큼 본질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욕심으로 난도질되고 왜곡되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사상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번역은 용기 있는 호응과 적용을 마음 먹게 하는 원동력을 공급해주며, 부당한 현실 권력과 타락한 시대 정신에 대한 반역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정의로운 반역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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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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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를 읽고 있으면 저자가 음악 안에서 정말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창작하는 직업의 고통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악기가 조율되듯 어느새 음악 안에서 제자리를 찾아 본 궤도에 오르는 저자의 삶의 루틴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자 히사이시 조는 우리에게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그리움과 애틋함, 순수함 같은 이미지를 담고 있는 그의 음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맞아 많은 이들이 그의 음악을 즐기고 좋아한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가 음악 잡지에서 2년 간 격주로 연재하던 글을 정리한 것이며, 5장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지휘하다,에서는 작곡자이자 지휘자로서 느끼는 지휘의 의미와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와 무대와의 교감에서 오는 음악적 전율과 소소한 감동의 경험을 담고 있다. 2장 전하다,에서는 악보에 대한 단상을 중심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음악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3장 깨닫다,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시각과 청각이라는 뇌과학적인 개념을 통해 언어학적 통찰로서 음악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거기에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학적인 개념을 끌어들여 음악을 시간축과 공간축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라는 독특한 저자만의 정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4장 생각하다,에서는 서양음악에서 유대인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 배울 점 등을 이야기하고, 음악의 기원과 역사를 간략하게 다룬다. 마지막 5장 창작하다,에서는 음악·예술 비평가로 활동하는 와세다 대학 교수와의 특별 대담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 책의 1~4장에서 다룬 내용들, 즉 히사이시 조라는 사람이 음악인으로서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들을 문답 형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체로 즐거운 독서였으나, 불편한 부분 하나를 짚고 싶다. 이 책 1장의 히로시마 희생자에게 보내는 애가라는 글에서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은 자국민들과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의 음악이나 미래의 음악에 대해 논하면서 전쟁 가해자로서의 자국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이 사상에 반영되어 음악적으로 표현되는, 균형 잡힌 비전 같은 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저자의 인식의 한계가 안타까웠다는 점이다. 애초에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는 예술가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히사이시 조의 주요한 음악적 테마 가운데 하나가 평화인 점을 생각하면 나의 불편함이 그저 억지스러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편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주석을 정리한 방식이다. 단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해놓은 것을 주석이라고 한다. 특정 개념을 본문에서 다 설명하기에 양이 많으면 번호를 달고 그 페이지의 아래 부분에 해당 단어나 개념에 대해 작은 글씨로 설명을 붙여 놓은 것을 각주라고 한다. 전문적이거나 학술적인 서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주객이 전도되어 각주 부분이 페이지를 거의 다 채우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각 챕터나 책 마지막 부분에 한꺼번에 주석들을 모아서 정리해놓는 방식을 미주라고 하는데 이 책은 바로 이 미주의 방식으로 주석을 처리하고 있다. 굳이 책의 구성적인 면을 언급하는 것은, 비교적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에서 각주로 처리해도 무난한 것을 왜 미주로 처리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물론 보기에 깔끔하기는 하지만 …… , 어쩌면 그게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런저런 생각거리를 많이 던지는 책이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그의 음악이 사용된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좀 더 깊은 이해와 향유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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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무지개 - 상 - 지구 생명의 전기 현상과 환경 위기 보이지 않는 무지개
아서 퍼스텐버그 지음, 박석순 옮김 / 어문학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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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무지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당한 양의 참고문헌 목록이었다. 상·하권 합쳐서 대략 770쪽 정도 되는 분량에서 참고문헌만 161쪽에 달한다. 저자가 이 책의 완성도와 신뢰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와 사례 분석, 검증의 과정을 거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책 내용을 보면 저자와 번역자가 독자에게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전문성과 대중성(혹은 독자 접근성) 사이에서 조율이 잘 되었다는 점도 이 책의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무엇보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인위적인 전기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19세기 중반부터 자연과 인간에 미치는 전자기장 방사파의 영향에 관한 저자의 주장과 방대한 근거 자료들을 보면, 점점 가속화되는 재앙이 우리 세대 안에 전 인류는 물론이고 지구 차원에서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마치 영화 ‘더 코어’에서 묘사되었던 인류의 위기처럼 말이다. 전자파에 의해 꿀벌이 방향을 잃고 죽어갔던 사실을 다룬 뉴스를 보면서도 인간은 어째서 위기감을 크게 가지지 않는 걸까. 보이지 않는 전파가 생명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인데, 인간이 지금 코로나19로부터 느끼고 있는 만큼의 공포감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서 사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방출되고 순환하는 전기 현상은 우주와 지구, 인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게 하는 연결고리, 혹은 에너지의 흐름 같은 것으로 보는 관점이 가능함을 알았다. 즉 생명과 행성 차원에서의 전자기적 현상은 분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의 대기와 자기장이 환경적으로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생소했지만 가이아 이론 같은 것을 떠올려보면 무리라고만 볼 수 없는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자연스러운 시스템의 조화와 균형을 인류가 만든 전자기파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전기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강력한 전파를 내뿜는 레이더나 대형 통신 장비들이 그 경로에 서식하는 동물의 생존 및 종의 존속을 위협하고, 심지어 토양이 산성화되어 나무를 비롯한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다양한 연구와 통계 자료를 통해 인위적인 전자기 방사파의 위협적인 실상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여러 질병들, 특히 심장병, 당뇨병, 뇌종양 등의 비정상적인 발생률 증가가 전기 설비 확장세(과거 최초의 전선 설치부터 지금의 휴대용 전기 제품들에 이르는)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는 수많은 발견들,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파생되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과정은 책을 읽고 있는 나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받을 만한 부분은 ‘태양의 흑점 활동’과 ‘지구의 전자기 교란’과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상관관계일 것이다. 저자는 과거 기록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사람 간 전염 속도를 추월하는 여러 지역의 동시다발적 발병 현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적절한 이론이 현대 의학계에서 아직까지 없음을 지적하면서, 지구의 전자기 교란 현상을 역사상 주기적으로 대유행을 이루었던 인플루엔자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태양의 흑점 활동으로 인한 지구의 전자기 교란 현상이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문제는 대량의 강력한 전자기성 방사파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간의 기술 발전이 그 교란을 더 빈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점점 대유행의 간격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게 된다.

안타까운 점은 일부 사람들이 이런 주장과 근거들을 왜곡하고 잘못 받아들여 통신장비나 기기들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즉 기계나 전파가 바이러스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처럼 여기고 적대시하여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보고 ‘와이파이나 5G 장비가 질병을 만들어낸다고 믿는’ 바보들 취급하는 사람들 역시 같은 오해에 빠져 무의미한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기장 방사파가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대중의 오해는 서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동일하게 일으키는 오류인 것이다. 전기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판단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런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지난 역사를 돌아봤을 때 인류의 생활과 문화가 더 발전하지 않았느냐고. 생활이 편리해지고 영양 상태는 좋아졌으며, 수명이 늘어나지 않았냐고. 나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 15장인 ‘전자파와 장수 비결’에서 마침 그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생명의 특성상 특정한 유해 조건 아래에서는 수명이 더 길어지는 효과가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수명 연장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생기는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즉 짧지만 건강하게 사느냐, 골골 앓으면서 더 오래 살 것이냐의 문제가 된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확산이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양질의 삶을 보장할 수는 없다.

 

 

 

 

 

 

책에 제시된 근거에 따르면 전신이나 전선, 라디오 송신탑, 위성, 레이더, 휴대전화 기지국 및 안테나 같은 강력한 전파를 송신하는 무선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대형화됨에 따라 이제는 지구가 전자파에 흠뻑 젖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간은 그 실체를 충분히 파악하기도 전에 경제 논리에 빠져 이 위험한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 개구리의 처지가 바로 우리의 상황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 지구적인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서 지금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인공위성들이 지구를 둘러싸면서 지구에 엄청난 전자파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막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연대하여 현재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환경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포화 상태인 쓰레기나 대기와 토양 및 수질 오염,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문제 등 눈에 보이거나 미디어에서 부각시키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걱정하고 대처해야 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바로 인간이 만든 보이지 않는 전기 공해로 인해 인간 스스로와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부정하고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직시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로 바뀔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 우리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지 그런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이 책이 하나의 등불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서출판 어문학사」에서 진행한 신간도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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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 모나리자부터 몽유도원도까지 마음을 뒤흔든 세계적 명화를 읽다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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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전적 정의는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거나 널리 읽히는 예술작품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이유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재해석되어 계속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나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사랑받거나 논란이 되어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뛰어난 그림이나 조각품들을 통해서도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의미를 찾거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기뻐하곤 한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는 미술 입문자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북의 역할을 한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전문적인 미술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교양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의문과 이해의 영역 안에서,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에 따라 주로 그림 작품들이 다뤄지고 있고, 조각품은 얼마 나오지 않는데,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법열이라는 작품이었다. 조각하기 좋은 재료인 대리석이라지만, 돌로 어떻게 저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했을까? 이것이야말로 악마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중에서 모나리자의 가치가 우리 돈으로 40조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예술 본연의 가치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더 많이 거론되는 미술계의 현실이 적나라하면서도 극단적인 지점까지 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원근법에도 색채 원근법, 공기 원근법 등 세부적으로 다양한 기법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더불어 우리 미술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동양화라는 용어가 일제강점기의 문화 말살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정보였다.

 

 

 

 

 

 

그림이 글보다 좋은 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바로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시간이 필요하고 문학은 원문의 장벽, 혹은 번역이라는 채로 걸러진 작업물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를 건너가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예술이 회화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일차원적인 감상을 넘어 조금 더 의미 있는 예술 작품 향유를 위해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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