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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평점 :
<표지를 보다 문득, '공자님 손톱이 너무 길고 날카로운 거 아냐? 저 시대엔 원래 저랬나...? 흠좀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문헌을 현재 시점에서 해석할 때 중요한 지침으로 삼는 것이 문법적, 역사적 접근법이다. 이 둘이 선행되지 않으면 오늘을 위한 해석에 큰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큰 오류란 아전인수식 해석 같은 것을 말한다.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것은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이지 원저자의 의도를 살리거나 오늘에 맞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그 고전에서 유익한 지혜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원천(source)으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은 언제나 새롭게 번역되고 재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 뼈대마저 무너트릴 수 없는 노릇이니, 그것이 바로 문법적 해석과 역사적 해석의 기초를 잘 다지는 것이다. 문헌이 나온 당시와 현재의 차이를 먼저 인식한 후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거기서 오늘의 가치와 깨달음, 시대정신을 더하여 새로운 의미와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과거의 용법과 현재의 용법의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융화가 고전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현대지성 클래식 23번째 「논어」는 이런 관점에서 고전의 모범적인 현대 번역을 보여준다. 특히 첫머리에 등장하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는 언제나 ‘배우고 그것을 때로 익힌다’는 의미로만 해석되어오던 것을, 공자 사상 본연의 정신을 반영한 ‘배우고 때에 맞춰 이를 실천하다’라는 번역으로 살려내 ‘배움과 실천’이라는 차원으로 독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의미 전달을 가능하게 하였다. 學而時習之를 검색해보면 ‘배운 것을 기회가 있으면 실제로 써먹어본다’는 뜻이 나오는데, 정작 수많은 번역서들이 왜 ‘배우고 익힌다’라는 의미로만 풀이했을까? 중복되는 느낌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저 ‘익힌다’는 표현이 ‘실천한다’는 의미와 통하는 데가 있기는 하다. 배움이 숙성(熟成)되려면, 실천이라는 과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고 때로 익힘’과 ‘배우고 때에 맞춰 실천함’이 전혀 동떨어진 얘기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한편 서양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번역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논어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仁’이다. 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처리에 대한 이치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설로 예(禮)를 인의지신(仁義智信)의 외부적 표현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인에 대한 독자의 비교적 쉬운 이해를 돕는 것 같아 좋았다. 외부적 표현은 행동, 즉 실천적인 측면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효, 성실, 공정, 간략함, 정직, 예의, 배려,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음, 온화, 공손함, 신중함 등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예의 궁극적 완성이 인이라는 것이다.
원래 논어에 소개된 공자의 가르침은 공자 생존 당시 나라가 혼란에 빠져 기울어져 갈 때 그것을 다시 바로 세우려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 내용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지켜야할 도리를 담은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특정 성인의 가르침은 주류 세력의 통치 기반을 정당화하고 유지-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기 십상이었는데, 그동안의 동양 정치사나 지금 중국이 세계적으로 ‘공자학당’을 세우고 있는 목적 등을 보면, ‘논어’만큼 본질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욕심으로 난도질되고 왜곡되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사상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번역은 용기 있는 호응과 적용을 마음 먹게 하는 원동력을 공급해주며, 부당한 현실 권력과 타락한 시대 정신에 대한 반역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정의로운 반역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