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건강에 대해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도 백신이나 면역 등의 개념에 대해 상당히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런 무지가 특정 이익 집단의 여론몰이에 그대로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너무 단기간에 만들어진 백신이 과연 안전할 것인가에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실제로 백신을 맞고 마비증상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죽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백신에 대한 불신감은 점점 커져갔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백신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백신이 만병통치약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당 질병에 대해 100% 예방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 몸이 지닌 선천적 면역 능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리 몸에 침입한 병원체에 대해 추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외부로부터 조달된 면역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경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올 수 없다.
애초에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 및 위생 등의 교육을 할 때 이런 점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아서 생긴 혼란이라고 볼 수 있다. 평소에 어떤 새로운 형태의 질병이 발생할 만한 비위생적인 상황이나 식문화 따위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이미 발생해버린 질병에 대해서도 집단과 개인의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예방교육이 절실하다. 마치 민방위훈련이나 소방훈련처럼 전염병 발생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의식화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생각되었다.