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아이언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만나는 필름 속 인문학
라이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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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철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고, 철학이라는 지적인 정신 도구를 통해 영화를 더욱 의미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철학 시사회라는 책 제목이 참 잘 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으로 들어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앞의 세 챕터다.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다루고 있는데, 순서는 흥미롭게도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톤, 소크라테스 순으로 소개한다. 저자가 아리스토텔레스를 먼저 소개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가장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짝을 이룬 영화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 중 하나인 어벤져스:인피니티워. 저자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비극 개념을 적절히 풀어낸다. 최근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읽고 서평까지 쓰긴 했는데,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또 시학에서 어떤 부분이 우리의 문화생활과 밀접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소개되는 영화는 SF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그와 짝을 이룬 위대한 철학자는 플라톤이다. 저자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뒤늦게 그 가치를 인정받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다루면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가라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에서 원본과 복제의 차이가 의미를 잃어가는 현시대의 진리로 자리매김하려는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짚어간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실제로 인간의 복제가 시도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현시점에서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오늘날 모든 철학 사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와 짝이 된 영화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1957년에 나온 영화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영화 사상 가장 훌륭한 법정 소재의 영화라고 하는데, 그 줄거리와 구성은 간단하지만 각본이 영화에서 어떻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 같다. 소크라테스는 비록 그의 신념에 따라 부당한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작품 속 억울한 소년은 12명의 배심원 중 단 한 명, 그룹과의 갈등도 불사하며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무죄를 주장해준 8번 배심원 덕분에 사형을 면하게 된다. 이 챕터에서는 민주주의와 법, 정의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물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트릭스와 철학자 데카르트를 다룬 4장에서는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 2장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영화적으로 구현되는 부분을 관련시켜 보여준다. 5장에서는 헤겔의 철학적 방법론인 정반합사상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연결지어 끊임없는 대립하고 발전하는 과정 그 자체가 세계라는 헤겔의 사상을 최대한 알기 쉽게 독자에게 설명한다. 이외에도 영화 그래비티와 쇼펜하우어, 영화 조커와 니체, 영화 내부자들과 마키아벨리, 영화 다크 나이트’, ‘소리도 없이와 칼 G. 융을, 또 영화 설국열차와 마르크스, 마지막으로 영화 그녀(Her)'와 붓다를 짝으로 심오한 철학의 세계를 영화라는 렌즈로 들여다보고 있다.

 

철학이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아주 밀접해 있는 학문이자 삶의 지혜라는 것을, 이 책은 우리의 가장 일반적인 문화 생활 통로인 영화를 통해 정말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글솜씨, 전달력이 참 좋고, 다음 번에도 다른 작품과 철학자들을 짝지어 계속해서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은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는 글을 읽는 것이 더 마음 편하기에.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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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 아렌트, 뢰비트, 요나스, 마르쿠제가 바라본 하이데거
리처드 월린 지음, 서영화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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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의 실존철학과 유대주의가 빚어낸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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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 아렌트, 뢰비트, 요나스, 마르쿠제가 바라본 하이데거
리처드 월린 지음, 서영화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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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시간이라는 저서로 그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 해도 이름만은 들어본 적이 있는 철학자 하이데거, 그와 한나 아렌트와의 이야기 정도만 들어왔던 나는, 이 철학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데거라는 철학자가 나치에 충성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작업을 했다는 기록에 너무나도 놀랐다. 그가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심지어 참혹한 학살 사건의 희생자인 유대인들에 대해 그들이 그들 스스로 자살한 것과 다름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이나, 서구 근대성의 쇠퇴에 대한 책임까지 뒤집어씌우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신 세계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서구 합리주의의 한계, 그것은 세계대전이라는 역사가 증명하였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는 그것을 극복하고자 실존철학의 위대한 논리를 전개했고, 뛰어난 제자들이 그 지성의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위대한 철학의 유산은 집단학살을 초래한 전체주의적 독재와 악마적인 철학적 동맹을 맺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이 결단성이라는 속성에 근거해 윤리적 결핍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회피하고 다른 말로 둘러대는 모습에서 나는 서정주 시인이 떠올랐다. 물론 역사적 비중이나 그 영향력에서 대등하게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개인의 능력과 윤리적 측면이 현실에서 모순되게 나타날 때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하이데거의 경우에도 우리는 경험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학문적 유산을 열렬히 추종하는 사람들은 역사 왜곡도 서슴치 않는 것 같다. 그것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면 철학사에서 하이데거의 지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그들 자신의 정체성 추락으로 이어져서일까? 그러나 저자가 공개한 하이데거의 검은 노트의 내용은 더 이상 하이데거의 용서할 수 없는 정치적 성향을 덮어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하였다. 이런 논란은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학자로서의 하이데거와 나치에 협력한 하이데거라는 이중성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다.

 

한편 하이데거의 제자들은 유대인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실존적으로는 유대인이라 하기 어려워 보인다. 독일의 문화와 예술 정신에 매료된, 여호와 신앙을 잃은 디아스포라 유대인과 같은 한나 아렌트, 한스 요나스, 카를 뢰비트, 허버트 마르쿠제 - 그들은 각기 철학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할 만큼 뛰어난 철학자들이지만, 평생 스승의 잘못된 선택을 어깨에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혈통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사실상 독일인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하이데거의 변절은 유대인으로서 받는 충격보다 윤리적 측면에서 더 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책에서는 유대인, 유대주의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이 말하는 유대주의가 실제 유대인의 역사에서 흘러온 여호와 신앙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포장지만 유대주의일 뿐, 유대 역사에서 파생된 새로운 형태의 서구 철학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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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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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있는 세계사 서술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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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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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상이 살던 곳에서 떠나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 인간의 탐험은 시작되었다. 그 첫 이유로는 아마 생존을 위해서일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였거나, 경쟁자와의 다툼에서 밀려서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었거나, 혹은 앞의 이유 때문에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였거나 일 것이다. 아무튼 인류의 조상 중 처음으로 이 자리가 아니다 싶어 떠난 그로부터 인류에게는 이동이라는 본능이 강하게 새겨졌다.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의 이동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면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 전인미답의 장소에 대한 이동 본능은 그대로 인류의 역사와 결을 같이 한다.

 

이 책은 세계의 역사에서 탐험, 모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라 할 수 있는 곳을 앞에 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대항해시대로 알려진 15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시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왜냐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교역을 위한 항로 개척 경쟁과, 이후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개척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세계가 많이 발견되고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사실은, 세계사의 중심 흐름이 유럽인들에 의해서만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고대 폴리네시아 인들의 항해술이나 바이킹족이 오랜 항해 과정에서 당시 다른 나라 선원들의 고질병이었던 괴혈병을 방지할 수 있었던 비결, 몽골제국의 엄청난 진격과 관용, 인도양을 중심으로 한 중동과 인도 등의 아시아 세계가 누리고 있었던 엄청난 풍요 등은 저자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사 서술을 위해 꽤나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주었다.

 

또 이 책이 특별히 돋보이는 점은 세계사 서술에 있어서 동양의 비중을 꽤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방에서는 로마, 동방에서는 명나라라고 할 만큼, 지구 전체를 기준으로 가장 전성기를 구가했던 중국 역사의 찬란했던 시기를 조명하면서, 하나의 문명권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요인과 답보하며 퇴보하는 요인을 분석하는 부분에서 흡입력이 있었다.

 

콜럼버스 이야기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콜럼버스가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측정한 에라스토테네스의 기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즉 지구가 그만큼 광대하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착각한 데서 온 성과다. 이걸 보면 인류의 과감한 탐험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나 의지뿐만 아니라, 약간의 둔감함과 고집, 판단 착오도 중요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대륙의 발견과 정복자들의 대륙 탐색 및 분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탐험의 양상은 근대 이후로 과학적 발견과 우주 개척이라는 양상으로 변화되었다. 이 책은 최초의 한 걸음에서 대륙과 인간과 문화를 연결하고, 하늘길을 개척하고, 우주비행선으로 지구의 전경을 확인하고, 이제 태양계 밖의 새로운 개척지나 문명을 탐색이라는 경지까지 온 인류의 탐험 역사를 통해, 생존과 호기심이라는 본능이 인간을 여기까지 오게 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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